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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쉽고, 재미있고, 빨리 읽히고 책 대신 폰으로 소설 봐요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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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문학성이 없어.’ ‘상업적이야.’ 웹소설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입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웹소설은 흥행 중입니다. 웹소설의 매력은 누구나 글을 써서 올릴 수 있다는 것, 어디서든 쉽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이죠. 어때요, 심장이 빠르게 뛰지 않나요? 누구나 가능하다는 것은 여러분도 도전할 수 있다는 뜻이니까요. 유명 웹소설 작가들 대부분이 중·고등학교 때부터 글을 써왔다고 해요. 소중이 만난 세 명의 전문가 역시 10대를 향해 “도전하라”고 말합니다. 이 세 명의 전문가에게 웹소설이 왜 인기인지 물었습니다. 또 글쓰기 가이드도 따로 들어봤죠. 작가가 되고 싶은 여러분, 주목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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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은 누구보다 10대에게 열려 있는 무대다. 글쓰기 습작을 하고 비슷한 나이대의 독자와 공감할 수 있어서다. 학생 모델=김서윤(서울 중화초 6)

“요즘 애들 책을 안 봐.” “글쓰기가 서툴러.” 혹시 이런 말을 들었다고 해도, 풀 죽을 필요는 없습니다. 이 말은 신문이나 책으로 글을 접하던 어른의 입장일 뿐이니까요.

잘 나가는 웹소설 - 전문가의 시선

소설가이자 라디오PD인 이재익 작가는 “요즘은 스마트폰을 통해 문화를 소비하는 시대다. 책 읽기 역시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게 자연스러운 세상”이라고 말합니다. 비유하자면 MP3가 나온 이후 CD플레이어로 음악을 듣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죠.

“스마트폰을 통해 다양한 콘텐트를 편하게 소비할 수 있는 기반이 갖춰진 나라에 살면서, 책을 안 읽는다는 지적을 하는 것 자체가 일차원적인 사고방식이라고 봐요.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으로 글을 열심히 읽는 사람들이 우리나라 말고 또 있을까요?”

SF문화평론가인 전홍식 SF&판타지 도서관 관장도 비슷한 말을 합니다. “종이 책은 많이 안 보지만, 글을 읽는 절대량을 보면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많을 것”이라고요. 실제로 우리는 스마트폰을 통해 블로그와 트위터, 페이스북의 글을 읽고 포털에서 뉴스를 읽으며 웹소설도 읽습니다. 단지 글을 읽는 매체가 책에서 스마트폰으로 바뀌었을 뿐입니다.

새삼스러운 일은 아닙니다. 콘텐트를 담아내는 매체는 시간에 따라 계속 변해왔습니다. 시작은 장르소설이 처음 등장한 19세기 무렵이라고 전 관장은 설명합니다.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홈즈』, 알렉산드르 뒤마의 『삼총사』, 그리고 쥘 베른의 『80일간의 세계일주』 『해저 2만리』 등이 이때 등장했어요. 글을 올릴 수 있는 신문이 그 무렵 나왔기 때문이에요. 그 뒤 잡지가 나왔고, 1990년대 PC통신 시대를 거쳐 인터넷이 대중화되며 지금은 스마트폰·태블릿이 새 매체가 됐죠.”

『셜록홈즈』 『삼총사』 『해저 2만리』…. 고전이라 불리는 명작들입니다. 전 관장은 “이 소설들의 출발점은 순문학이 아니”라고 지적합니다. 그저 ‘재미있는 이야기’를 쓰려 했다는 겁니다. 전 관장은 말합니다. “뒤마의 『삼총사』는 사실 무협소설이죠. 더 옛날로 가볼까요. 신이 건방진 인간을 벌주고, 제우스가 여러 명의 아내를 두는 『그리스·로마 신화』는 최근 TV에 자주 나오는 막장 드라마 이야기와 비슷합니다.”

