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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날리는 ‘5000억 야심작’ 에어버스 ‘눈물의 구조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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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항공기 회사인 에어버스의 날개가 꺾였다. 한때 ‘하늘 위 호텔’이란 수식어를 얻기도 했던 프리미엄 초대형 여객기 A380(사진) 수요가 세계 경기침체로 급감했다. 기술 문제로 생산 차질까지 빚어지면서 에어버스는 감원을 포함한 구조조정안을 검토하고 있다. [사진 플리커]

유럽 항공기 제조사 에어버스가 난기류(亂氣流)를 만났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8일(현지시간)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에어버스가 다음달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FT는 “구조조정안에는 인력감축이 포함될 예정이며 경영진은 조만간 노동조합과 감원 협상에 들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보잉과 함께 항공기 시장의 양대산맥인 에어버스가 구조개혁에 나서게 된 건 ‘수퍼 점보 여객기’ A380의 매출 부진 탓이 컸다.

세계 경기 침체 줄줄이 주문 취소
2012년 이후 매출 성장세 추락
2018년 생산 계획 12대에 그쳐

대당 가격이 우리 돈 약 5000억원에 달하는 이 초대형 여객기의 역사는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독일과 프랑스, 스페인에 고루 뿌리를 두고 있는 에어버스는 초대형 여객기 시장에서 오랜 맞수인 보잉에 뒤처져 있었다. 보잉이 일찌감치 최대 520여 명의 승객을 태울 수 있는 초대형 여객기인 보잉 747기를 개발한 만큼 후발주자인 에어버스로선 대적할 만한 전략 항공기가 필요했다. 개발 5년여 만에 시험 비행에 성공한 A380은 ‘하늘 위 호텔’이란 별칭을 얻으며 시장의 기대를 모았다. 좌석 간 간격을 넓혔지만 2층 구조로 설계해 일반석 기준으로 최대 800명까지 단번에 실어나를 수 있도록 했다. 시험비행 직후 에어버스는 향후 20년간 1200대에 달하는 A380 수요가 일 것으로 점칠 정도로 자신만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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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장은 에어버스의 기대와는 다르게 움직였다. 세계 경기 침체가 이어지자 항공사들은 고가의 초대형기 대신 중형 여객기로 속속 눈을 돌리거나 신규 투자 계획을 철회했다. 카타르 항공도 이 대열에 동참했다. “예정보다 항공기 인도가 수개월 늦어지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올 6월 에어버스에 중단거리 노선용인 중형항공기 A320 주문을 취소했다. 연비 효율을 동급 대비 15% 높인 60억 달러 규모의 A320 네오 주문도 재고하기에 이르렀다. 에어버스의 계획과 달리 엔진 개발이 늦어지면서 불거진 악재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카타르항공이 경쟁사인 보잉으로 눈을 돌릴 수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초대형 여객기 사업이 휘청하자 에어버스의 성장 곡선도 꺾였다. 매출 신장세는 2012년(전년 대비 14.96% 상승)을 정점으로 빠르게 추락했다. 블룸버그는 올해 에어버스의 매출 성장률이 전년 대비 1%에 그칠 것으로 추산했다. 수요 감소를 못 버틴 에어버스는 올 7월 A380 생산을 오는 2018년까지 12대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에어버스가 만든 A380이 27대인 점을 감안하면 3년 새 생산량이 반토막 난 셈이다.

악재는 이뿐이 아니다. 대형 군용수송기 A400M에 엔진문제가 발생하면서 14억 유로(약 1조7496억원)에 달하는 돈을 투입하게 됐다. 올해 군용기 인도 물량 역시 당초 계약한 9대에서 5대로 줄어들게 돼 또 한번 ‘생산 지연’이란 오명을 얻었다. 글로벌 투자회사인 제프리스의 샌디 모리스 연구원은 “일련의 악재로 인해 에어버스의 손실액이 오는 2020년까지 3억5000만 유로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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