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응천
현 정부에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의 추석 선물을 받지 못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조 의원 “선물 못 받아 후원 좀” 댓글
청와대 “일부 배달 늦어졌을 뿐인데
자신만 뺀 것처럼 말해 발송 취소”
청와대는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의 각 의원실로 추석 선물을 발송했다. 박 대통령이 보낸 선물은 경북 경산대추와 경기도 여주햅쌀, 전남 장흥육포 등이다. 하지만 조 의원실에는 8일에도 선물이 도착하지 않았다. 조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관련 기사를 링크한 뒤 “쩝…ㅠㅠ 선물도 못 받았는데 여러분이 후원금 좀 보태주이소”란 글을 올렸다. 댓글을 이용해 자신의 후원 계좌도 공개했다. 조 의원이 링크한 기사를 보면 이 매체가 각 의원실의 선물 수령 여부를 확인한 결과 조 의원실에는 청와대발 택배가 도착하지 않은 것으로 돼 있다.
조 의원은 2014년 정윤회씨의 국정 개입 논란과 관련된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의 핵심 인물이다. 정씨와 관련한 청와대 내부 문건 17건을 박 대통령의 친동생 박지만 EG 회장 측에 건넨 혐의(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로 기소됐다. 하지만 지난 4월 재판부는 “유출된 문건은 복사본·추가본이며 대통령기록물로 인정되지 않는다”며 조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조 의원을 선물 대상에서 고의로 배제한 일이 없다며 불쾌해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8일 “의원 전원을 대상으로 선물을 준비했는데 일부 배달이 늦어지면서 몇몇 의원실에서 문의가 있었다”며 “그런데 조 의원이 마치 자신에게만 대통령 선물이 배달되지 않은 것처럼 공론화하는 것을 보고 차제에 선물을 보내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해 배달을 취소시켰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선물은 받는 사람이 즐거워야 하는데 그분(조 의원)은 받지 않는 것이 즐거운 모양”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조 의원실 측은 “청와대에서 보내는 선물이 배달 사정으로 늦어진다는 것은 금시초문”이라며 “이 문제로 더 이상 언급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