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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에 폭우 가슴 졸인 경주 찾아가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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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경북 경주시 내남면 부지리와 황남동 한옥지구의 지진 피해 현장. 경주=김윤호 기자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18일 오전 경북 경주시 황남동 한옥지구. 주민 정해윤(67)씨가 오른쪽 발목에 붕대를 감고 파란색 천막으로 뒤덮인 지붕을 쳐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정씨의 한옥은 지난 12일 각각 규모 5.1, 5.8의 지진이 잇따라 발생한 이후 물이 새고 있다. 지붕 기왓장 대부분이 부서졌기 때문이다. 그는 “지진 이후에도 여진에 폭우까지 쏟아져 추석을 어찌 보냈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17일 저녁엔 집이 아예 내려앉을지 몰라 불안해 지붕을 살피다가 다리까지 다쳤다”며 답답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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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경북 경주시 내남면 부지리와 황남동 한옥지구의 지진 피해 현장. 경주=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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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씨 집처럼 경주의 상당수 한옥 지붕에 파란 천막이 씌워져 있었다. 지진으로 기왓장이 파손돼 물이 새는 등 2차 피해가 추석 연휴 계속 발생해서다. 실제 경주시에 접수(18일 오전 6시 현재)된 지진 피해 4086건 가운데 2166건이 기와가 떨어진 것이다. 한 60대 주부는 “추석 연휴 내내 옷을 다 입고 귀중품을 넣은 가방을 따로 챙겨두고 잠을 청했다. 동사무소에서 천막으로 대강 해놓은 임시 조치가 여진이나 비를 얼마나 버티겠느냐”고 불안해했다.

지진 여파로 경주 시민들은 불안한 추석을 보냈다. 지진 발생일인 12일에 이어 진앙인 경주시 내남면 부지리를 다시 찾았다. 부지리 입구 첫 번째 집. 80대 할머니가 걸레로 방바닥을 계속 닦아내고 있었다. 화장실 쪽 벽을 타고 빗물이 들어와서라고 했다. 할머니의 집안 천장은 2㎝ 정도 내려앉은 상태였다. 할머니는 “천장이 무너질까봐 불안해서 마루에 나와서 잠을 잔다. 추석 때 자식들도 빨리 집으로 돌려보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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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경북 경주시 내남면 부지리와 황남동 한옥지구의 지진 피해 현장. 경주=김윤호 기자

부지리에는 지진 최초 발생지로 지목된 화곡저수지가 있다. 17일 쏟아진 폭우 영향으로 저수지 아래쪽 하천에는 흙탕물이 쏟아져 내려가고 있었다. 우산을 쓰고 걱정스럽게 하천을 바라보던 최정봉(73)씨는 “비가 많이 와서 화곡저수지에서 물을 방류한 것 같다”며 “다행히 비가 잦아들어 범람 걱정은 덜게 됐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경주 도심 주민들도 마찬가지였다. 한국도로공사에서 근무한다는 한 40대 주부는 “방바닥에 귀를 대고 있으면 작지만 우르릉하는 소리가 들릴 정도의 여진이 최근까지 이어졌다. 불안해서 자식들을 경주로 부르지 않고 대구나 부산으로 부모들이 추석을 쇠러 떠나는 이웃도 있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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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경북 경주시 내남면 부지리와 황남동 한옥지구의 지진 피해 현장. 경주=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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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경북 경주시 내남면 부지리와 황남동 한옥지구의 지진 피해 현장. 경주=김윤호 기자

박종헌(61) 부지2리 이장은 “적십자사 도움으로 추석 연휴 진앙인 부지리 주민들이 심리치료를 받고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하지만 또 다시 지진 같은 재해가 일어나지 않을까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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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경북 경주시 내남면 부지리와 황남동 한옥지구의 지진 피해 현장. 경주=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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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경북 경주시 내남면 부지리와 황남동 한옥지구의 지진 피해 현장. 경주=김윤호 기자

경북도와 경주시 등은 1400여 명의 인력을 동원해 지진 피해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다. 신속한 피해 복구를 위해 경주를 특별 재난지역으로 선포하도록 정부에 건의한 상태다.

경주=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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