한전 11조 이익은 산업부 쌈짓돈…전력기금 4조 쌓아두고 갖다 써

중앙일보

입력 2016.09.20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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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난 6월 말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간 신경전이 벌어졌다. 에너지 고효율 가전제품을 사면 10%를 돌려주는 정부의 소비진작 대책 발표를 앞두고서다. 1400억원에 달하는 재원을 어디서 마련할 것인가를 두고 두 부처가 팽팽히 맞섰다. 결국 경기대책이 시급하다는 기재부의 논리에 산업부가 밀리면서 한전이 돈을 내기로 했다. 정부가 전기요금으로 거둔 돈으로 생색을 낸 셈이다. 산업부가 불쾌해했던 이면에는 한전의 이익이 사실상 주무부처의 ‘쌈짓돈’으로 인식되는 현실이 있다.

예산 아니라 관리·감독 사각지대
정부·산은 주식배당금도 1조대

연초 이후 산업부가 발표한 대대적인 에너지 신사업 투자 계획의 재원은 대부분 한전이 댄다.

한전은 지난해 11조3000억원에 이르는 영업이익을 올렸다. 올해는 저유가가 심화하고, 전력 판매도 늘면서 영업이익이 13조~15조원에 달할 것이란 게 증권가의 예상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전기료가 내려가지 않는 건 한전이 이익을 내면 정부가 웃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한전은 지난해 거둔 수익 중 1조9901억원을 주주에게 배당했다. 이 가운데 1조170억원이 최대 주주인 산업은행(지분율 32.9%)과 정부(18.2%)로 갔다.

전기요금 중 3.7%를 떼어내 조성하는 전력산업기반기금도 상당 부분 재정의 몫을 대신하고 있다. 전기 사용량이 늘고 요금도 오르면서 해마다 증가해 올해 규모는 4조1972억원(재원 조달 계획 기준)에 이른다. 기금이 쓰이는 곳을 들여다보면 정부·지방자치단체가 예산으로 투자하거나, 한전이 직접 지원에 나서야 할 부문이 적지 않다. 국내 무연탄 산업 지원의 경우 환경과 공익에 크게 도움이 안 되고 전력기금 취지에 맞지 않아 사업에서 빼야 한다는 지적이 학계에서 꾸준히 일었다.

하지만 올해도 여지없이 기금 사업에 포함됐다. 미국 등 선진국이 전기요금 일부를 떼어 조성하는 전력기금을 저소득층 전기료 지원에서 주로 쓰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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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희 가천대 에너지IT학과 교수는 “소비자가 낸 전기료로 생긴 한전의 수익과 전력기금이 사실상 정부 예산처럼 사용되면 관리·감독이 잘 안 되고 배분이나 집행도 비효율적으로 이뤄질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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