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년 전 백악기 도마뱀 화석, 남해서 세계 첫 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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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중생대 백악기(약 1억4500만~6600만 년 전)에는 도마뱀이 없었을까. 그보다 훨씬 전인 트라이아스기(약 2억5200만~2억130만 년 전) 지층에서 풍부하게 확인됐던 도마뱀 발자국이 왜 백악기에선 나오지 않을까. 그 많던 도마뱀이 어디로 사라진 걸까. 세계 고고생물학계의 미스터리 중 하나였다. 그 공백을 메우는 화석이 세계 처음으로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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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남해군에서 발견된 1억 년 전 도마뱀 발자국 화석. [사진 문화재청]

문화재청은 경남 남해군 가인리 화석산지(천연기념물 제499호)에서 백악기에 살았던 도마뱀 발자국을 찾아냈다고 8일 발표했다. 지금까지 전 세계 학계에 단 한 번도 보고된 적이 없는 것으로, 약 1억 년 전 지층인 백악기 함안층(영남 지역에 쌓인 퇴적층)에서 발견됐다. 길이 1.9㎝, 폭 1.0~1.6㎝ 크기의 앞발자국·뒷발자국 8개로 이뤄진 이번 화석은 ‘한국에서 처음 발견된 새로운 종류의 도마뱀 발자국’이라는 뜻에서 ‘네오사우로이데스 코리아엔시스’로 명명됐다.

길이 1.9㎝, 폭 1~1.6㎝ 발자국 선명
갑자기 흔적 사라진 미스터리 풀려
“가인리는 중생대 척추동물 낙원”

중생대 도마뱀 발자국은 주로 유럽·아프리카·북남미 트라이아스기 지층에서 출토됐다. 국립문화재연구소 임종덕 학예관은 “백악기에도 도마뱀이 살았다는 점을 이번에 처음으로 밝혀냈다”며 “1억3500만 년이란 기나긴 빈틈을 메운, 고고생물학계의 오랜 의문을 풀어낸 쾌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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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생 도마뱀인 산쑥도마뱀. [사진 문화재청]

이번 화석은 2013년 2월 진주교육대 김경수 교수가 이끄는 지질답사팀이 발견했다. 이후 한국·미국·스페인·중국 4개국으로 구성된 공동연구팀이 국내외 화석산지를 비교 연구했다. 임종덕 학예관은 “그간 백악기 도마뱀 화석이 나오지 않은 것은 도마뱀들이 익룡이나 새들의 사냥을 피해 서식지를 호숫가에서 육상 쪽으로 옮겨 갔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새로 확인된 화석은 크기로 볼 때 소형 도마뱀에 속한다. 현재 미국 서부에 널리 서식하고 있는 도마뱀인 ‘산쑥도마뱀’ 발자국과 닮았다. 일반적으로 공룡 뒷발자국은 셋째 발가락이 가장 긴 반면 도마뱀은 넷째 발가락이 가장 길다.

중생대 한국에서 다양한 생물이 살았다는 점도 거듭 확인됐다. 지금까지 한국 지명이 들어간 중생대 화석이 21개에 이르고,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화석산지만 14곳에 달한다. 그간 가인리에서도 공룡·익룡·새 발자국, 척추동물 골격 화석 등이 다수 발견됐다. 김경수 교수는 “공룡·새·도마뱀 발자국이 한 장소에서 나온 건 세계적으로도 드물다”며 “가인리 일대는 중생대 척추동물의 낙원으로 불릴 만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백악기연구’ 8월 26일자 온라인호에 실렸다. 화석은 내년 상반기 대전 국립문화재연구소 천연기념물센터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박정호 문화전문기자 jhlogo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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