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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군수사업에 뛰어든 화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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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고수석
고수석 기자 중앙일보 부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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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북한학 박사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개발 속도가 국방부의 예상보다 빨랐다. 국방부는 지난 4월 SLBM 시험발사 직후 북한이 이르면 2~3년 안에 실전 배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북한이 지난달 24일 SLBM 발사에 성공하자 국방부는 1~3년 안에 전력화될 수 있다고 수정했다. 실전 배치 예상 시점을 앞당긴 것이다. 북한 과학기술의 발전 속도(김정은 속도)를 얕잡아 보다가 뒤통수를 맞은 꼴이다.

과학기술이 발전하려면 돈과 고급 인력이 필요하다. 북한은 이들을 어떻게 조달했을까? 우선, 돈은 신흥부유층인 돈주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왔다. 돈주들은 북한의 유통시장·부동산·금융·임대사업에 뛰어들어 돈을 벌었다. 문제는 돈주들의 50% 이상이 중국 국적의 화교라는 점이다. 화교들은 중국에 친인척을 둔 경우가 많고 합법적으로 중국을 드나들 수 있다는 장점을 활용해 북·중 간 합법 또는 비합법 거래를 주도하고 있다. 때로는 중국 간첩이라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화교들은 북한 경제의 동맥 역할을 하고 있어 ‘양날의 칼’이다.

이런 화교들이 북한 장마당(시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화교들은 북한에서 직접 장사를 할 수 없어 북한 사람들을 내세운다. 그들에게 물건을 대주고 월급을 주고 있다. 이런 현상은 러시아 연해주의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가게 주인은 러시아인이지만 그들에게 물건을 대주고 월급을 주는 것은 중국 사람들이다. 러시아가 중국의 진출을 견제하다 보니 생긴 편법이다. 화교들이 이런 방식으로 뛰어든 곳이 북한의 군수사업이다. 자본과 권력이 유착하기 좋은 영역이다. 화교들은 이를 통해 각종 이권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챙긴다. 이는 김정은 체제가 들어서면서 나타난 협력의 결과로 최근 미사일 개발의 돈줄이 되고 있다.

고급 인력은 러시아 과학자들의 도움이 컸다. 정보 당국자에 따르면 북한은 2012년 SLBM의 핵심 기술인 콜드 론칭(수중에서 미사일을 사출해 물 밖에서 점화)을 러시아에서 배웠다. 이런 북한의 행동을 한·미 정보당국이 알아차린 것은 2013년 가을이다. 미 군사위성이 과거 소련에서 들여온 북한의 골프(2000t)급 잠수함 윗부분(마스트)에 구멍이 뚫리고 함경남도 신포항 인근에 수직발사대가 설치된 것을 포착했다. 그 이후 북한은 지난해 1월부터 본격적인 실험을 한 뒤 일곱 차례 실패한 끝에 1년8개월 만에 성공했다. 이제 남은 것은 SLBM을 탑재할 핵잠수함을 건조하는 것이다. 이미 보유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북한이 최근 영변 원자로를 가동하는 것도 핵실험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핵잠수함에 필요한 핵에너지를 만들기 위한 주장도 있다.

그러면 북한의 핵 개발은 끝났다. 설령 핵잠수함이 개발 중이더라도 시간 문제다. 북한이 잠수함 강국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김정은 속도’를 우습게 보면 계속 뒤통수를 맞는다. 상대방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지만 얕잡아 보는 것은 더 경계해야 한다.

고 수 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북한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