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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뷰] 최초 호남 출신 새누리당 대표 이정현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작은 시골마을에서 ‘무(無)수저’로 태어나 거대 여당에 깃발을 꽂기까지 … 당대표 당선 후 ‘친박-비박 계파 해체 선언’, ‘세월호 녹취록 사과’ 등 파격 행보

“‘박근혜 정부’ 반드시 성공시켜 보수 정권 재창출 하겠다 ”

새누리당이 8월 9일 전당대회에서 향후 2년간 당을 이끌 수장으로 이정현(57) 의원을 선택했다. 그는 전남 곡성 출신으로 헌정사상 최초의 호남 출신 보수정당 대표가 됐다. 스스로를 ‘새누리당 소외계층’이라고 일컫는 이 대표가 향후 당내 계파 갈등을 어떻게 봉합하고 내년 대선을 준비할 지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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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대표는 당대표 당선 직후 <월간중앙>과 가진 인터뷰에서 “더 이상 혁신을 강조만 하는 것은 국민들께 피로감만 더할 뿐이다. 이제는 진짜 행동으로 이뤄내야 한다. 당의 근본부터 고치겠다”며 파격행보를 예고했다.

한국 정당사상 처음으로 호남 출신의 보수정당 대표가 탄생했다.

새누리당은 8월 9일 전당대회에서 향후 2년 동안 당을 이끌 수장으로 이정현(57) 대표를 선출했다. 당초 친박계와 비박계의 팽팽한 승부가 예상됐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원조 친박’으로 분류되는 이 대표가 비교적 넉넉한 표차로 당선됐다.

이 대표는 전당대회에서 총 유효투표수 10만8738표 가운데 4만4421표(40.9%)를 얻었다. 경쟁자로 나선 비박계 주호영(55) 후보는 3만1946표(29.4%)를 얻는 데 그쳤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비박계 후보 단일화가 역으로 친박의 결집을 부추긴 결과라고 평했다. 하지만 보수정당 소속으로 호남에서 두 차례 당선된 이 대표의 ‘개인기’가 대선을 앞두고 강력한 리더십 출현에 목말라 하는 새누리당 당원들의 열망과 맞닿은 게 주효했다는 평가가 많다.

실제로 이 대표는 ‘순혈’ 호남 출신이다. 1958년 전라남도 곡성군 목사동에서 태어나 목사동초등학교와 순천 주암중, 광주 살레시오고를 졸업했다. 대학시절 1985년 전남도지사를 지낸 구용상 전 의원이 민주정의당 후보로 출마하자 “정치 똑바로 하라”며 항의 편지를 보낸 것이 인생의 행로를 결정했다. 그를 눈여겨본 구 전 의원이 그를 비서로 채용한 것이다. 이렇게 정치권에 발을 디딘 그가 이후 맡은 직책은 민주자유당(현 새누리당)의 당 사무처 말단직인 ‘간사 병(丙)’이었다.

이후 당명이 신한국당, 한나라당, 새누리당으로 바뀌는 동안 그는 ‘영남당’ 내 호남 출신이라는 핸디캡을 안고 한 계단씩 올라온 끝에 결국 집권당의 대표로 당선됐다. 보수정당의 수장이 되기까지 이 대표는 ‘17계단’을 올라야만 했다.

‘보여주기’식 정치는 이제 허물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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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8월 11일, 새누리당 신임지도부와 가진 청와대 오찬에서 이정현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당·정·청이 완전히 하나가 돼서 국민에게 약속했던 것을 제대로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새누리당 대표 수락연설에서 “지금 이 순간부터 새누리 당에는 친박-비박 어떤 계파도 존재할 수 없음을 선언한다며 “야당의 시각과 여당의 책임으로 민생을 위한 정책과 예산을 반영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국민의 신뢰를 찾아 내년 대선에서 승리를 거두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이 대표는 스스로를 ‘무(無)수저’이며 ‘새누리당 소외계층’이라고 말한다. 그는 향후 당내 파벌을 어떻게 혁파할 것인가? 내년 대선을 위한 보수당 재집권 플랜은 어떻게 그려질까? 7월 26일, 8월 14일 두 차례 이 대표를 만나 2시간 반여 동안 얘기를 들었다.

전당대회를 치러낸 소감이 어떤가? 막판에 출마를 포기했지만 김문수 전 경기지사 등 거물급 인사도 당대표 후보로 거론됐었다.

“김문수 전 지사를 비롯해 여러 거물급 인사가 당대표 후보로 나설지도 모른다는 말이 들려왔을 때 사실 별로 관심 두지 않았다. 새누리당 당대표가 되고 싶은 인사는 죄다 출마해 국민과 당원의 선택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심정이었기 때문이다. 토론 과정에서 당의 변화를 위한 다양한 철학과 비전이 공유되지 않겠나. 서로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리는 거다. 당대표가 된 지금도 같은 생각이다. 어떤 의견에도 귀 기울일 준비가 돼 있다.”