바꿔 말하면, 인간은 이런 이야기를 원래 좋아했고, 이런 이야기에 대한 염원 역시 아주 오래전부터, 그리고 누구에게나 있어왔다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옛날에는 소설을 책으로 출판하는 방법이 전부였죠. 1990년대 PC통신 시대가 되며 이런 경향이 달라졌습니다. 작가가 아닌 사람이 PC통신에 소설을 올리고 독자의 반응도 바로 확인할 수 있게 된 겁니다.

네이버 웹소설 담당자인 이진백 팀장 역시 “이야기를 만들고자 하는 인간의 열망은 어느 시대, 어떤 플랫폼에서 어떤 형태로 상품화되느냐가 달라졌을 뿐”이라고 설명합니다. 지금의 10~20대에게 익숙한 매체는 스마트폰입니다. 책과 PC통신시대를 거친 어른에게 종이 책은 아직 중요한 매체지만, 10~20대에게는 스마트폰에서 글을 읽고, 웹소설을 소비하는 것이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죠.

웹소설이 인기인만큼, 우려 섞인 시선도 많습니다. 이진백 팀장은 “우열의 논리로 웹소설을 기존 문학과 비교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클래식과 대중음악이 어느덧 다른 영역으로 자리를 잡았듯, 웹소설 역시 다른 콘텐트임을 인정해야 한다는 겁니다.

일단 성격부터 다릅니다. 비유하자면 책 소설은 영화, 웹소설은 드라마에 가깝습니다. 드라마는 한 편 한 편에 기승전결이 있고, 그 자체로 재미가 있어야 합니다. 영화는 2~3시간 동안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집중해서 보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렵죠. 반면 드라마는 한두 편 정도 보지 못해도 이야기 흐름을 따라잡을 수 있습니다. 웹소설이 한 권의 책 소설보다 밀도는 떨어지지만 쉽고 빨리 읽히는 것도 이와 마찬가지죠. 이 팀장이 “모바일의 연재용 콘텐트를 목적으로 별도 기획된 이야기”라고 웹소설을 설명하는 이유입니다.

이야기의 밀도가 낮다고 비난할 수만은 없습니다. 열광하는 독자들이 있어서죠. 대중소설은 대중의 선택을 받는 게 진리니까요. 오히려 대중적으로 흥행하면서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 나오는 것을 바라는 것이 더 옳은 방향이겠죠. 이 팀장은 “그런 면에서 현재 드라마로 방영 중인 ‘구르미 그린 달빛’은 대중성과 완성도를 동시에 잡은 작품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합니다. 또한 전 관장은 좋은 작품을 추천하는 시스템도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좋은 작품을 선별할 수 있어야 더 재미있는 작품들이 쏟아져 나올 테니까요.

전문가 세 명이 말하는 웹소설 글쓰기 노하우
이재익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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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익은 1997년 월간『문학사상』으로 등단, 20여 권의 소설·에세이를 펴냈다. SBS 라디오 PD이자『마성의 카운슬러』『키스의 여왕』『천년의 정인』등을 쓰며 웹소설 작가로도 활동 중이다.

