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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브리짓 존스의 베이비’로 돌아온 두 배우 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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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짓 존스가 돌아왔다. 첫 만남으로부터 15년 만이다. ‘브리짓 존스의 베이비’(원제 Bridget Jones’s Baby, 9월 28일 개봉, 샤론 맥과이어 감독)의 시작부터 브리짓은, 지난 세월 동안 자신의 삶이 얼마나 변했는지 말한다.

하지만 모두 알고 있다. 그는 여전히 사랑스러울 것이며, 결국 행복해질 것이라는 사실을. 그 덕분에 보는 이들도 행복해질 것이 틀림없다. 한 번 더 브리짓 존스와 마크 다시가 되기로 결심한 르네 젤위거(47)와 콜린 퍼스(56)가 아니었다면 누리지 못했을 행복이다. 미국 LA에서 이들을 만났다.


 <"브리짓은 영원히 나의 또 다른 이름">
브리짓 존스 역|르네 젤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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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UPI코리아 제공]

두꺼운 노트에 손글씨로 적어 내려갔던 브리짓 존스의 일기장은, 이제 손끝으로 두드리는 아이패드가 되었다. 다이어트에 성공한 브리짓의 경쾌한 걸음걸이가 살짝 어색하게 느껴지지만, 우리의 브리짓이 어디 갈 리 없다.

누구보다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바로 르네 젤위거다. “브리짓은 사랑스럽고 즐겁지만 완벽하진 않다. 그래서 재미있는 캐릭터다.

변화하고 성숙해진 부분도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브리짓 존스다운 면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었다.” 그 덕에 그는 여전히 놀랍도록 사랑스러운 사고뭉치로 40대 여성의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세상이 변한 것은 사실이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열정과 애정’(2004, 이하 ‘열정과 애정’)으로부터 셈해도 12년. 어느덧 과거와 달리 그가 경제적으로 쪼들리지 않을 만큼의 세월이 흐른 것이다.

젤위거는 ‘브리짓 존스의 일기’(2001) 이전의 자신을 “어렸고, 할리우드나 쇼 비즈니스에 대한 경험도 적어서 순진했다”고 말한다. 15년 전의 그에게 사람들이 제일 궁금해 한 것은 바로 ‘영국 액센트를 어디서 어떻게 배웠는지’ 그리고 ‘살을 어떻게 찌웠는지’였다. 당시 젤위거는 “브리짓의 몸이 그의 라이프스타일을 보여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샴페인과 담배 그리고 속마음을 마구 끄적인 일기장 같았던 서른두 살의 브리짓 존스. 지금은 다르다. 담배는 끊었고, 번듯한 직장과 아파트가 있다. “40대의 그는 더 자신감에 차 있고 덜 순진하게 변했을 것이라 생각했다. 여전히 빈 구석이 있을지라도 쉽게 동요하지 않는 낙천적인 모습이길 바랐다.”

그래서인지 브리짓은 무려 ‘임신’이라는 일생일대의 사건이 삶에 찾아온 순간에도 호들갑스럽지 않다.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에서 눈 돌리지 않고, 행복이 찾아온 순간을 마음껏 즐길 줄 안다. 그런 그의 모습이 조금 낯설지만 멀게 느껴지는 것만은 아니다.

10년 넘는 세월은 브리짓만 지나온 것이 아니라, 그가 스크린에 돌아오기를 기다린 관객들이 모두 공평하게 살아온 시간이기 때문이다.

젤위거의 필모그래피는 ‘마이 러브 송’(2010) 이후 줄곧 비어 있었다. “새로운 경험을 하기 힘든” 영화계를 잠시 떠나 “영화와 상관없는 일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나도 몰랐던 나를 찾아볼 시간이 필요했다. 인간으로 성장하기 위해 꼭 필요한 시간이었다.”

꽤 긴 휴식 이후 첫 촬영장이 세 번째 ‘브리짓 존스’ 시리즈라니, 아직도 길에서 “브리짓”이라 불린다는 젤위거의 운명이 아닐까. 마약처럼 매력적이었던 휴 그랜트는 돌아오지 않았지만, 콜린 퍼스는 여전히 옆에 있다. 1편의 감독이었던 샤론 맥과이어도 돌아왔다.

“동창회하는 기분이다. 퍼스와 나는 이 시리즈를 찍으면서 온갖 상황을 겪은 사이이기 때문에, 흑역사를 한 번 더 되풀이하는 건 별로 어렵지 않았다(웃음). 맥과이어 감독은 브리짓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브리짓이라면 어떻게 할까’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눌 때면 믿음직스럽다.”

브리짓의 귀환으로 기록 하나가 생겼다. ‘브리짓 존스’ 시리즈는 2000년대 이후 여성 감독이 전부 메가폰을 잡은 유일한 3부작이다. 무엇보다 여성 중심의 영화인 것이다. “최근에는 여성 영화인이 다른 누군가의 초대나 허락을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경계를 넘어 활동한다.

