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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무버 노리는 글로벌 기업은 지금] 신사업 속도전, M&A가 지름길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IT기술을 필두로 세계 산업 지형도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급변하고 있다. 정보기술의 총아였던 PC는 30년 이상 최대 성장산업으로 영광을 누렸지만, 그 뒤를 이은 스마트폰은 세상에 나온 지 10년 만에 쇠퇴기를 걱정해야 할 정도다.

구글·페이스북·소프트뱅크·알리바바 발 빠른 움직임 … 드론·가상현실·인공지능 분야에서 각축전

이제 강한 자가 살아 남는 게 아니라 빠른 자만이 살아 남는다. 지금까지의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 전략에서는 활용형 연구(Exploitative research), 지속성 혁신(Sustaining innovation)을 위해 기업 중앙연구소를 통한 자체 R&D가 적합했다.

하지만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전략으로 선회해야만 하는 지금은 탐색형 연구(Explorative research)와 파괴적 혁신(Drastic innovation)이 필수다. 이를 가능케 하는 수단이 발 빠른 M&A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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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은 이세돌 9단과 세기의 바둑 대결로 화제를 낳은 인공지능(AI) 컴퓨터 ‘알파고’를 만든 영국의 딥마인드를 인수했다. 이세돌(가운데)과 하사비스 딥마인드 대표(왼쪽), 에릭 슈미트 알파벳 회장.

국내외 모든 기업이 신사업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새로운 성장엔진을 찾기 위해서다. 하지만 뚜렷한 성공 사례를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아이템 발굴부터 인큐베이팅에 이어 실행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생각만큼 순탄치 않기 때문이다.

시장이나 경쟁 여건이 급변하는 경우도 다반사고, 기술 개발도 기대했던 것만큼 용이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 특허에 발목이 잡히는 경우도 흔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기업 인수합병(M&A)을 고려해 볼 수 있다. M&A는 주로 기존 사업의 규모와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해왔다.

하지만 현재와 같이 시장과 기술의 변화가 빠른 시대에는 유용한 신사업 개척 수단이 될 수 있다. 자체 연구개발(R&D)만으로는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고 판단한 글로벌 공룡 기업들은 이미 M&A에서 답을 찾고 있다. 미래의 유망 스타트업 쇼핑으로 불안한 미래를 대비하고 있는 것이다.


유망 스타트업 쇼핑으로 미래 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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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대표하는 굴지의 IT업체 시스코의 역사는 곧 M&A의 역사다. 지난 1993년 이후 진행한 M&A 거래만 무려 120여 건이고, 1993년 이후 약 7년 간 70배 급등한 주가는 신기술 벤처 인수 후 역량을 높이는 시스코의 A&D(Acquisition & Development) 전략이 성공적이었음을 방증한다.

인터넷 라우터 사업으로 출발했던 시스코는 크레센도·그랜드저션 등 스위치 업체들을 연이어 인수하면서 라우터에서 스위치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했다. 이후 웹엑스·스타렌트·머라키·누오바 등을 인수하면서 네트워크 장비 기반의 화상회의 시스템을 제공했고, 인터넷프로토콜(IP)을 사용한 네트워크 연관 사업 전분야로 영역을 확대했다.

시스코는 2015년에도 사물인터넷(IoT) 실시간 분석회사 파스트림, 네트워크 보안 회사 랜코르, 화상회의 소프트웨어회사 아카노 등을 잇따라 M&A했다. 지난 2월에는 IoT 플랫폼회사 재스퍼테크놀로지를 14억 달러에 전격 인수했으며, 연이어 클라우드 스타트업인 클리커와 네트워크 장비용 반도체 회사인 리에바를 인수했다. 시스코의 혁신 원천은 M&A에 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구글도 빼놓을 수 없다. 1998년 설립된 이래 130여 개 기업을 M&A하며 성장해온 구글의 경우 특히 세 번의 홈런성 M&A가 관심을 끈다. 첫 번째 홈런은 2005년에 ‘안드로이드의 아버지’ 앤디 루빈으로부터 인수해서 2007년 본격 출시한 모바일 OS ‘안드로이드’이다. 현재 안드로이드의 세계 모바일 OS 시장 점유율은 86.2%에 이른다.

