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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시 마감 앞둔 고3 교사들, 자소서 아닌 학소서 폭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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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경기도 파주시의 일반고 진학부장 A교사는 최근 서울 소재 한 대학이 요청한 학교 소개서(고교 프로파일)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이 대학은 학생부 종합전형 평가에 필요하다며 중요한 교내 대회를 5개 이내로 설명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고교가 5개의 대회를 어떤 기준으로 선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안내는 없었다.

16개 대학서 학교 소개서 요청
제각각 양식에 일선 고교 혼란

그는 “봉사·모범상과 같은 인성 분야 상과 예체능 대회도 나름 의미가 있는 건데 5개 이내로 꼽아 달라고 하니 어쩔 수 없이 상위권 학생이 많이 수상하는 수학·과학 경시대회 중심으로 적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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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대입 학생부 종합전형에 활용하기 위해 대학들이 일선 고교에 요청한 학교 소개서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학교 소개서는 학교의 교육 환경, 구성원의 특징, 심화 교육과정과 특성화 프로그램, 교내 대회와 동아리 현황을 담은 학교 소개 자료다.

김재욱 고려대 입학처장은 "고교별로 특색 프로그램과 교내 대회 운영 현황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평가하기가 어렵다. 학생의 학업 역량과 성취 수준을 보다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자료로 활용한다”

고 설명했다. 지난해엔 서울대와 고려대 등 몇몇 대학만 요청했으나 올해는 16개 대학으로 늘었다. 대학에 따라 지난 6일부터 23일까지 제출 마감 시한을 제시했다. 올해 수시 원서 접수는 11일부터 21일까지 진행된다. 학생 상담과 자소서 첨삭으로 바쁠 시기에 교사들은 학교 소개서 작성에 매달려야 했다.

문제는 대학들이 요청하는 학교 소개서 양식이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교내 대회 소개란은 대학에 따라 3~10개까지 적을 수 있는 대회 수가 다르다. 교사들은 어떤 기준으로 소개해야 할지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공립고 교감은 “일부 대회만 적을 수 있어 해당 대회에 참가하지 않은 학생은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걱정된다. 어쩔 수 없이 참가 인원이 많거나 팀 단위로 수상하는 대회만 추려 작성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혼란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2012년부터 전국 고교의 정보를 통합 관리하던 ‘고교 정보시스템’을 지난달 중순 중단하겠다고 밝히면서 벌어졌다. 지난해까지 일선 고교가 고교 정보시스템에 학교 운영 현황을 올리면 대학은 필요한 정보를 찾아 활용했다. 올해는 이 시스템이 중단된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고교가 연초에 작성하는 학교교육계획서와 학교 정보를 담은 학교알리미 사이트를 활용하면 충분해 굳이 고교 정보시스템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 대교협을 통해 대학과 충분히 협의했다”고 밝혔다.

대학과 고등학교의 반응은 달랐다. 서울 소재 한 사립대의 입학처장은 “지난달 18일 대교협이 공문을 보내와 고교 정보시스템의 중단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고 말했다. 대교협은 공문에 "각 대학은 학교알리미 및 고등학교를 통해 직접 고교정보를 수집해 활용하라”는 내용을 담았다.

서울 관악구 소재 한 사립고의 교장은 “ 수시 원서 접수 한 달여를 앞두고 시스템 중단을 통보할 게 아니라 올해 초에 알리고 대책을 마련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진학교사들의 모임인 전국진학지도협의회는 18일 “각 대학이 개별적으로 학교 소개서를 요청할 것이 아니라 자소서처럼 공통 양식을 개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현진 기자 Jeong.hyeon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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