‘세월호 녹취록’ 국민에게 심려 끼쳐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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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대표가 지난 4·13총선에서 점퍼 차림으로 자전거를 타고 순천 시내에서 유세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는 광주에서 낙선을 거듭하다 3전 4기 끝에 순천에서 2선 신화를 만들어냈다.

당시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비박계 후보를 공개 지지하는 등 친박-비박 간 첨예한 대결 구도로 치달았는데.

“김무성 전 대표의 입장을 이해한다. 당선 후에도 김 전 대표에게 전화드려 굉장히 즐겁게 통화했다. 다만 이와 별개로 오로지 파벌 이익을 위해 이합집산하는 계파 정치는 이제 청산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더 이상 유치한 짓을 해서는 안 된다.

특히, 지난 총선에서 드러났듯이 새누리당의 처지가 편치만은 않다. ‘정말 심하게 하네’ 싶을 정도로 치열하게 모든 문제에 대해서 논의해야만 하는 상황이 온 거다. 결국 당을 책임지려는 자는 자신의 모든 걸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민과 당원의 선택을 받는 게 중요하다. 당대표를 뽑으면서 마치 계파의 대표를 뽑으려 든다면 국민들께서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제가 지난 선거에서 타 후보에 대한 비방 없는 연설만 했던 게 이런 이유에서다.”

앞으로 새누리당 당대표로서 보수당 혁신을 어떻게 추진할 생각인가?

“지난 전당대회에서 혁신과 쇄신이라는 말이 숱하게 등장했다. 그만큼 현재 새누리당이 벼랑끝에 서있다는 말이다. 더이상 혁신을 강조만 하는 것은 국민에게 피로감만 더할 뿐이다. 이제는 진짜 행동으로 혁신을 이뤄내야 한다. 사실 마음 같아서는 당의 근본을 다 바꾸고 싶다. 몸이 어디 아플 때마다 내과·외과 이리저리 떠돌지 말고 제대로 종합검진 한번 받아보자는 거다.”

이 대표는 8월 1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치인이 민생현장을 방문한다고 하면서 카메라를 대동하는 ‘보여주기’식 정치는 이제 허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이 대표는 새누리당 사무처 월례조회를 주재하면서 “앞으로 일할 때는 각자 직책을 부르겠지만, 오늘은 여러분을 ‘아우님’으로 부르겠다”고 말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당 사무처 후배를 만난 소감은 어땠나?

“옛날 생각도 나고 그랬다.(웃음) 능력이 있다면 사무처 직원도 국장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더 위로 올라갈 여지가 있어야 한다. 당에 제3사무부총장직을 신설해서 사무처 출신을 임명할 생각도 있다. 앞으로 전문성이 중요한 시대가 될 거다. 능력 있는 사람이 국민을 위해 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 더 이상 오만의 정치는 없어야 한다.”

오만의 정치는 무엇을 말하는가?

“지난 총선에서 참패한 것을 보라. 이제 내년 대선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계파 청산이 급선무가 됐다. 친박의 대표, 비박의 대표를 뽑는 게 문제가 아니라 되도록 많은 사람이 나와서 자신 있게 혁신의 의지를 내보이는 게 보수당이 재집권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이 대표는 특정 인물을 지칭하지 않았으나 “당원과 국민의 자율투표권에 대해서 제발 간섭하고 끼어들지 말아야 한다. 프레임 조정이나 말장난으로 (득표를) 조절할 수 있다는 식의 그런 오만을 부리면 안 된다”고 경고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탁월한 ‘홍보 전문가’로도 유명하다. 그의 재능을 알아본 건 박근혜 대통령이었다. 2004년 노무현 당시 대통령 탄핵 역풍이 몰아치는 가운데 치러진 17대 총선,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낙선자 위로 점심’에서 이 대표를 처음 만났다.

광주시에 출마해 낙선한 이 대표는 박 대표에게 “한나라 당의 호남 홀대를 고쳐야 한다”며 격정을 토로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소감을 밝혔다. “어쩜 그렇게 말씀을 잘하세요.”

이후 이 대표는 박 대표에 의해 당 수석부대변인에 발탁됐다. 2007년 대선 경선과 18대 대선에서는 박근혜 후보 공보 업무를 맡으며 ‘박근혜 대변인’으로 성장했다. 현 정부가 들어선 후 대통령직 인수위 정무팀장, 현 정부 초대 정무수석과 홍보수석을 지냈다.

박근혜 정부 초반부터 당청간에 소통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어떻게 보나?