두 번째 홈런은 2006년 인수한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이다. 인수 당시만 해도 16억5000만 달러라는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는 회의론이 무성했지만, 현재 유튜브는 사용자수 10억 명과 기업가치 700억 달러를 넘기며 세계 동영상 플랫폼의 정점에 올라섰다.

세 번째는 최근 이세돌 9단과 세기의 바둑 대결로 화제를 낳은 인공지능(AI) 컴퓨터 ‘알파고’이다. 구글이 약 6억2500만 달러를 주고 인수한 영국 벤처기업 딥마인드의 작품이다.


잠잠하던 애플도 M&A 늘릴 태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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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도 뒤지지 않는 빅딜을 성사시킨 회사다. 페이스북은 2014년 메시징 애플리케이션(앱) 선두주자 왓츠앱을 190억 달러라는 거금을 들여 인수했다. 무리수가 아니냐는 일부의 걱정에도 왓츠앱은 페이스북보다 빠른 속도로 월간 사용자 수를 늘려왔다.

특히 브라질·인도·멕시코·러시아 등 신흥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했다. 2014년 성사된 ‘오큘러스 VR’ 인수도 눈여겨볼 사례다. 이를 통해 페이스북은 단번에 가상현실(VR) 시대를 이끌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페이스북은 오큘러스를 게임과 영상 감상, 스포츠 중계, 원격학습, 원격진료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페이스북은 인공지능(AI) 관련해서도 2015년에 음성인식 통합 플랫폼인 윗에이아이, 동작인식 기술을 가진 페블스인터페이스 등을 인수했다.

이에 비해 현금 2330억 달러를 쥐고 있는 애플은 그동안 M&A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지난 2011년 이후부터 2016년 2분기까지 애플의 M&A는 49건에 불과했다(같은 기간 구글은 133건). 규모를 봐도 2014년 30억 달러에 사들인 헤드폰 제조 업체 비츠일렉트로닉스 정도가 눈에 띈다.

그 외에는 모두 신규 분야보다는 본업을 보완하는 측면의 M&A에 집중했다. 그러나 애플도 최근의 매출 정체를 돌파하기 위해 대규모 M&A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특히 인공지능(AI)에 대한 애플의 행보가 눈에 띈다.

애플은 업계 최초로 지능형 음성비서 서비스인 시리(siri)를 2011년에 공개한 바 있는데, 최근에 스웰·톱시·보컬IQ·퍼셉티오 등의 관련 스타트업을 인수해서 AI 역량을 대폭 강화했다. 전문가들은 애플이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시리를 업그레이드하는 것은 물론 향후 자율주행차에 적용할 기술도 선보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시아로 눈을 돌려보면 한발 앞선 M&A로 성장을 구가해 온 일본의 소프트뱅크가 있다. 소프트뱅크는 1995년 미국 야후에 150억엔을 투자해 지분 37%를 인수한 이래, 2000년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에 2000만 달러를 투자(현재 가치 650억 달러)해 이른바 대박을 터뜨린 바 있다.

2006년에는 보다폰 일본 법인을 인수(인수가 150억 달러)했고, 2010년 간이 휴대폰 업체 윌컴, 2012년 일본 4위 이동통신업체 이액세스를 거쳐 2013년에는 미국 통신업체 스프린트를 인수(인수가 220억 달러)하면서 통신사업으로 영역을 넓혔다. 2013년에는 핀란드 모바일 게임업체 슈퍼셀을 인수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영국 반도체 회사 ARM 홀딩스를 234억 파운드(약 35조 1800억원)에 전격 인수키로 해 화제가 됐다. ARM은 생산시설 없이 칩 설계와 개발만 담당하는 팹리스 업체인데, 칩의 지적 재산권(IP)을 퀄컴이나 삼성전자 등 칩 제조사에 판매해 로열티를 받고 있다.

