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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발 150분 만에…박 대통령, 에어포스원 탄 오바마 15분 통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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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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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왼쪽)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오른쪽)는 9일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 데 대해 각각 “중대한 대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표현을 사용해 비난했다. 두 정상은 관계 국가와 동맹국의 협력 강화를 강조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운데)은 이날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AP=뉴시스]

9일 라오스 방문 일정을 일부 취소하고 조기 귀국한 박근혜 대통령은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통화했다. 이어 심야에 안보상황점검회의를 긴급 소집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이 북한을 비난하는 발언의 수위는 어느 때보다 높았다. “국제사회와 주변국의 어떤 이야기도 듣지 않겠다는 김정은의 정신 상태는 통제 불능”이라고까지 했다.

역대 핵실험 이후 가장 빠른 통화
확장억제 재강조, 핵우산 수면 위로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지금 상황을 비상사태로 인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앞으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상시비상체제를 유지하기 바라며 국가비상사태에 준하는 자세로 북한의 상황을 예의주시하라”고 지시했다. 또 “국내 불순세력이나 사회불안 조성자들에 대한 철저한 감시 등 국민의 안전을 책임질 수 있도록 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라오스 현지에서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국제사회의 단합된 북핵 불용 의지를 철저히 무시하고 핵 개발에 매달리는 김정은 정권의 광적인 무모함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낮 12시에는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을 타고 귀국 중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15분간 긴급 전화통화를 했다. 북한 핵실험 후 2시간30분 만에 이뤄진 한·미 정상 간 이번 통화는 역대 북한 핵실험 이후 가장 빠른 것이었다.

정부는 구체적인 대응 조치 마련에 나섰다. 우선 지난 6일 라오스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언급됐던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를 통한 대북 억제력 강화를 위해 구체적인 협의에 나설 것임을 재확인했다. ‘확장억제’는 핵우산을 구체화한 표현으로 미국이 동맹국에 대한 제3국의 공격을 막기 위해 핵을 비롯한 재래식 전력 등 모든 군사적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개념이다. ‘확장억제’는 이날 한·미 정상 간 전화통화에서도 강조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 위협으로부터 한국을 보호하기 위해 ‘확장억제’를 비롯해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입각한 모든 조치를 취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외교라인도 분주히 움직였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라오스 현지에서 존 케리 미 국무장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상 등과 잇따라 전화통화를 했다. 한·미 외교장관은 “유엔 안보리 차원에서 지난 4차 핵실험 직후 채택된 결의 2270호의 ‘구멍(loophole)’을 메워 북한이 고통스러워할 수 있는 추가 조치를 신속히 강구해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외교부 조준혁 대변인이 전했다.

두 장관은 다음주 예정된 유엔 총회 기간 중 회담을 하기로 했다. 김홍균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국회 외통위에서 “이란 핵 문제를 통해 국제사회가 협력해 제재를 지속할 경우 정책을 바꿀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 북한에도 적용 가능하다”며 “북한을 대화로 돌아오게 하는 방법은 제재와 압박”이라고 말했다.

천영우(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은 “한·미가 기존 대북제재의 전면 수정을 고민해야 할 단계”라며 “이란 제재 때 중국은 ‘2차 제재(secondary boycott)’를 반대했지만 미국이 중국의 쿤룬(昆侖) 은행을 제재하자 다른 중국 은행들이 제재 조치를 따른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2차 제재’는 미국이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등 제3국의 기업과 은행들에 불이익을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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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5차 핵실험으로 한·미 양국이 국내외적으로 반발에 부딪힌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가 탄력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 중국의 반대 명분이 약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이번 핵실험으로 사드 배치의 필요성이 강화됐다”며 “사드 배치를 넘어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위협 등에 대응하려면 한·미 간에 약속된 ‘확장억제’를 구체화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차세현·이충형 기자 cha.se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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