“웹소설의 첫 번째 관건은 생존입니다. 네이버 챌린지리그에 올라오는 작품만 하루 몇천 편이죠. 페이지가 초 단위로 바뀌는 곳에서 살아남으려면 독자 취향을 잘 파악해야 해요. 그럼에도 10대는 유리하다고 봐요. 웹소설을 읽는 주요 연령층이 10~20대니까요. 네이버 웹소설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린 작품이 『허니 허니 웨딩』인데, 여주인공이 고등학생이에요. 이 작품을 진짜 고등학생이 썼으면(노승아 작가는 30대) 어땠을까요. 어른이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세계를 만들어내는 10대의 감성은 정말 부러워요. 언젠가 재능 있는 10대와 콜라보레이션도 하고 싶어요. 물론 감성만으로 소설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최소한의 문장력은 필요합니다. 한 작품 정도 운 좋게 인기를 얻을 수 있으나, 차기작을 받쳐주는 것은 결국 문장이죠. 교과서 수준의 문장은 기본으로 갖추고 여기에 10대의 감성을 더하면 베스트죠. 또한 로맨스·미스터리·SF·판타지·추리 등 다양한 장르의 글쓰기를 주저하지 마세요. 로맨스 안에 미스터리 뼈대가 있으면 더욱 재미가 살고, 미스터리 속에 감정선을 넣어야 더 흥미로운 법이니까요. 독자와의 소통, 절단신공 이런 것들은 며칠이면 깨닫는 스킬에 불과해요. 문제는 작가로서의 기초체력을 다지는 일입니다.”

전홍식 SF&판타지도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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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식은 SF&판타지도서관 관장이자 게임기획자, SF문화평론가. 저서로는 『웹소설작가를 위한 장르 가이드』『한국게임의 역사』 등이 있으며 대학·전문학교에서 게임기획과 스토리텔링을 강의하고 있다.

“책과 달리 웹소설은 저자를 따지지 않아요. 권위가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죠. 실력만 있다면 누구든지 데뷔할 수 있어요. 그래서 글쓰기가 재미있는 학생이라면, 웹소설에 도전하라고 권하고 싶어요. 물론 완성은 꼭 해야 합니다. 완성하지 않으면 성취감도 없어요. 팁을 주자면, 먼저 이야기의 클라이맥스를 만드세요. 판타지를 예로 들어볼까요. 클라이맥스를 만들려면 주인공이 어느 시대에 어떤 적과 어디서 어떻게 싸울지 결정해야 합니다. 클라이맥스를 정하는 것만으로 이야기의 큰 흐름이 잡히죠. 목표가 정확하면 과정도 흔들림이 없답니다. 평소 글쓰기 연습도 게을리 마세요. 글쓰기 연습법으로 필사를 주로 꼽는데, 저는 녹음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남의 글이든 내 글이든 말로 읽어 녹음한 후 다시 들어보세요. 좋은 문장 등을 구별할 수 있게 됩니다. 또 창작은 경험에서 나옵니다. 다양한 장르의 책을 읽고 써보세요. 추리소설을 잘 쓰고 싶다면 만화 『명탐정 코난』을 글로 옮겨보세요. 추리소설의 구성을 이해할 수 있죠. 감명 깊게 본 영화나 책을 줄거리로 써도 좋습니다. 쓰면서 그 작품이 왜 좋은지 3~5개로 이유를 정리해 보세요. 글로 정리하며 정말 좋았던 작품과 아닌 것을 구별할 수 있어요. 소설 쓰기에 분명 도움이 될 겁니다.”

이진백 네이버 웹소설 담당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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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백은 네이버 웹소설 서비스 운영과 웹소설 콘텐트 기획·편집을 맡고 있다. 웹소설 작가 관리, 작품 발굴 등의 업무부터 기본 포털 서비스 운영 업무까지 담당하고 있다.

