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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의 반퇴의 정석] ⑭ 부부가 재산을 공동관리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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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김회룡]

A씨는 최근 남편을 먼저 떠나보냈다. 남편은 재혼이라 나이가 훨씬 많았다. 재산을 정리하면서 상당한 유산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남편은 전문직 종사자로 수입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완전히 오산이었다. 남편은 평소 수입은 물론 재산도 직접 관리했다. 아내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없이 윤택한 생활에 만족했기 때문에 남편의 수입과 재산 관리에 아무런 관여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막상 남편 사후 유산을 확인해봤지만 집 한 채가 전부였다.

이런 사례는 부지기수다. 남편과 아내 할 것이 어느 한 쪽은 재산 형성 내용에 대해 전혀 모르고 다른 한쪽에 일임하는 경우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최근 고령화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벌어둔 돈을 쌓아놓고도 돈 한푼 못 쓰는 처지에 빠진 베이비부머가 적지 않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가계 자금을 어느 한 쪽이 관리하면서 다른 쪽은 전혀 내용을 모르는 데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부부 중 어느 한 쪽이 재산을 도맡아 관리하는 관행이 과거 기대수명이 짧은 시절에는 문제가 없었다.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100세 시대가 열리면서다.

 |집안 자금흐름 모르면 노후에 낭패 볼 가능성 커
우선 집안의 자금흐름을 모르면 노후자금의 효율적인 관리가 어려워진다. 오래 살수록 장기투자가 필요하므로 노후자금 마련과 관리를 위해서는 부부가 의견을 모으는 게 효과적이다. 혼자보다는 둘이 가져오는 정보의 범위가 훨씬 넓다. 정보력은 확대하고 리스크는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가계 자산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전혀 모르고 있으면 부작용이 크다. 나중에 은퇴한 뒤 노후가 걱정돼 재산을 알아봤더니 집 한 채 외에는 현금성 자산이 거의 없다는 데 놀라는 사람이 많다.

서로 수입을 전혀 모르는 경우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요즘 젊은 부부의 경우 배우자의 수입 규모를 정확히 모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이런 경우는 재산 증식의 시너지를 내지 못하는 게 문제다. 서로 수입을 정확히 알고 있다면 주택 마련을 비롯한 투자와 지출 계획을 체계적으로 세울 수 있다. 하지만 자신만의 수입지출 내역만 알고 경제생활을 할 경우에는 재산 불리기를 극대화하기 어렵다.

내 집 마련을 비롯해 재산 불리기에 나서려면 충분한 실탄이 있어야 한다. 부부가 각자의 수입과 재산 규모를 몰라서는 자금을 동원하는 능력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 이는 지출이 방만해지는 결과로 이어진다. 내 돈을 내가 벌어서 쓴다는 데 제동을 걸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구나 실제보다 수입이나 재산이 많다고 의심하거나 착각하는 부작용을 낳는다.

 |부부가 서로 수입 모르고 지내면 재산관리 비효율 
이렇게 지내다보면 부부가 각자 수입을 올려도 은퇴할 때쯤엔 “그동안 벌어들인 돈이 다 어디 갔지”라고 뒷북을 치게 된다. 무엇보다 부부가 따로따로 재산을 관리하면 투자는 물론 소비에서도 시너지를 내지 못하는 게 가장 큰 문제다. 100세 인생에 불과 30년가량 이어지는 소득발생 기간에 체계적인 계획을 세워 재산 형성을 극대화하려면 혼자보다는 함께 재산을 굴리는 것이 낫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우선 통장은 한 사람이 도맡아 관리하는 게 좋다. 부부가 재산 현황을 파악하고 있되 둘 가운데 꼼꼼하거나 시간적 여유가 있는 쪽이 통장을 관리하는게 효율적이다. 각종 금융상품은 만기가 의외로 자주 돌아온다. 길어야 3년이고 더 길어도 10년을 넘지 않는다. 여기에 대처하려면 부부 중 한 명은 주도적으로 현황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내 집 마련이나 집을 옮겨갈 때도 전반적인 현금흐름이나 재산상황을 꿰뚫고 있어야 효율적인 대처가 가능하다.

