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The New York Times

미국의 새 대통령이 북핵을 해결할 길

중앙일보

입력 2016.09.20 00:35

업데이트 2016.09.20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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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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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엘 위트
한미연구소 연구원

‘핵무장 국가’를 꿈꿔 온 북한에 2016년은 그야말로 기념비적인 해다. 평양은 올해 미사일을 17차례 쏘아 올린 데 이어 핵실험도 두 차례나 저질렀다. 게다가 올해는 아직도 석 달 넘게 남아 있다. 북한이 또 다른 도발을 자행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지난 9일 북한이 5차 핵실험을 실시한 풍계리 현장 위성사진을 분석하면 북한은 올해 안에 적어도 세 번은 더 핵실험을 할 능력이 있어 보인다. 평양은 도발을 하는 날짜를 정치적으로 잡는 속성이 있다. 따라서 김정은이 조만간 추가 핵실험을 한다면 그의 아버지가 북한 사상 최초의 핵실험을 한 지 꼭 10년이 되는 다음달 9일을 택할 가능성이 있다.

더욱 끔찍한 건 북한이 예상보다 훨씬 빨리 핵탄두 탑재 미사일을 개발할 능력을 가진 것으로 드러난 점이다. 미국의 핵 전문가들은 지난해 “북한이 2020년까지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탄을 배치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그러나 북한이 이번 핵실험에서 보여 준 능력을 보면 그 시기는 훨씬 가까워질 공산이 크다. 2020년이 돼야 보유할 것으로 여겨졌던 수소폭탄 역시 미사일에 탑재돼 무기로서의 실효성을 지닐 시점이 보다 앞당겨질 것이다.

미국의 새 대통령은 이렇게 갈수록 악화되는 북핵 문제를 떠안고 백악관에 입성하게 된다. 그동안 미국은 북한을 다루면서 큰 오판을 해 왔다. 북한의 유일한 동맹인 중국이 북핵을 해결해 줄 수 있으리란 환상이 그것이다. 천만의 말씀이다. 중국은 밉든 곱든 북한을 안고 갈 수밖에 없다. 북한은 한국에 군대를 주둔시킨 미국에 대항해 중국을 지켜 주는 완충국가이기 때문이다. 워싱턴이 아무리 베이징을 회유해도 베이징은 평양의 핵 포기나 정권 붕괴를 초래할 고강도 제재를 할 생각이 없다.

그러므로 내년 1월 취임할 미국의 새 대통령은 중국이 아니라 미국만이 북핵을 해결할 수 있는 필수불가결의 국가임을 명심해야 한다. 미국의 동맹국들은 이미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중국도 안다. 그러기에 베이징은 “워싱턴만이 평양의 도발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북한 관리들 역시 같은 생각임을 사적인 자리에서 내게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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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다음 대통령이 “워싱턴이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그는 미국이 가진 외교·군사·경제력을 활용해 문제를 풀어 갈 수 있다. 그 핵심은 우선 한국·일본 등 미국의 동맹국들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무엇이든 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다. 그 조치가 중국의 분노를 불러일으키더라도 말이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국 배치는 그 한 가지 예가 될 것이다.

또 새 대통령은 지금 오바마 대통령처럼 실효적 제재를 통해 북한을 제대로 옥죄어야 한다. 그동안 미국의 대북제재는 북한을 편드는 중국 때문에 대이란 제재만큼 실효를 거두지 못해 왔다. 동시에 미국의 다음 대통령은 북한에 새로운 외교적 이니셔티브를 취해야 한다. 그래야 대북 전략이 성공할 수 있다. 새 이니셔티브의 목표는 북한을 설득해 핵 개발 동결→핵무기 감축→비핵화를 단계적으로 이뤄 가는 것이다. 그러려면 워싱턴은 우선 평양의 안보 불안을 해소해 주어야 한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한·미 연합 훈련을 잠정적으로 연기·조정하는 것을 뜻한다. 장기적으로는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같은 이니셔티브는 적지 않은 의심과 회의에 직면할 것이다. 북한과의 협상은 시간낭비일 뿐이라고 믿는 사람이 많은 미국에서뿐 아니라 북한에서조차 말이다. 미국은 늘 전임 정부의 대북 협상을 무효화시킨다고 믿는 북한 관리 한 명이 올해 초 내게 이렇게 말했다. “4년 혹은 8년마다 휴지조각이 되는 문서를 만드느라 미국과 수십 년을 협상하느니 핵무기 개발이 훨씬 쉽다.”

그럼에도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에 관심을 갖고 있음을 시사하는 증거는 많다. 지난 7월 6일 평양 당국은 김정은의 이름까지 거명하며 미국과 비핵화 협상을 할 뜻이 있다는 성명을 냈다. 북한이 비핵화를 하려는 동기는 경제다. 김정은은 2011년 정권을 잡은 이래 경제를 살리겠다고 거듭 다짐해 왔다. 또 핵 개발을 밀어붙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신중하게 대화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고립되면 경제를 일으킬 기회는 영영 사라진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과 대화를 원한다는 평양의 성명을 액면 그대로 믿어줄 만큼 어리석은 사람은 없다. 그러므로 북한과 실제로 대화해 그들이 정말 협상을 원하는지 확인하는 것만이 최상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가 다해 가는 지금 미국의 대북정책을 변화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게다가 북한도 백악관의 주인이 바뀌면 미국의 대북정책이 어떤 식으로든 바뀔 것임을 안다. 그렇기에 지금 워싱턴이 새로운 이니셔티브를 취한다고 해도 북한이 호응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미국의 새 대통령은 취임 뒤 100일이 대단히 중요하다. 이 기간 중 북한의 핵 야욕을 제어하기 위한 새로운 창이 열리더라도 그 창이 오랫동안 열려 있지는 않을 것이다.

조엘 위트
한미연구소 연구원

◆원문은 중앙일보 전재계약 뉴욕타임스 신디케이트 12일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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