“중2. 네이버 웹소설 4년 역사상 가장 어린 작가였죠. 『프랜시아의 꽃』(김레인)이라는 판타지물을 2013년에 연재했어요. 반응? 뜨거웠죠. 10대의 눈으로 그린 세계니까요. 쓰는 말부터 추구하는 재미까지 어른의 시점과는 전혀 달라요. 이런 점에서 웹소설은 10대에게 꽤 유리하다고 봐요. 공감대를 나눌 독자가 상시 대기 중이니까요. 물론 고충도 있어요. 실시간 댓글 같은 거죠. 손도 빨라야 해요. 독자 반응에 따라 수정해야 하니까요. 이처럼 웹소설에는 몇 가지 법칙이 있어요. 단문 중심에 대사 위주, 전개는 서사 중심이어야 해요. 독자들이 감정이입하니까 등장인물의 성격도 중요하죠. 이런 몇몇 원칙에서 흐트러지면 작품은 좋을 수 있어도 흥행은 안 됩니다. 그 역시 대중의 선택이죠. 그렇다고 너무 고민 마세요. 미술이건 음악이건 많은 습작이 중요하니까요. 예전에는 습작하고 독자의 피드백을 받을 공간이 없었지만, 여기는 자유 연재 창작 게시판이에요. 현재 웹소설 프로 작가 중에도 중·고교 때 시작한 분이 많아요. 일찍 시작한 만큼 내공도 빨리 쌓이죠. 많이 써보고 많이 올리세요. 독자에게 욕도 먹고 댓글 테러도 당해봐야 성장한답니다. 생생한 독자 피드백들이죠.”

잘 나가는 웹소설 - 소중 호러·추리 단편 공모전 수상자

늦더위 식히려면 김영서·박혜진·이수현·추윤서 작가를 주목하라
‘언니, 같이 자자’와 ‘슬렌더 맨’. 어딘지 모르게 익숙하다고요? 네, 맞습니다. 지난해 6월에 진행됐던 제1회 소년중앙 호러 단편소설 당선작들입니다. 소중 독자들이 쓴 공포 소설이 더운 여름을 오싹하게 만들어 주었죠. 예상 밖의 솜씨를 뽐내 10대의 가능성을 엿볼 수도 있었고요. 그때의 오싹했던 경험을 잊지 못해 소중은 올해도 자리를 마련했죠. 지난 7월 29일부터 시작한 ‘제2회 소년중앙 호러·추리 단편 소설 공모전’입니다. 심사 끝에 총 4명이 최종 수상작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들은 누구이고, 어떤 소설을 써서 뽑혔을까요. 작가로서의 재능을 보여준 4명의 학생작가를 소중이 인터뷰했습니다.

김영서(경기도 부천 부명중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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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소개한다면.
“순수 소설 마니아입니다. 마음껏 상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설을 좋아해요. 언젠가는 내 손으로 멋진 소설을 써보겠다고 다짐했는데 이번 공모전에서 그 꿈을 이룬 것 같습니다.”

―소설 속 반전이 눈에 띕니다. 어떤 과정을 거쳤나요.
“처음 기획은 추리 소설이었어요. 단편소설인 만큼 상황을 자세히 묘사하기보다 사건의 흐름에 무게를 두고 이야기를 전개했죠. 그러다 보니 반전이 강해졌고, 결국 공포 소설로 변경됐어요. 1차 완성 후에도 기대만큼 무섭지 않아 두 번이나 소재를 바꾸는 등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도 짧고, 굵은 반전만큼은 반드시 넣으려고 했어요.”

―수상 소감은.
“생애 두 번째로 쓴 소설에서 이렇게 좋은 평가를 받다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사실 저는 무서운 소설은 절대 안 읽어요. 그런 제가 공포 소설 공모전에서 상을 타다니 아직도 믿기지 않습니다. 아직 꿈을 정하지 못했는데 이번 수상을 계기로 소설가의 꿈을 살짝 꿔보게 됐습니다.”

김영서 학생의 ‘대가’는.

비가 쏟아지던 날 밤, 운전 중 사람을 친 주인공은 그 시체를 몰래 산속에 묻는다. 10년 뒤, 신원 미상의 시체가 발견됐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그는 사건 현장으로 향한다. 하지만 이미 시체는 사라지고 없었는데.

심사평
박세진 “짧은 만큼 결말의 임팩트가 좋았습니다. 뜬금없이 시체가 사라진 대목을 좀 더 개연성 있게 풀어 썼으면 더 훌륭했을 겁니다. 독서량을 늘리고 문장 공부를 하기를 권합니다.”