사족이지만 비밀통장은 없애는 게 좋다. 흔히 딴주머니라거나 쌈짓돈을 갖는 경우가 많은데, 비상금 용도로 약간을 갖고 있는 건 좋다. 하지만 거액을 혼자서 꿰차고 있다가 퇴직 후에도 계속 관리하는 것은 다소 위험할 수 있다. 고령화시대라고 하지만 고희와 희수를 넘기고 미수에 이르면 기억력이 가물가물해지고 어디에 돈을 넣어뒀는지 헷갈리기 때문이다.

 |고령화 여파…치매라도 걸리면 배우자 재산 못찾아
상태가 더 나빠져 가계자금을 혼자 관리하던 배우자가 치매나 뇌졸중 같은 노인질환에 걸리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이런 일이 벌어지면 등잔밑이 어둡다는 말처럼 가계의 자금 흐름에 깜깜이로 지낸 걸 후회해도 소용이 없다. 부부는 서로 소득을 정확하게 밝히고 부동산은 공동명의로 관리하는 것도 좋다. 증여나 상속할 때 세금 부담도 훨씬 줄일 수 있다.

더구나 합리적인 소비생활은 덤이다. 배우자가 완전히 따로 재산을 관리하면 안써도 될 돈을 쓰기 쉽디. 각자 월급을 관리하면 편하지만 노후 대비에서는 실패할 확률이 클 수밖에 없다. 서로의 수입을 알고 있어야 가계 전체의 규모에 맞는 지출과 저축 규모를 합리적으로 설정할 수 있다는 얘기다.

재산을 함께 관리하되 꼬리표를 확실히 해 놓은 것도 합리적이다. 결혼하면 가족인데 니 것 내 것이 어떻게 따로 있느냐는 얘기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꼬리표가 없으면 낭패를 볼 수도 있다. 배우자 가운데 일방이 자의적으로 재산을 처분하는 경우다. 부동산이라면 거래 편의와 대출, 세금 문제  때문에 배우자 명의로만 해 놓는 경우가 많은데 나중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아무런 대처를 할 수 없다.

 |숨기지 말고 공개하되 꼬리표는 붙여놓고 관리해야
특히 이혼할 경우 전업주부로 지낸 여성은 매우 불리해질 수 있다. 과거보다는 법적으로 보호를 많이 해주지만 전업주부라면 지금도 가사노동의 가치를 전체 재산 형성의 30~40%정도만 평가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금출처를 명확히 해놓고 자신의 몫에 대해서는 명의를 표시해주는 것이 좋다. 그것이 번거롭거나 여의치 않다면 구두를 비롯해 어떤 형태로든 재산 형성 내용을 구두라도 명백히 공유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명확하게 해두면 재산 처분에 대한 배우자의 독단을 막기도 쉽다.

평소 이렇게 가계 재산을 관리하지 못해 배우자 별세 후 허둥지둥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배우자가 남긴 재산이 어디에 있는지라도 알아야 하지만 수많은 금융회사 가운데 어디에 있는지 알기 어렵다.

 |유산 확인하려면 ‘상속인 금융거래조회 서비스’ 이용
이런 경우에 처했다면 금융감독원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상속인 등이 피상속인(사망자, 금치산자 또는 피성년후견인, 실종자)의 금융재산 및 채무를 확인하기 위해 여러 금융회사를 일일이 방문해야한다. 하지만 이에 따른 시간적ㆍ경제적 어려움이 크다. 금융감독원은 이런 고충을 덜어주기 위해 금융감독원에서 조회신청(http://cmpl.fss.or.kr/kr/mw/inh/main.jsp)을 하면 각 금융회사에 피상속인의 금융거래여부를 일괄적으로 확인해준다.

100세 시대는 부부가 이인삼각으로 함께 가는 시대다. 젊어서 어느 한쪽이 가계살림을 관장하더라도 나이가 들어서는 머리를 맞대고 함께 관리하는 게 좋다. 둘이 머리를 맞대면 투자 실패를 줄이고 투자 기회를 살리는데도 도움이 된다. 이를 위해선 평소 재산관리도 부부 사이에는 투명한 게 좋다. 혼자 가서는 멀리 가지 못한다.

※ 이 기사는 고품격 매거진 이코노미스트에서도 매주 연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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