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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안되는 사업 버리고 IoT·드론…새 먹거리 찾는 PC시대 강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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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글로벌 정보기술(IT) 공룡들이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서 생존의 길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HP·인텔 비주력 회사 속속 정리

미국 휼렛패커드(HP) 엔터프라이즈는 7일(현지시간) 비주력 소프트웨어 사업을 88억 달러(약 9조6259억원)에 영국 IT 회사인 마이크로 포커스에 매각한다고 밝혔다. 한때 세계 PC 시장을 제패했던 HP는 1위 자리를 중국의 신흥 강자 레노버에게 내준 뒤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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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PC 시장이 침체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지난해엔 회사를 두 개로 쪼갰다. HP는 프린터기와 PC사업을, HP엔터프라이즈는 기업용 PC와 소프트웨어를 맡는 식이었다. 분할한 HP엔터프라이즈의 가장 큰 고민은 소프트웨어 사업이었다.

지난 2011년 HP가 111억 달러에 인수한 영국 정보분석 업체인 오토노미는 그 중 최고 골칫거리였다. 회사 인수 후 “인수가액을 부풀렸다”며 HP는 오토노미 경영진을 상대로 51억 달러에 달하는 소송까지 냈다. 오토노미 창업주도 반격했다. 외려 HP가 인수 후 경영을 잘못해 회사에 손실을 입혔다는 것이다.

HP는 결국 인수 4년 만에 오토노미를 포함한 비주력 사업을 손절매하고 새 길을 걷게 됐다. HP엔터프라이즈의 맥 휘트먼 최고경영자(CEO)는 매각 발표 직후 “빠른 성장과 높은 이익률이라는 회사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중요한 걸음을 내디뎠다”고 밝혔다.

같은 날 세계 1위의 반도체 업체인 인텔 역시 매각 소식을 시장에 알렸다. 인텔이 판 것은 2011년 77억 달러(약 8조4100억원)에 인수했던 보안회사 맥아피였다. 인텔은 맥아피를 중심으로 보안사업에 뛰어들었지만 본업인 반도체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했다. 실적이 변변찮자 지난 4월엔 전체 직원이 11%에 달하는 1만2000명을 줄인다는 발표도 내놨다.

비주력 사업을 과감히 던진 인텔은 인공지능(AI)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인텔이 AI 관련 회사인 네르바나 시스템스를 인수한 데 이어 지난 6일 가상현실과 드론,로봇 등에 쓰이는 반도체와 알고리즘을 만드는 아일랜드 스타트업 모비디우스를 사들였다고 보도했다.

델도 이날 세계 최대 규모의 비상장 IT기업으로서의 새출발을 알렸다. 지난해 670억 달러에 데이터 저장업체인 EMC를 인수한 델은 합병작업을 마무리하고 연매출 740억 달러(약 81조원)의 ‘델 테크놀로지스’로 다시 태어났다. 마이클 델 델 테크놀로지스 회장은 “사물인터넷과 같은 신기술에 과감히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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