이재익 “깔끔한 반전을 재치 있게 풀어내는 능숙함이 돋보입니다. 그러나 이야기의 반전이 옛 구전 괴담에서 자주 사용되는 방식, 예를 들어 ‘엄마, 나 또 밀 거야?’ 등을 사용했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박혜진(대전 문정중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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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주제가 독특합니다. 소재는 어디서 얻었나요.
“실제로 제가 꾸었던 꿈 이야기예요. 몇 년 전 유난히 악몽을 자주 꿨는데 그중 가장 무서웠던 꿈을 이야기로 엮었죠. 소중 홈페이지에서 공포 소설 공모전 공지를 보자마자 번뜩 떠올라 바로 작업에 들어갔어요.”

―작품을 쓸 때 어려움은 없었나요.
“제가 느꼈던 공포를 생생하게 전달하는 것이 쉽지 않았어요. 특히
팔·다리가 사라지는 상황을 쓸 땐 곤혹스러웠죠. 지루함을 덜기 위해 포인트로 넣은 부분인데 막상 그 순간을 상상하니 긴장되더라고요. 제가 공포는 좋아해도 잔인한 건 싫어하거든요. 진땀 흘리며 썼죠. 읽어주시는 분들이 무섭다고 느꼈으면 좋겠네요.”

―수상 소감은.
“늘 공상에만 빠져 저를 걱정하시던 부모님과 제 소설을 돌려가며 읽어준 친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4년 동안 꾸준히 소설을 써 온 보람을 느낍니다. 소설은 물론이고 시·칼럼 등 다양한 장르의 글에 도전하며 작가의 꿈을 더 키워나가고 싶습니다.”

박혜진 학생의 ‘가위’는.
이른 아침, 평소처럼 잠에서 깬 주인공. 정신은 멀쩡한데 몸이 움직이지 않는 ‘가위 눌림’을 겪는다. 안간힘을 써서 꿈에서 깼는데 뭔가 이상하다. 이번에는 한쪽 팔이 보이지 않는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심사평
박세진 “가위라는 일상 속 흔한 소재를 매끄럽고 실감나게 풀어냈다는 점을 칭찬해 주고 싶습니다. ‘꿈속의 꿈’이라는 액자식 구성 시도도 신선하고요. 단, 결말로 이어지는 과정이 다소 지루하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이재익 “묘사의 힘을 아는 작가입니다. 완결된 내러티브에 대한 강박 없이 특정 상황에 과감하게 집중한 것도 탁월합니다. 이 작품과 함께 보내온 ‘forget’도 칭찬하고 싶어요. 핵심 주제인 ‘알고 보니 주인공(화자)이 죽은 사람이었다’는 평범한 반전이었지만 그 뒤에 나오는 내용에 힘이 있었습니다. 그저 그런 공포를 묵직한 감동으로 바꾼 재주에 박수를 보냅니다.”

이수현(대구 송현여중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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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쓰기가 능숙해 보입니다. 언제부터 소설을 썼나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컴퓨터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어요. 그러던 중 웹소설 커뮤니티를 알게 됐고, 다른 작가들의 글을 보며 독창적인 표현법을 익혔죠. 제 웹소설을 읽은 독자들의 응원에 힘을 얻기도 했고요. 댓글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며 글 쓰는 것을 좋아합니다.”

―가장 심혈을 기울인 부분은.
“‘평범함 속에 숨어 있는 공포’. 제 소설의 포인트입니다. 문자 메시지에서 그 실마리를 찾았죠. 매일 친구와 메시지로 대화를 나누지만 서로 얼굴은 볼 수 없잖아요. 만약 대화 상대가 내 친구가 아니라면, 그걸 깨닫는 순간 우리는 어떤 감정을 느낄까? 그 순간의 공포를 노렸습니다.”

