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NG] [이색 고교 탐방]한국의 ‘아이언맨’…대전동신과학고 창업 3인방

TONG

입력 2016.09.16 10:39

업데이트 2016.09.16 10:58

전기자동차 테슬라에서 민간 우주 개발업체 스페이스X까지…. 영화 ‘아이언맨’의 실존 모델 엘론 머스크는 인류의 화성 이주를 꿈꾼다. 이런 머스크의 얘기를 들으며 NASA 홈페이지를 제 집처럼 드나든 어린이들이 고등학생으로 자라 발명에다 창업까지 척척 해 내고 있다. 불을 끄는 소화기, 사람을 구하는 드론, 인공위성을 쏘아 올릴 로켓까지 만들어 인류를 구하겠다는 한국판 아이언맨의 꿈이 영글고 있는 대전동신과학고를 찾아갔다.

한 눈에 보는 학교 정보

연혁1992년 ‘동신고’ 개교
2010년 과학중점학교, 자율형 공립고 지정
2014년 특수목적고(과학고) 전환, ‘대전동신과학고’ 개명
학생 현황1학년 5학급(남 50, 여 29)
2학년 5학급(남 62, 여 21)
3학년 5학급(남 40, 여 14)
신입생 모집대전시 또는 과학고 없는 광역 시도 중학생 등
입학 전형자기주도 학습전형으로 정원 내 80명(일반 64+사회통합대상자 16), 정원 외 3명 이내
수학, 과학 뛰어난 학생 1단계 서류평가(교과성적 100점+학생부, 자기소개서, 추천서 100점)로 2배수 이내 선발 → 2단계 방문면담과 면접으로 최종 선발(교과성적 100점+방문면담 100점+면접 150점)
소재대전시 동구 옥천로 423(비룡동)

1만 원짜리 불 끄는 공?

대전동신과학고 3학년 임채현(왼쪽) 군이 창업 동료와 함께 던지면 불을 꺼 주는 투척식 구형 소화기를 들어 보이고 있다.

대전동신과학고 3학년 임채현(왼쪽) 군이 창업 동료와 함께 던지면 불을 꺼 주는 투척식 구형 소화기를 들어 보이고 있다.

도무지 소화기 같지 않다. 크기는 볼링공보다 작고 모양은 도깨비 방망이처럼 돌기가 나 있다. 불이 난 곳에 던지거나 굴리면 저절로 터져 소화액이 분사돼 반경 2m 내 불길이 잡힌다. 돌기는 고온을 감지하면 도화선처럼 녹아들어 위치를 고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 모든 작동이 자동 센서가 아니라 아날로그 방식이어서 저렴하게 만들 수 있다. 1만 원 정도에 살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3학년 임채현 군은 “어릴 때 집 앞에 큰 불이 났는데 소방차가 올 때까지 사람들이 손을 못 써 결국 다 탔다”면서 “무용지물인 소화기를 보고 좀 더 편리한 제품이 없을까 고민했다”고 밝혔다. 기존 분사형 소화기는 무거운 데다 작동법이 까다롭고 불 가까이 가야 해 위험하다. 화재가 나면 사람들이 당황해 소화기를 던진다는 말에 임 군은 아이디어를 얻었다. 투척식 소화기도 일부 개발돼 있지만 여전히 길쭉한 형태로 비싸고 꼭 명중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투척식 구(球)형 소화기의 시연 장면. [사진제공=대전동신과학고]

투척식 구(球)형 소화기의 시연 장면. [사진제공=대전동신과학고]

임 군과 동신과학고 친구 2명(조기 졸업)은 이 투척식 구(球)형 소화기를 개발해 전국과학전람회와 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 특상을 잇따라 받았고 최근 특허 출원을 하면서 ‘퓨처 디자이어드(Future Desired)’란 회사를 차렸다. 여러 모델로 10여 차례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시제품을 완성, 2018년 시판할 계획이다.

사업가인 임 군의 아버지는 기술 개발에는 전혀 도움을 못 줬지만 사무실(대전 용전동)을 빌려 줬다. 동신과학고 김상규 교장은 “임 군이 발품을 팔아 공단에서 부품을 뒤지는 등 모든 걸 스스로 해 내고 있다”고 대견해 했다.

임 군은 국내 고교생 최초로 레일건(차세대 신무기) 발사에 성공한 전력이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양성자가속기연구센터에 가입한 첫 고교생으로 그야말로 국가적인 과학 꿈나무다. 현재 한국과학기술원(KAIST) 진학을 생각하지만 일본 국비 유학도 허가받은 상태. 학업과 창업 두 마리 토끼 다 놓치고 싶지 않다.

인명 구조 드론 개발한 ‘나사 키즈’

인명구조용 드론 회사를 차린 대전동신과학고 3학년 이영석 군.

인명구조용 드론 회사를 차린 대전동신과학고 3학년 이영석 군.

3학년 이영석 군은 어릴 적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스피릿호가 화성에 착륙하는 모습을 잊을 수 없다. NASA와 ESA(유럽우주국)의 홈페이지를 수시로 들어가 로켓 발사와 화성 탐사 과정을 보고 또 봤다. 인류의 화성 이주 프로젝트를 이끄는 총책임자가 되겠다는 꿈도 생겼다. 하늘을 나는 미래형 탐사선을 고민하다 드론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엘론 머스크처럼 기술 뿐 아니라 회사 경영을 알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이영석 군이 인명구조용 드론의 시제품으로 실험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전동신과학고]

이영석 군이 인명구조용 드론의 시제품으로 실험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전동신과학고]

이 군이 마침내 자신이 개발한 구명 드론으로 ‘에어드론’이란 벤처 기업을 만들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창업 자금을 따내 항우연과 KAIST 내 사무실을 쓰고 있다. 지상에 떠 있는 헬륨풍선(기낭)에 구명장비가 든 드론을 부착시켜 조난자가 발생하면 드론이 날아가 구명장비를 떨어뜨려 준다. 구명장비는 물에 닿으면 바로 터져서 구조에 유용한 튜브 형태가 된다. 드론은 배터리 용량 때문에 30분 이상 떠 있을 수 없어 평소에 애드벌룬과 같은 기낭에 매달려 있다 필요할 때 출동하는 개념이다.

