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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대기자의 뉴스분석] 대북 핵억지력 공세적으로 전환할 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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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대기자

김정은의 북한 핵국가 지위 획득의 의지가 요지부동이라는 것, 북한 핵탄두의 소형·경량화가 거의 완성 단계에 왔다는 것, 이것이 북한 5차 핵실험의 메시지다. 5차 핵실험의 시기 선택도 웅변적이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한·러 정상, 중국 항저우에서 한·중 정상,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한·미, 한·일 정상들이 북핵불용의 의지를 잇따라 표명한 직후 김정은은 보란 듯이 핵무장 ‘마이웨이(My way)’의 큰 걸음을 뗐다.

김정은 5차 핵실험, 핵보유국·핵소형화 메시지
미, 유사시 본토·괌 등 전략자산 총동원 밝히고
한국은 킬체인 완성하고 핵잠수함 보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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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배치 결정도 김정은에게는 무의미했다. 김정은이 건재하는 한 6차 핵실험도 시간 문제다. 핵무기 개발의 한 사이클에는 최소한 여섯 번의 핵실험이 필요해서다.

북한은 2006년 10월 1차 핵실험 3년 뒤인 2009년 5월 2차 핵실험을 했다. 2차 핵실험에서 2013년 2월 3차 핵실험까지는 4년이 걸렸다. 2016년 1월 4차 핵실험에서 9월 9일 5차 핵실험까지 걸린 기간은 8개월. 3~4년의 핵실험 주기가 깨졌다. 이건 무슨 뜻인가. 북한 핵기술이 그만큼 발전·축적되었다는 의미다. 5차 핵실험으로 핵탄두의 소형·경량화가 실전배치 직전 단계까지 왔다고 생각된다. 작고 가벼운 핵탄두를 개발하는 것은 단·중·장거리 미사일에 탑재해 한국·일본·미국의 목표물을 타격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미사일 시험발사의 발걸음이 빨라진 것이다.

북한은 3월 10일 스커드 계열 탄도미사일 2발의 시험발사를 시작으로 9월 5일 스커드-ER 미사일 3발 발사까지 무려 13번의 미사일 시험발사를 했다. 4월, 7월, 8월에는 남한의 후방 기습공격에 최적의 무기인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도 발사했다. 핵탄두의 소형·경량화를 위한 다섯 번의 핵실험과, 올해만 16번 발사한 미사일과, 3번의 SLBM 시험발사는 한 묶음(set)으로 진행됐다.

김정은이 “우리도 핵국가”라고 선언할 수 있을 때까지는 국제 제재는 말할 것도 없고, 중국의 압력도 북한에 대한 식량·에너지 공급 전면 중단이 동반되지 않는 한 실질적인 효과가 없다. 국제사회의 제재로 인민들이 고통을 받는 지금 김정은에게 실전배치 수준의 핵·미사일은, 그의 ‘위대한 업적’으로 선전되면서 폭압정치의 고삐를 죌 수 있는 수단이다.

임기 4개월 남은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는 북한 인민들에게 김정은 폭정의 진상을 적극 알리는 심리전 말고는 김정은의 ‘버릇을 고칠’ 조치를 취할 게 없다.

미국이 실질적인 행동을 취하지 않는 한 아베의 일본도 이렇다 할 압력 수단이 없다. 박근혜 정부는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정권 교체)’에 초점을 맞춰 북한 인민들을 선동하는 심리전에 올인하겠지만 그렇게 해서 김정은 체제가 무너질지는 의문이다. 북한의 핵 위협은 추상적인 것에서 현실적인 것으로 다가왔는데 마땅한 출구가 안 보여 국민은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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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할 것인가. 두 가지다. 하나는 북한이 핵탄두 수십 개, 미사일 수백 개를 가져도 그것들을 쓰지 못하게 하는 것. 사드 같은 수세적 억지력보다 공세적 억지력 강화가 급하다. 미국이 유사시 본토, 괌, 오키나와의 전략자산을 총동원할 의사를 분명히 밝혀 확장억지력이 빈말이 아님을 북한에 인식시켜 공포의 균형에 기댈 수밖에 없다.

우리는 킬체인 완성을 서두르고 원자력 잠수함을 가져야 한다. 둘은 한·미·일·중·러 5개국이 북핵 상시협의체를 만들어 대북 외교자산을 총동원해야 한다. 거기에는 북한 비핵화의 종착역인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다자협상이 포함된다.

김영희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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