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미국, 한국 드라마 - 외국 영화 북한에 퍼뜨려 체제 흔든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미국 정부가 북한 체제를 아래에서부터 바꾸기 위해 북한 내부로의 정보 유입을 강화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미 의회에 제출했다. 7일(현지시간) 미 의회 소식통에 따르면 국무부는 지난달 말 대북정보 유입 보고서를 상·하원 외교위원회에 보냈다. 북한이 가장 경계하는 ‘자본주의 날라리풍’을 확산시키기 위한 전략이다.

미 국무부, 보고서 의회에 제출
라디오·휴대전화·USB·태블릿 등
검열 안 받고 값싼 통신수단 공급

이 보고서는 지난 2월 발효된 대북제재강화법에 따라 향후 미국 정부가 북한 내부로의 정보 유통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을 담았다. 대북제재강화법은 “북한 주민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제한받지 않고 검열받지 않으면서도 값싼 대량 정보통신 수단(mass communications)을 구축할 계획이 제시된 기밀 보고서를 관련 상임위원회에 보고하라”고 명시했다.

대량 정보통신 수단은 북한 바깥의 정보가 담겼거나 이에 접근할 수 있는 수단인 라디오·휴대전화·이동식저장장치(USB)·MP3·DVD·태블릿PC 등이 포함된다. 이에 따라 북한을 “가장 단절된 국가”로 지목해 온 미국 정부가 북한 정권의 벽을 뚫기 위해 미국의소리(VOA) 방송과 자유아시아방송(RFA) 등 대북 라디오 방송에 대한 예산 지원을 확대할 전망이다. 또 북한 내부에 라디오·USB·MP3 등을 투입하는 미국 내 대북 인권단체들에 대한 지원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들 단체를 통해 한국 드라마와 외국 영화 등이 담긴 저장장치를 북한에 들이는 물밑 움직임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는 북한 주민들에게 외부 세계를 알려 북한 내부에서 변화를 유도하는 비군사적 전략이 필요하다는 미국 정부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유튜브 인터뷰에서 “시간이 지나면 북한 정권이 무너지는 걸 보게 될 것”이라며 정보 유입을 그 방안으로 제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정보가 북한에 흘러들어가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며 “이게 우리가 계속 가속화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톰 맬리나우스키 미 국무부 민주주의·인권·노동차관보도 지난 2월 “DVD·MP3·휴대전화·태블릿PC가 북한에서 사용되고 있다”며 “한국 드라마와 외국 영화는 김정은 정권이 어떻게 거짓말을 하는지를 확인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고서 제출로 핵·미사일 개발을 고수하는 북한에 대한 미국 정부의 압박은 대북 경제·금융 제재와 인권 유린 제재에 이어 대북정보 유입의 세 방향으로 전개되게 됐다. 현재 미국 내 대북 인권단체들은 북한에 보낼 USB 모으기 운동을 벌이고 있으며 일부 단체와 대북 전문가들은 드론을 이용해 북한에 USB 등을 보내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북한은 김정은 정권 등장 이후 서구 문화와 한류 유입을 사상문화적 침투로 규정한 뒤 ‘자본주의 날라리풍’으로 비판하며 단속과 처벌을 강화해 왔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