“현 정부가 국민과 소통을 제대로 못한다는 평은 하도 여러 사람한테 들었기 때문에 잘 알고 있다. 국민이 거짓말하겠나? 저희가 아무리 소통하려는 노력을 기울여도 (국민이) 그렇게 느끼지 못했다면 결과적으로 소통이 안 된 거다. 저도 청와대 홍보수석으로 있으면서 느낀 게 있다. 특히 정부의 홍보능력이 참 부족했다는 거다.”

이 대표는 청와대 홍보수석으로 있던 2014년 4월 세월호 사고가 터진 뒤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방송이 지금 해경을 밟아놓으면 어떻게 하느냐”며 정부의 늑장 구조를 비판하는 9시뉴스 보도에 불만을 드러냈다.

우병우 청와대 수석… 의혹의 진위 가려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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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의원이 8월 9일 새누리당 제4차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됐다. 한국 정당사상 처음으로 호남 출신의 보수정당 대표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세월호 사건 당시 KBS측과 통화한 내용이 공개됐었다.

“세월호 사건은 저도 자식을 키우는 입장에서 참 안타까웠다. 정부의 구성원으로서, 같은 부모로서 구조작업이 잘 되도록 돕고 싶었다. 우선 해경이 구조에만 집중하도록 해주는 게 주요하다고 봤다.

거센 파도를 타고 수색을 하는 일은 분명 위험하고 어렵다. 사기가 떨어지면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서 한 언론에 ‘시시비비는 구조 후에 가릴 수 있는 일 아니냐’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아주 간곡하게 얘기를 하는 과정이 오해를 산 것 같다.

제 말투를 들어보면 촌놈이고 말이 거칠다. 더군다나 그때는 절박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저의 말투가 다소 거친 면이 있었다. 그분과의 대화가 녹음돼 공개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언론사에 부탁을 하더라도 수락 여부는 전적으로 언론사의 판단이다. 요즘 외압에 흔들리는 언론사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당시 제가 외압의 주체로 보여질지 상상도 못했다. 한 생명이라도 더 구할 수 있는 구조를 위해 협조해 달라는 말이었다. 결과적으로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스럽다.”

청와대 홍보수석 시절을 돌아보면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 아쉬움이 남는 게 있다면?

“조심스럽게 변명하자면 과거에는 국정홍보처가 있었다. 수백 명의 직원이 수백억의 국가 예산을 갖고 국가 정책과 대통령의 활동을 국민에게 상세히 소개했다. 그런데 국정홍보처 없이 홍보수석실 한 곳으로 (홍보)하다 보니까 분명 한계가 있더라. 솔직히 말해서 대통령께서도 좀 더 자주 국민 앞에 나서서 정책에 대해 많이 설명해주셨더라면 더 좋은 평을 듣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언변이 좋아 술술 답변을 이어가던 그가 갑자기 양해를 구해왔다. 잠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후 이 대표는 다시 입을 열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얘기였다. “현 정부가 마치 아무것도 한 게 없는 양 비판하는 것도 문제다.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의 인기에 영합하지 않고 비정상화의 정상화에 매진했다. 그게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어 그는 “그런 박 대통령의 노력을 당에서 뒷받침할 것이며, 협력할 것이 있다면 당당하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신임 지도부가 8월 11일 청와대에서 오찬 회동을 가졌다. 회동 직후 박 대통령은 이정현 대표와 별도로 25분간 대화를 더 나눴다. 박 대통령이 지난해 7월 김무성 당시 대표와 5분간 비공개 회동을 가진 것에 비해 이 대표에게 할애한 시간이 더 늘었다.

이 대표는 평소 “대통령과 수시로 통화하고 필요시 면담을 신청할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박근혜 정부 집권 4년 차의 당·청이 ‘신(新)밀월’ 관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당·청 밀월시대가 열렸다는 평이 많다. ‘공정한 대선 관리가 가능하겠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박근혜 정부의 공약사항을 포함한 국정운영의 철학·노선·방향에 협조하는 것이 여당 대표로서 당연한 일이다. 당·청관계는 국민의 행복이라는 공동 목표를 실행하는 ‘동반자’적 관계다. 때문에 여당이 정부와 밀접한 소통을 하면 이상하다는 식으로 보는 시선 자체가 이상한 거다. 여당으로서 성공한 정부를 만들어야 다음 정권 재창출을 국민께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어 이 대표는 “나는 박 대통령의 당대표 시절, 또 평의원 시절 많은 대화를 나눈 사람이다. 박근혜 정부가 잘되기를 바라는 입장에서 아니라고 판단하면 거침없이 ‘아니오’라고 말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교체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개각은 박 대통령께서 심사 숙고하실 일이다. 신임 당대표가 되자마자 정부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정치를 어떻게 혁신할지를 매일 밤 고민한다. 우 수석을 둘러싼 의혹으로 인해 당사자나 정부 여당에 심적 부담이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의혹의 진위가 가려지지 않겠는가. 그런 문제일수록 원칙에 맞게 이성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모든 건 국민이 판단할 문제다.”