세계 스마트폰 중 95%가 ARM 기술을 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탑재 중이다. 전문가들은 소프트 뱅크가 이번 인수를 통해 IoT·로봇·커넥티드카 등 차세대 사업에서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계 M&A 시장 거래 규모 갈수록 커져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딜로직(Dealogic)에 따르면 2015년 세계 M&A 시장 거래 규모는 5조 달러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000년 대 중반 증가했던 M&A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크게 위축됐지만, 2014년을 기점으로 활기를 되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엔 인수 규모가 100억 달러 이상의 ‘메가딜’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의 컴퓨터 조립업체 델이 스토리지 기업인 EMC를 670억 달러에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해외 업체들을 중심으로 시장의 판도를 단숨에 뒤집으려는 M&A 시도가 확산되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 기업의 신사업·신기술 M&A 실적은 신통치 않다. 특히 지금과 같은 불황기는 M&A의 최적기임에도 우리 기업들은 보수적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우리나라의 해외 M&A 규모는 389억 4000만 달러(347건)에 그쳤다. 같은 기간 일본의 3019억 5000만 달러(1779건), 중국의 2808억 3000만 달러(1275건)에 크게 못 미친다. 건당 M&A 규모도 중국이 2억2000만 달러, 일본이 1억7000만 달러인데 비해 한국은 1억1000만 달러에 그쳤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국내 대표기업인 삼성전자를 필두로 서서히 M&A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2014년 8월 IoT 개방형 플랫폼을 개발하는 미국의 스마트 싱스를 인수했다.

이 플랫폼을 이용하면 사용자들이 모바일 앱을 통해 원격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집이나 사무실도 제어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싱스 인수를 통해 IoT 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된 것은 물론, 완전한 개방형 플랫폼을 지향한다는 방침도 세우게 됐다. 삼성전자는 향후 4년 간 미국 IoT 분야에 약 12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추가 M&A 방침도 밝혔다.

또한 2015년 2월에는 미국의 모바일 결제 솔루션 스타트업인 루프페이를 2억5000만 달러에 전격 인수했다. 이 업체의 마그네틱보안전송(MST) 기술을 이용해서 삼성전자는 인수 6개 월 만에 간편결제 서비스인 삼성페이를 출시했고, 모바일 결제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할 수 있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삼성페이가 1년가량 앞서 있던 ‘애플페이’를 편리성에서 뛰어 넘었다고 평가했다.

앞으로도 삼성의 M&A 투자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최종 인수에 이르기 전에 유망 스타트업에 지분 투자를 하고 추후 인수 여부를 저울질하는 방안도 병행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도래에 대비해서 삼성의 벤처투자 전문 계열사인 삼성벤처투자는 미국 자율주행차 개발 스타트업인 누토노미와 자율주행차의 눈 역할을 하는 레이더 개발회사 쿼너지시스템즈에 투자했다.

또한 이디본·익스펙트랩스·비캐리어스 등 7개의 AI 기업에 투자했고, VR 콘텐트를 만드는 바오밥스튜디오에도 투자했다. 또한 미국 실리콘밸리에 이어 이스라엘 스타트업 18곳에도 투자를 단행했다.


삼성전자, 해외 기업 인수로 영역 확대 중



한국인의 대표 플랫폼 카카오도 M&A를 통해 성장을 모색하고 있다. 캐시카우 역할을 했던 카카오 게임의 수익성이 떨어지자 M&A로 신사업 동력 만들기에 나선 것이다.

2014년 12월 어린이집 스마트 알림장을 서비스 중이던 ‘키즈노트’를 66억 7000만원에 인수했고, 2015년에는 지하철 노선도를 제공하는 ‘지하철 내비게이션’, 기업 투자 전문 회사 케이큐브벤처스를 55억6000만원에 인수했다. 같은 해 5월에는 내비게이션 ‘김기사’를 서비스하는 록앤롤 지분 100%를 626억원에 사들였다.

올해 초에는 멜론 운영사 로엔엔터테인먼트의 지분 76.4%를 1조8740억원에 인수했다. 카카오는 2015년 5월, 미국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패스’와 ‘패스 톡’의 자산을 인수하는 등 해외 M&A도 본격화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현재 글로벌 M&A 시장에서 가장 큰 손은 중국 기업들이다. 자국 정부의 든든한 지원과 자금력을 앞세워 세계 유망 기업과 벤처를 싹쓸이하면서 ‘M&A 굴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회계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 따르면 중국 기업의 해외 M&A 규모는 올해 1~6월까지 1340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였던 작년의 1068억 달러를 이미 넘어섰다.

