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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건강] Z Z Z Z ~~ 찌는 여름밤 단잠 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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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음을 부르는 이 세상의 모든 물약도 어젯밤의 그 달콤한 숙면에 이를 수 있도록 그대를 이끌지는 못한다." 영국의 셰익스피어가 쓴 '오셀로'의 한 대사다. 그는 잠을 "삶이라는 축제에 최고의 자양분을 주는 존재"라고 표현했다.

이 자양분이 넉넉하고 만족스러우면 우리의 삶은 건강하고 행복해진다. 그러나 여름은 편안하게 푹 잠들기가 쉽지 않은 계절이다. 밤이 짧은 데다 기온이 25℃ 이하로 내려가지 않는 열대야 현상이 지속되기 때문이다.

*** 더우면 왜 잠을 못 이룰까

더우면 왜 잠을 못 이룰까. 한밤에 더위를 느끼면 우리의 말초 혈관이 확장된다. 체온을 조절하기 위해서다. 그 결과 피부의 온도가 높아지고 땀이 흐르게 돼 불쾌감을 느낀다. 또 중추신경계가 흥분해 각성 상태를 보인다. 설령 잠이 들더라도 얕고, 꿈을 꾸면서 푹 자는 렘(REM.빠른 안구 운동) 수면시간이 줄어든다.

충분한 수면이란 도대체 몇 시간을 말할까. 대부분 7~8시간은 자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양보다 질이다. 짧게 잔다고 건강에 당장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고, 개인차도 크기 때문이다. 영국의 '철의 나비' 마거릿 대처 전 총리는 하루 세시간만 자는 것으로 유명했고, 상대성 이론을 발표한 앨버트 아인슈타인은 매일 12시간 이상 수면을 취한 잠꾸러기였다. 자신의 수면 욕구를 충실히 따르면 바로 최적의 수면시간이다.

여름철에 잘 자기 위한 3대 원칙은 생체시계의 유지, 쾌적한 환경, 수면을 돕는 섭생으로 요약된다.

*** 아침 햇살은 수면 훼방꾼

우리의 뇌엔 빛에 맞춰 수면.식사 등 생리작용을 조절하는 생체시계가 있다. 이 시계의 스위치는 빛에 의해 조절된다. 여름에 해가 지지 않는 북유럽을 방문할 때 수면 장애.두통.피로 등을 느끼는 것은 이 때문이다. 여름에는 아침 일찍 해가 떠 새벽 숙면을 방해한다. 침실에 들어온 훼방꾼이 생체시계의 스위치를 켜는 것이다. 따라서 늦은 시간에 취침하는 사람이 충분히 자려면 커튼을 치거나 눈가리개를 해야 한다.

특히 어젯밤 또는 지난 며칠간 수면시간이 짧았다고 해서 주말이나 휴일을 몽땅 잠에만 투자해 벌충하려 해선 안 된다. 생체시계의 혼란이 한두시간 덜 자는 것보다 건강에 더 나쁘기 때문이다. 월터리드 미 육군 의학연구소에 따르면 군인들은 훈련을 통해 72~98시간 잠자지 않고 임무를 수행할 수 있으며, 작전을 마친 후 평소보다 한두 시간 더 자면 몸의 기능이 정상화된다.

*** 침실 환경을 바꾸자

수면에 딱 좋은 온도는 18~20℃. 따라서 에어컨 등을 이용해 수면에 좋은 온도와 55~65%의 습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에어컨은 여름 감기.냉방병의 원인이 되므로 1시간 이상 가동하지 말아야 한다.

덥다고 잠자기 전에 찬물 목욕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당장은 시원하지만 피부 혈관이 일시적으로 수축했다가 확장하면서 체온이 올라가고, 중추신경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찬물보다는 미지근한 물이 낫다. 초저녁에 30분가량 가벼운 조깅.산책을 하고 샤워를 하면 체온이 떨어져 숙면을 돕는다. 반면 격렬한 운동은 오히려 불면을 야기한다.

침실은 어둡고 조용하며 공기가 잘 소통되도록 한다. 침대나 이불이 너무 딱딱하거나 너무 푹신하면 잠자는데 불리하다. 고침단명(高枕短命)이란 말도 있듯이 베개는 너무 높아 뒷목이 세워지는 자세는 좋지 않다. 목뼈가 C자형을 이룰 때 가장 좋다.

*** 잠을 돕는 음식들

우유.치즈.상추.쑥갓.양파.둥굴레차.두충차 등은 수면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상추 속에 들어 있는 락투신 성분은 최면.진통 효과가 있어 신경을 안정시키고 졸음을 유발한다. 둥굴레차.두충차는 중추신경의 진정 작용이 뛰어나 숙면을 이끈다.

저녁 식사는 적어도 잠들기 두시간 전에 가볍게 한다. 배가 너무 고플 때는 우유.크래커 등 간식을 먹으면 포만감이 생겨 잠이 잘 온다. 또 양상추나 바나나 샌드위치.아보카도.땅콩 버터 등 잠을 유발하는 트립토판이 든 식품도 훌륭한 야식거리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도움말 주신 분 : 고려대 안산병원 수면호흡장애센터 신철 교수, 아주대병원 가정의학과 김범택 교수,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선우성 교수, 한림대 성심병원(평촌) 가정의학과 윤종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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