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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가지’ 있는 이런 팀 만들면 페이팔처럼 성공이 따라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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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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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팔 공동 창업자이자 어펌 CEO인 맥스 레브친. 오른쪽 사진은 포춘이 2007년 소개한 ‘페이팔 마피아’의 모습.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는 일정이 안 맞아 단체사진에서 빠졌다. [사진 어펌, 코비스 아웃라인]

‘페이팔 마피아(Paypal Mafia).’ 2007년 미국 경제잡지 포춘은 인터넷 결제서비스 회사인 페이팔에서 맺은 인연으로 끈끈한 유대감을 형성하고 부(富)를 쌓은 인물들을 이렇게 표현했다. 천재 엔지니어, 사업 경험이 많은 관리자, 과감한 투자가들이 페이팔이란 이름 아래 만나 성공을 맛봤고 지금도 다양한 곳에서 그 성공 경험을 이어가고 있다.

공동창업자 레브친이 밝힌 비결
① 함께 도전할 수 있겠다는 믿음
② 자신이 맡은 영역에 대한 실력
③ 공통된 기반에 바탕 둔 다양성
④ 시장을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

로버트 서튼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실현하고 있는 페이팔 마피아를 두고 “신세대 부자에게 성공의 상징은 부동산이 아닌 능력”이라고 평가했다. 젊은 창업자들은 첨단 기술 분야에서 여전히 잘나가는 기업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성공으로 여긴다는 얘기다.

페이팔 마피아의 대표적인 인물인 피터 틸 팰런티어 창업자는 이런 페이팔 마피아의 숫자를 약 220명 가량으로 추산한다. 그는 페이팔 마피아를 “사회를 바꿀 영향력을 가진 아이디어를 낳기 위해 역할을 분담하는 전문가들이 협력하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페이팔의 초기 기술적 배경을 제시한 천재 엔지니어 맥스 레브친(Max Revchin·41)을 e메일로 만나 페이팔 마피아가 조직될 수 있었던 비결을 들어봤다. 2002년 7월 나스닥에 상장된 페이팔은 5개월 후 이베이에 매각됐다. 2004년 당시 레브친이 보유한 페이팔 지분 2.3%의 가치는 3400만 달러 정도였다. 이베이 인수 후 6개월이 채 안돼 레브친은 페이팔을 떠나 또다시 창업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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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자베드 카림(유튜브 공동창업, Y벤처스 파트너) ② 제레미 스토플먼 (옐프 공동창업) ③ 앤드루 매 코맥 (발라벤처스 파트너) ④ 프레말 샤 (키바 회장) ⑤ 루크 노섹 (파운더스펀드 공동창업) ⑥ 켄 하워리 (파운더스펀드 공동창업) ⑦ 데이비드 삭스 (제네피츠·야머 CEO) ⑧ 피터 틸 (팰런티어 테크놀로지·클래리엄캐피털 회장) ⑨ 키스 라보이스 (코슬라벤처스 파트너) ⑩ 리드 호프먼 (링크트인 창업자) ⑪ 맥스 레브친 (어펌 CEO) ⑫ 로엘로프 보사 (세콰이어캐피털 파트너) ⑬ 러셀 시몬스 (옐프 공동창업)

2004년 슬라이드닷컴( 동영상 공유 웹사이트)을 설립했다. 페이팔의 경험이 슬라이드닷컴을 창업하는 데 어떤 도움을 줬나.
20대의 젊은 나이에 성공한 무리에 끼었다는 것은 행운이었다. 페이팔이 성공하며 자신감과 든든한 네트워크를 얻었다. 피터 틸이 펀딩을, 키스 라보이스는 비즈니스 모델을 정립하는 것을 도와줬다.
자신감이 창업에 어떤 도움을 줬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완벽하지 않은 아이디어라도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됐다. 아이디어는 창업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다. 완벽한 아이디어 자체가 성공의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좋은 팀이 있다면 완벽하지 않은 아이디어라도 성공할 수 있다.

2004년 슬라이드닷컴 창업과 동시에 투자도 했다. 레브친의 29번째 생일을 맞아 페이팔 동료 16명이 한자리에 모였을 때다. 이들은 대화를 하던 중 ‘좋은 치과의사를 찾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때 옐프(Yelp)의 콘셉트를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던 러셀 시몬스와 제레미 스토펠만은 그들이 준비하는 평판 서비스에 대한 아이디어를 설명했다. 레브친은 그 다음날 이들에게 100만 달러를 투자했다. 현재 레브친이 보유한 옐프 지분 10%는 약 3억 달러로 추산된다.