그 흐름을 지켜보는 것이 흥분된다.” 12년 전 ‘열정과 애정’ 개봉 당시 젤위거는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나와 브리짓은 닮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바로 그 브리짓 존스여서 기쁘다”고 이야기한다. 브리짓이 성장했듯 배우 자신이 성장했고, 그동안 소외됐던 40대 여성 이야기를 스크린으로 가져올 수 있었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다음 편이 만들어진다면…”이라는 질문에는 언제나 “예스!”다. 젤위거가 연기하는 브리짓이라면, 앞으로 다시 10년이 지난다 해도 기다릴 가치가 있을 테니까. 물론 그보다 빨리 만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말이다.


 <"내 안의 마크를 다시 불러냈다">
마크 다시 역|콜린 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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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UPI코리아 제공]

딱딱한 발음으로 필요한 말만 하며 도무지 웃지 않는 남자. 하지만 고백의 순간만큼은 누구보다 절실하고 간절해, 기어코 마주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마는 남자. 이런 마크 다시를 떠올리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하지만 콜린 퍼스는 그렇지 않았던 모양이다. “보수적인 영국 남자 역할은 자주 맡았지만 모두 다르기 때문에, 그중 마크 다시의 영혼을 불러와야 했다. ‘브리짓 존스’ 시리즈처럼 인기 많았던 영화는 관객들이 나보다 더 캐릭터에 대해 잘 기억하니까.”

자기 안의 마크를 되살려 내기 위해 1편을 다시 본 퍼스는, 이전에는 미처 몰랐던 사실 하나를 깨달았다. “우리가 얼마나 좋은 영화를 만들었는지” 새삼 알게 된 것이다.

15년 전엔 ‘마크 다시’라는 캐릭터가 소설 『오만과 편견』의 미스터 다시에게서 출발한 것임을 인지하고 연기했지만, 이제 이 인물은 그 자체로 충분해졌다. “다른 영화에서 하듯 일일이 과거에 대해 설명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브리짓 존스’ 시리즈를) 이미 다 봤으니까.”

‘열정과 애정’ 이후 ‘12년’이라는 시간 자체가 퍼스를 마크로 돌아오게 한 셈이다. “배우들과 마찬가지로 관객에게도 10년 넘는 시간 동안 수많은 일이 일어났을 것이다. 그중에는 후회할 일도 있었겠지. 그러니 사람들이 브리짓과 마크의 삶을 궁금해 하는 게 아닐까. 두 사람이 각자의 인생을 그동안 어떻게 보냈는지, 지금은 어떻게 살아가는지 알고 싶을 테니까.”

퍼스는 그렇게 또다시 마크가 되어야 할 이유를 찾았다. 그리고 15년 전에 이미 경험한 최고의 촬영장도 되찾았다. “촬영이 너무 즐거워서 죄책감이 들 정도였다. 돈 받고 하는 일이 재미까지 있다니!” 물론 이 완벽주의자에게 부담이 없었을 리는 없다. “코미디 연기가 가장 어렵다. 코미디 장르에서는 아주 작은 실수도 실패로 이어지거든.

개인적으로, 옛날의 그 코미디를 답습하고 있는 건 아닌가 걱정됐다.” 그 걱정을 덜어 준 것은 역시 우리의 ‘브리짓 존스’ 르네 젤위거다. “젤위거가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우리가 하고 있는 이 작업이 긍정적으로 느껴졌다.”

이번에는 휴 그랜트 대신 패트릭 뎀시와 연적이 된다. 퍼스의 마크는 뎀시가 연기한 미국인 잭 앞에서 어떻게 달라질까? 지난 두 시리즈에서 퍼스와 그랜트는 “어린아이들처럼 싸웠던 것”이 사실이다.

당시 인터뷰에서도 ‘두 배우가 실제로 싸우면 누가 이길까’를 두고 아옹다옹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제는 퍼스도 점잖은 답을 내놓는다. “마크 입장에서는 힘든 도전이다. 이번에는 단순히 ‘매력적인 나쁜 남자’와 ‘재미없지만 착한 남자’의 대결이 아니기 때문이다. 관객 각자의 경험과 연애관에 따라 다른 사람을 응원할 것 같다. 정확히 반반 나뉘지 않을까.”

원칙을 엄격하게 지키고 어떨 때는 고집불통이지만, 그래서 더 오랫동안 한결같을 것 같은 남자. 마크는 퍼스와 얼마나 닮았을까. “당연히 닮은 모습이 있다. 수트를 입으면 특히 그렇다. 그렇지만 나는 아빠로 산 세월만 25년이다. 이 부분이 명백히 다르다.” 퍼스는 미리 아빠가 된 사람으로서, 아빠가 될지도 모르는 마크에게 이런 말을 남겼다.

“아이가 태어나면 ‘인생이 돌고 돈다’는 걸 알 수 있다. 우리가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는 시간은 제한돼 있고, 영원한 삶이 없다는 걸 깨닫고 나면 더 옳은 결정을 내리게 된다.” 그렇다면 과연 마크는 자신의 아이일 확률이 50%인 문제 앞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까.

하나 확실한 것은, 이 영화의 엔딩까지 그 결정이 숨겨져 있으리라는 사실이다. 그러니 끝까지 “영화를 보며 뭘 느껴야 하는지 미리 정해 두는 걸 싫어하는” 퍼스처럼 열린 마음으로 지켜볼 수밖에. 그게 바로 ‘브리짓 존스’ 시리즈의 매력이니까.

윤이나 영화칼럼니스트
이경민 기자 lee.rache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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