현재 중소기업체와 3000만원 상당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 군은 “앞으로 스스로 인식하고 움직이는 인공지능 기능까지 탑재할 것”이라고 다부진 포부를 밝혔다.

“우주 개발로 인류 과제 해결하고파”

로켓엔진을 개발하는 페리지 로켓의 창업에 참여한 대전동신과학고 2학년 김상훈 군.

로켓엔진을 개발하는 페리지 로켓의 창업에 참여한 대전동신과학고 2학년 김상훈 군.

2학년 김상훈 군은 화성탐사선을 실은 로켓델타Ⅱ의 발사 장면이 지금도 선명하다. 불과 5살이었는데 말이다. 로켓에 심취한 꼬마는 결국 고교를 마치기도 전에 로켓 회사에 들어갔다. 올 4월 창업한 페리지 로켓(Perigee Rocket LLC)에 36만 원을 출자한 주주이자 직원이다.

페리지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항공우주 분야의 스타트업으로 캐나다 워터루대, 포스텍, 카이스트 등 대학생과 고교생 3명 등 모두 2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공동대표인 워터루대 1학년 신동윤 군과 용인외대부고 박동세 군은 얼마 전 ‘우주헬멧’으로 미 항공우주경진대회(나사, 스페이스X 등 후원) 1등을 한 학생들. 신 군은 캐나다 세이트캐서린고 졸업시험 4.3 만점에 4.29를 받은 IQ 158의 멘사 회원이다.

신 군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김 군의 활동을 보고 영입했다. 그는 “상훈이가 연구를 참 체계적으로 정리해 놓았더라”고 말했다. 김 군 역시 신 군의 활약상을 알기에 주저가 없었다. “신 대표가 로켓 관련 논문만 수백 편 다 읽은 걸 보고 혀를 내둘렀다”고 말했다. 김 군은 사무실(대전 둔산동)의 막내지만 로켓엔진 개발의 큰 몫을 담당하고 있다.

우주항공 분야 스타트업인 페리지 로켓의 신동윤(가운데) 대표와 김상훈(오른쪽 두번째) 군 등이 회의하는 모습.

우주항공 분야 스타트업인 페리지 로켓의 신동윤(가운데) 대표와 김상훈(오른쪽 두번째) 군 등이 회의하는 모습.

페리지는 2020년 지구 저궤도에 인공위성을 쏴 올릴 로켓엔진 개발이 목표다. 기존 가격 20분의 1로 세상에서 가장 저렴한 상용 발사체를 만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페이스북이나 구글 등의 우주 인터넷 프로젝트만 해도 시장은 엄청나리라 본다. 그러나 페북 위성을 실은 스페이스X의 로켓이 폭발했다는 소식에서 보듯 민간이 하기에 벅찬 영역인데 한국의 10대, 20대가 뛰어들었다. 현재 장학금과 아르바이트 등으로 충당하고 있지만 조만간 연소 시험이 성공하는 대로 투자를 유치할 생각이다.

페리지 취업이 진학을 위한 스펙 아니냐는 세간의 시선에 대해 김 군은 “조기 졸업이 확정돼 카이스트에 원서를 냈지만 진학과 취업은 별개”라고 말했다. 그는 “진학이 목표였다면 공부에만 매진하는 게 맞다”면서 “다시없을 기회라고 생각해 내린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로켓 만들기가 즐거워 여기까지 왔고 앞으로도 엘론 머스크처럼 우주 개발에 동참, 인류의 과제를 해결하는 게 꿈이다.

신흥 명문으로 떠오른 대전동신과학고

왼쪽부터 김상훈, 임채현, 이영석 군.

왼쪽부터 김상훈, 임채현, 이영석 군.

임채현(왼쪽) 군이 동료와 회의하는 모습.

임채현(왼쪽) 군이 동료와 회의하는 모습.

이 학생들 중 과학자 집안에 ‘금수저’는 한 명도 없었다. 대전동신과학고가 전통 명문고도 아니다. 과학고로 전환한 지 3년이 채 안 됐다. 영재학교로 바뀐 대전과학고에 15명 정도가 가고 나머지 수학, 과학에 뛰어난 학생들이 대전의 유일한 과학고인 동신에 들어온다. 숲으로 둘러싸인 교정에서 전원이 기숙사 생활을 한다. 건물 뒤로 천체망원경을 구비한 천체과학돔의 위용이 눈에 띈다. 유해 시설이 없는 환경에다 밤이 되면 불빛도 사라져 전국에서 가장 관측하기 좋은 장소라는 입소문도 났다.

1학년 탐구 활동 팀에 책임연구원(박사 또는 교수) 1명이 배치되는데 대덕연구단지가 있어 협조받기 유리하다. 연구소 견학하기도 쉽다. 2~3학년이 되면 개인 논문을 제출해야 한다. 2016학년 대입에서 서울대 5명, 카이스트 25명 등을 보냈다. 당시 3학년은 일반고(자율형 공립고)로 들어온 학생들이었다. 2017학년엔 3개 학년 모두 과학고 체제가 된다. 최근 마감한 2017학년 신입생 모집에서는 3.5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글=박정경 기자 park.jeongkyung@joongang.co.kr
사진=장진영 기자 artj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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