―수상 소감은.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기 위해 기승전결을 반드시 지키려고 했는데 그 진심이 통한 것 같습니다. 이 상을 발판 삼아 사람들의 상처 난 마음을 치유하는 소설을 쓰고 싶어요. 생각지 못한 상을 받은 만큼 그 꿈도 꼭 이루어질 거라 믿습니다.”

이수현 학생의 ‘가슴 아프게 그리워할수록’은
주인공의 단짝 친구가 갑작스런 사고로 세상을 떠난다. 일 년 뒤. 친구를 그리워하던 주인공은 묘한 일을 겪게 된다. 자신도 모르는 메시지가 전달돼 오해를 사게 된 것. 심지어 죽은 친구의 영혼과 마주하게 되는데.

심사평
전홍식 “아이디어가 참신했습니다. 주위에서 쉽게 볼만한 이야기지만, 공포물에서는 쉽게 나오지 않는 소재입니다. 기승전결을 갖추고,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풀어내는 힘도 있습니다. 반전의 요소도 있어서 공포 소설로써 완성도도 높습니다. 장편으로 펼쳐내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이재익 “소녀만이 쓸 수 있는, 소녀들만의 감성과 이야기가 신선했습니다. 다만, 이런 신선함이 또래 집단에서는 지나치게 평범한 소재라는 것이 한계입니다.”

추윤서(경기도 수원 잠원중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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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소개한다면.
“만화 시나리오 작가가 꿈인 남학생입니다. 사회 이슈에 관심이 많아서 감성적인 소설보다 사회 문제를 다룬 소설을 더 좋아합니다. 이번 소설에도 강렬한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읽다 보면 어딘지 모를 익숙함을 발견하실 거예요.”

―어떤 메시지가 숨어 있나요.
“경쟁만을 강요하는 우리나라 교육 문제를 꼬집고 싶었어요. 그래서 이야기를 현실에 빗대어 지어냈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시작된 게임,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싸우는 아이들은 정해진 입시 제도 속에서 1등만을 위해 경쟁하는 우리나라 학생들을 의미합니다. 극한 경쟁 속에서 변해가는 아이들의 심리와 행동을 통해 현재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보려고 했습니다.”

―수상 소감은.
“처음 도전하는 소설 공모전이라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반복해서 글을 수정했습니다. 덕분에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아요. 앞으로도 독자들에게 생각거리를 던질 수 있는 소설을 창작할 수 있도록 더 많이 읽고, 생각하겠습니다.”

추윤서 학생의 ‘Delta’는
고아원에 찾아온 이름 모를 한 사람. 그는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메시지를 아이들에게 전한다. 그렇게 시작된 수상한 게임. 룰도, 목적도 모른 채 게임에 휘말린 아이들은 오로지 살아남기 위해 친구를 없애나간다.

심사평
전홍식 “한정된 상황에서 대결을 통해 살아남는다는 게임 소재는 흔한 아이디어입니다. 하지만 게임에만 집착하지 않고 이야기로 만들려고 노력한 점과 명확한 주제의식을 높이 샀습니다. 소설 속 일상의 모습을 더 보여줬으면 어땠을까 합니다.”

이재익 “게임의 구조를 차용한 판타지 스릴러인 만큼 구조의 신선함을 살렸으면 더 좋았을 작품입니다. 1인칭 시점과 3인칭 시점이 들쭉날쭉해서 몰입을 방해한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제2회 소년중앙 호러·추리 단편소설 공모전

심사위원 박세진 피니스아프리카 출판사 대표, 이재익 소설가, 전홍식 SF&판타지도서관 관장

최종 당선작으로 뽑힌 네 편의 소설은 9~10월 중으로 소년중앙에 연재될 계획입니다.
소중 홈페이지에서도 읽을 수 있습니다. 작품은 작가 이름 가나다 순으로 연재됩니다.

글=이세라 기자 slwitch@joongang.co.kr, 이민정 기자 lee.minjung01@joongang.co.kr
사진=장진영·우상조 기자 artj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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