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최악 수해에도…레인지로버 타고 농장 간 김정은

중앙일보

입력 2016.09.19 02:30

업데이트 2016.09.19 14:43

지면보기

종합 10면

지난 13일자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1~2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조선인민군 제810군부대 산하 1116호 농장을 방문한 소식이 사진 17장과 함께 실렸다. 지난 9일 5차 핵실험을 강행한 뒤 처음으로 공개된 일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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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영국제 고급 SUV 차량 레인지로버를 보유 중이라는 것이 노동신문 13일자 사진으로 확인됐다. 김 위원장의 1116호 농장 방문 소식을 전하며 노동신문이 13일 공개한 사진의 원 부분을 확대해 보면 북한 번호판을 단 레인지로버와 벤츠의 스프린터 모델이 보인다. [사진 노동신문]

이 중 정보 당국 관계자들이 주목한 건 2면 상단에 작게 실린 사진이었다. 김정은이 수행원들과 함께 풀숲을 넘어 농장으로 향하는 뒤로 그가 타고 온 것으로 보이는 차량이 작게 보인다. 분석 결과 이 차량은 영국제 고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제작사인 랜드로버의 레인지로버 모델로 파악됐다. 기본 사양이 1억원이며 최고급 사양은 한 대에 2억원을 호가한다. 국내에선 최근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김모 부장판사에게 선물해 화제가 됐다. 외관은 검은색으로 투박한 편이지만 뛰어난 성능으로 전 세계에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김정은도 이 마니아층에 포함되는 셈이다.

레인지로버 뒤로 보이는 흰색 밴은 메르세데스-벤츠가 제작한 스프린터 모델이다. 고급 앰뷸런스나 캠핑카 등으로 쓰이는 모델로, 김정은의 의료진이 수행하며 탑승하는 차량으로 정보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김정은이 2014년 10월 40여 일간의 잠행을 끝낸 뒤 공식 석상에 처음 나왔을 당시 노동신문 사진에도 수행차량으로 등장했다. 역시 기본 사양 모델이 1억4000만원을 호가한다. 이번 사진 공개는 김정은의 고급차 사랑을 재확인시켰다. 주민들은 태풍으로 인한 수해로 인명 및 재산 피해를 겪고 있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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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매체 내나라가 16일 공개한 함경도 수해 사진. 이 매체는 “인명피해가 수백 명에 달하며 6만8900여 명이 한지에 나앉았다”고 전했다. [사진 내나라]

북한 매체 내나라는 지난 16일 “해방 후 처음으로 되는(겪는) 대재앙”이라고 보도하며 함경북도 일대의 피해 사진을 공개했다. 관영 조선중앙통신도 “사망자와 행방불명자를 포함한 인명피해는 수백 명에 달하며 6만8900여 명이 한지에 나앉았다”고 사태의 심각성을 전했다. 그러나 김정은은 수해 현장을 직접 찾는 대신 13일 1116호 농장→15일 보건산소공장→18일 대동강 과수종합농장(보도 시점 기준)을 현지지도했다. ‘주민을 생각하는 지도자’로서의 성과를 과시할 수 있는 곳만 택한 셈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 매체가 핵실험 보도는 자제하고 김정은의 민생 행보를 강조하며 ‘애민 지도자’ 이미지를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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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수해 복구와 관련된 김정은의 공개 활동은 드물다. 조선중앙TV가 17일 김정은이 보낸 “유압식 굴착기가 청진시에 도착했다”고 보도한 것 정도다. 북한 조선중앙통신 등 관영 매체들은 “지난 8월 29일부터 9월 2일 사이에 함(경)북도 지구를 휩쓴 태풍”이라고 보도했다. 김정은은 태풍 피해의 심각성을 보고받고도 ‘9월 9일 오전 9시’에 5차 핵실험을 강행하도록 지시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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