이런 자금 조달의 기회 때문에 페이팔 마피아의 결속력이 생기는 건가.
서로 도와야한다는 의무나 정기 모임은 없다. 다만 기업가 정신으로 똘똘 뭉쳐서 여전히 새로운 도전을 계속했고, 서로에게 지속적인 자극을 줬기 때문에 연락을 이어간다.(stay connected).
페이팔 마피아의 힘은 어디서 나오나.
신뢰에서 나온다. 서로를 신뢰한다는 뜻은 안전하거나 확실해서 투자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 사람을 위해) 위험을 감수할 용의가 있다는 뜻이다. 신뢰가 성공의 보증수표는 아니다.
신뢰할만한 팀을 어떻게 구성했나.
실력은 기본이다. 한 멤버를 보면 전체 팀의 수준을 평가하는 데 무리가 없을 정도로 실력이 있어야 한다. 페이팔 창업 당시 틸은 나에게 내가 아는 가장 똑똑한 사람들의 이름을 말해보라고 했다. 나는 30명 이름을 적었고, 그 중 24명이 함께 일하게 됐다. 이 중 10명이 스탠퍼드 대학 동문이다. 공유할 수 있는 배경이 있어야 신뢰를 구축할 수 있다.
실리콘밸리를 규정짓는 특성 중 하나는 다양성이다. 여러 가지 배경을 공유할 수 있는 팀이 이상적이지 않을까.
다양성이라고 해서 무조건 다른 의견을 내는 것이 아니라 공통된 기반(common ground)이 있어야 한다. 믿고 있는 방향을 향해 다 같이 달리기만 해도 부족한데, 그 방향에 대해 자꾸 논의를 하면 힘들다. 방향에 공감하지 못한다면 그 구성원이 떠나는 것이 맞다.

이베이에 매각한 뒤 레브친이 페이팔을 떠났던 이유도 이런 ‘다양성’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시스템소프트웨어(OS)로 ‘윈도NT’을 사용해야한다는 그룹과 ‘유닉스’ 시스템을 사용해야한다는 그룹이 심하게 대립했다. 일론 머스크는 윈도파, 레브친은 유닉스파였다. 결국 틸이 사임하고 이후 머스크가 페이팔의 새로운 CEO로 취임했다.

전 페이팔 COO이자 야머의 창업자 데이비드 삭스는 “결국 페이팔은 이베이에 매각됐고, 각 멤버가 흩어졌기에 또 다른 기회들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라며 페이팔 마피아의 원동력이 ‘흩어짐(Diaspora)’에서 나왔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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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우크라이나 태생의 유대인 레브친에게 흩어짐은 어떤 의미일까. 지난달 26일 레브친이 백악관에 보낸 편지(Email from Max Levchin: The next great immigrant inventor)한 통이 공개됐다.

“나는 1975년 구 소련의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태어났다. 열두 살 되던 해인 1986년 집에서 100㎞도 떨어지지 않은 체르노빌 발전소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정부의 연구기관에서 물리학자로 일했던 어머니는 사고의 심각성을 즉각 알아차렸다. 우리는 즉시 우크라이나를 탈출했다. 겨우 미국으로 건너갔지만 거의 빈털터리였다. 우크라이나에서 탈출할 수 있었던 것도, 프로그래밍의 기회를 얻은 것도 모두 교육의 힘이었다.”

레브친은 ‘내가 시장을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미국의 교육이 페이팔 마피아를 조직할 수 있었던 배경이라고 설명한다. 『자유의 미래(The Future of Freedom)』의 저자 파리드 자카리아도 이에 동의한다. 그는 미국의 저력이 유연하고 능력을 중시하는 시스템에 있다고 말한다. 미국인 특유의 낙관적인 생각과 자신에 대한 믿음은 기존 질서에 도전하게 하고 실패할 때에도 빨리 일어설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헬조선’으로 대표되는 좌절과 자기비하가 아니라, 스스로 잘한다고 여기는 자신감이 창업이라는 리스크에 주저 없이 도전하게 만든다는 얘기다.

임채연 기자 yamfler@joongang.co.kr

※자세한 내용은 포브스코리아 9월호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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