세계 M&A 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7%로 독일(18%)과 미국(12%)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올해 연간으로 중국 기업의 해외 M&A 규모가 20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인수 대상도 다양해지고 있다. 이전에는 호주나 중남미 지역의 자원이나 에너지 부문에 집중됐지만, 최근에는 기술력과 브랜드 파워가 있는 미국·유럽의 IT·제조업·소비재 기업으로 다변화하는 모습이다.

특히 IT 분야의 M&A가 급증하고 있는데, 우선 중국을 대표하는 가전 업체인 메이디는 올해 3월부터 일본 도시바 백색가전 사업 부문, 이탈리아 가전기업 클리베, 독일 산업용 로봇 1위 쿠카의 지분을 잇따라 인수하면서 영향력을 높였다.

메이디와 함께 중국 양대 가전사로 꼽히는 하이얼도 올해 초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의 가전 부문을 54억 달러에 사들였다. 그 외 중국판 넷플릭스로 불리는 러에코는 미국 2위 TV 제조 업체 비지오를 20억 달러에, 알리바바는 싱가포르 전자상거래 업체 라자오를 10억 달러에 각각 인수하는 등 영토 확장을 지속하고 있다.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은 중국이 한국 업체들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15년도 기업 결합 동향과 특징’을 보면 지난해 외국 기업이 국내 기업을 인수한 데 따른 기업결합 신고는 모두 32건(5조1000억원 규모)인데 이 중 중국 기업의 한국 기업 인수가 10건(1조600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2014년의 4건(6000억원)에 비해 건수로는 150%, 금액으로는 167% 급증한 수치이다.

글로벌 업체들의 M&A 행보는 미래를 읽는 나침반이다. 업체마다 주력 분야의 차이로 인해 다양한 분야의 M&A가 진행되고 있지만, 공통 분야 세 가지를 든다면 드론, 가상현실(VR), 인공지능(AI)을 꼽을 수 있다.


글로벌 기업의 행보는 미래 읽는 나침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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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은 가장 많은 기업이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분야다. 구글은 2013년 열기구를 이용, 오지에서도 와이파이 신호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프로젝트 룬’을 시작한 데 이어 2014년 태양광 드론 제작사 타이탄 에어로스페이스를 인수해 ‘프로젝트 타이탄’을 가동했다.

드론으로 와이파이 신호를 발생시켜 인터넷을 쉽게 사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다. 페이스북은 타이탄 에어로스페이스를 놓고 벌인 구글과의 인수 경쟁에서 실패한 후 어센타라는 새로운 드론 업체를 인수해서 ‘프로젝트 아퀼라’를 개발 중이다.

VR은 구글·페이스북 외에도 애플·인텔·알리바바와 같은 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단순히 하드웨어가 아닌 근본적인 플랫폼과 콘텐트 확보 등 생태계 구축이 목표다. 특히 애플은 지난해 4월 이스라엘 듀얼 카메라 업체 링스컴퓨테이셔널이미징을 인수하면서 VR에 대한 본격적인 투자를 시작했다.

이후 VR 관련해 2015년 6월 메타이오, 11월 페이스시프트를 M&A했고, 올해 들어서도 표정인식 기술 업체인 이모션트와 플라이바이미디어 등을 연이어 인수하고 있다.

AI는 구글이 앞서가고 있다. 2014년 1월 인수한 영국의 딥마인드는 스스로 경험을 통해 학습하고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머신러닝 업체다. 현재 딥마인드는 알파고와 DQN을 보유하고 있는데 알파고는 바둑, DQN은 각종 비디오 게임에서 활약하고 있다.

애플도 개발자와 데이터 분석자를 위한 머신러닝 플랫폼 업체 투리를 약 2억 달러에 인수했다. 인텔은 최근 딥러닝 분야 스타트업 너바나시스템스를 3억5000만 달러에 매입했고, 이에 앞서 세일즈포스의 메타마인드, 아마존의 오비어스, 트위터의 매직포니, MS의 완드랩스, 구글의 우드톡스 등 인수도 AI 관련 M&A로 주목받고 있다.

IT기술을 필두로 세계 산업 지형도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급변하고 있다. 정보기술의 총아였던 PC는 30년 이상 최대 성장산업으로 영광을 누렸지만, 그 뒤를 이은 스마트폰은 세상에 나온 지 10년 만에 쇠퇴기를 걱정해야 할 정도다.

이제 강한 자가 살아 남는 게 아니라 빠른 자만이 살아 남는다. 지금까지의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 전략에서는 활용형 연구(Exploitative research), 지속성 혁신(Sus taining innovation)을 위해 기업 중앙연구소를 통한 자체 R&D가 적합했다.

하지만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전략으로 선회해야만 하는 지금은 탐색형 연구(Explorative research)와 파괴적 혁신(Drastic innovation)이 필수다. 이를 가능케 하는 수단이 발 빠른 M&A인 것이다.

M&A(혹은 그 전 단계의 지분 투자)를 통해 신사업·신기술에 대한 글로벌 시장의 큰 흐름을 읽고 민첩하게 대처할 수 있다. 관련 기술과 핵심 인력을 한꺼번에 확보해 자체 개발에 따르는 사업상·기술상의 실패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시장 선점을 통해 중국 등 경쟁자의 도전을 사전 차단하는 것 외에도 우리 기업의 아킬레스 건이라고 할 수 있는 원천기술 부족 문제를 한 방에 해결할 수도 있다.


실패만 남긴 야후의 전방위 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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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자금력만 가지고는 안 된다. 실제 M&A의 70~90%는 실패한다는 게 정설이다. M&A의 목적이 분명하고, 이를 전담할 역량이 있어야 하며, 이후 통합 과정까지 순조롭게 할 능력을 갖춰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때 인터넷 업계의 수퍼스타에서 순식간에 바닥으로 추락한 야후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야후는 2012년부터 모바일, 비디오, 내이티브 광고와 소셜 분야로의 확장을 위해 무려 53개의 기업을 인수했지만, 인수 기업 대부분이 원래 서비스를 중단하고 야후 내부의 팀으로 흡수되면서 그 자체적으로는 아무런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인수 목적 자체가 불분명한 것도 많았다.

M&A 성공을 위해서는 탐색(Searching), 가치평가 (Valuation), 통합(Integration) 과정에 치밀한 노력과 준비가 있어야 한다. 우선 탐색 단계에서는 최적의 인수대상을 선별하는 선구안이 필요하다. 사전에 필요한 쇼핑 리스트를 작성하고 여기에 맞춰 매물을 찾아야 한다. 충동 구매는 후유증이 크다.

가치평가는 최적 가격을 산정하고 인수 타이밍을 결정하는 능력을 말한다. 소문이 무성하면 인수 프리미엄이 높아지게 되고 결국 인수하더라도 승자의 저주를 피할 수 없다. 통합은 피인수 기업에 대한 위압적 태도를 지양하고 개방적 자세로 역량을 흡수할 수 있어야 한다. 국가·기업 간 문화와 관행의 차이를 좁히려는 세심한 노력이 필수다.

끝으로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M&A에 나서게 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일반 대중의 노력도 뒷받침돼야 한다. 우선 대기업집단 지정제도나 공정거래법 등이 기업의 M&A 의욕을 억누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우리 기업의 경쟁력 강화, 나아가 국가의 성장동력 회복을 위해 각종 제도 개선과 규제완화, 세제 지원 등의 유인책이 마련돼야 한다.

M&A에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는 M&A 앞에 흔히 ‘적대적’ 혹은 ‘공격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것처럼 M&A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은연중에 깔려있다. 물론 돈을 앞세운 문어발식 확장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사는 측과 파는 측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M&A라면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 M&A를 통해 신기술에 목마른 대기업과 IPO(기업공개) 외에 조기 출구전략이 필요한 중소·벤처기업 간에 자연스런 상생의 생태계가 형성될 수 있다.

박용삼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yspark@pos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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