이 대표와의 인터뷰 이틀 뒤 박근혜 대통령이 3개 부처 장관 등에 대한 개각을 단행했다. 그동안 정치권으로부터 줄곧 사퇴 압박을 받아온 우병우 수석 등 청와대 참모진은 교체되지 않았다. 우 수석은 진경준 검사장 부실 검증과 비호 등 각종 의혹이 제기돼 여권 내부에서도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었다.

지난 총선에서 유승민 의원에 대한 공천 잡음이 있었다. 당시 당대표였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 것 같나?

“지난 공천에 대해 의견을 내놓는다면 본의 아니게 전임자를 비난하는 결과가 된다. 과거에 대해서는 얘기하고 싶지 않고 미래만 보고 싶다. 모든 공천 잡음은 결국 시스템에서 비롯된다. 앞으로 공천 갈등과 그로 인한 계파 전쟁, 파벌 확산을 사전에 막을 수 있도록 시간적 여유를 갖고 상시 공천하겠다. 마감 하루 전날 후보 등록하는 행태를 반드시 개선하겠다.”

원내 문제는 정진석 원내대표가 ‘전권’ 행사할 것”

당시 친박 핵심 최경환·윤상현 의원의 공천 발언 관련 녹취록도 나왔다. 어떻게 보았가?

“사실 (녹취록에 대해서는) 내용을 잘 모르기 때문에 단적으로는 답하기 어렵다. 다만 그 사건을 통해 분명히 알 수 있는 것은 새누리당을 포함한 한국 정당의 의원 공천에는 여러 문제점이 있다는 사실이다.

공천받고자 하는 사람은 많고 그런 사람에게 영향력을 미치려는 사람도 많다. 그런데 의원 자리는 한정돼 있다. 결국 선거 때마다 난리가 난다. 부산 출마희망자가 갑자기 서울로 지역구를 옮긴다든지, 언제는 오픈 프라이머리를 주장했다가 막상 선거가 닥치니 그 얘기는 쏙 들어간다. 말은 상향식 공천을 한다는데 형식적으로 몇 군데에서 실행되는 것에 그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후보 등록 하루 전날 후보가 결정되는 졸속의 공천이 발생한다는 게 유감스럽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겠다는 말로 들린다.

“그렇다. 세월호 사태가 터졌을 때도 정치권에서 많은 우려를 표했지만. 이미 벌어진 일 아닌가? 이렇게 반복되는 안전사고에 대해 과연 정치권과 정부가 얼마나 근본적인 문제점을 파악했는지 의문이 든다.

저는 근본적 해결책을 찾아내는 게 중요하다고 보고, 여기에 초점을 맞추려고 한다. 또 ‘국민이 행복한가’ 하는 질문을 계속 던지고, 일자리 부족과 가계부채 불안 등 개별 문제점을 찾아내 해결하고자 한다.”

호남 전성시대가 왔다. 3당 대표 모두 호남과 연관된 인물이다. 지역정치를 뛰어넘기 위해서 새누리당은 뭘 변화시켜야 한다고 보는가?

“제가 늘 이야기하지만 호남 포기 전략을 포기해야 한다. 어차피 표가 안 나오니까 좋은 후보 내려는 노력도 안 해왔다. 후보 지원도 안 하고. 자연히 호남에 각종 현안과 정서 부분에 대해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그게 쌓이고 쌓여서 선순환이 아니라 악순환이 됐었다.

저는 호남에 완전하게 기반을 두고 있는 호남사람이다. 부모님이 아직도 호남에 살고 계신다. 헌정 이래 최초로 보수 정당에 호남 출신이 대표가 됐다. 호남의 정서와 현안이 야당의 회의석상뿐만 아니라 여당의 회의석상의 주메뉴로 오를 수 있는 상황이 자연스럽게 전개될 거다. 그동안 호남 사람이 섭섭하게 느끼고 있었던 정서, 현안에 대해 분명한 목소리를 내겠다.”

당대표 권한이 커진 상황에서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와는 어떻게 역할 분담을 할 계획인가?

“역대 그 어떤 정당도 경험해보지 못했을 정도로 원내 문제는 원내 대표가 ‘거의’ 전권을 행사토록 하겠다. 원내 문제에 있어서는 오히려 제가 원내대표를 조력하는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 실제로 원내대표가 마음 편하게 본연의 업무를 볼 수 있도록 그에 걸맞은 환경과 여건을 조성할 계획이다.”

대선 후보 경선과정에서 비박계가 불이익을 당하리라는 일각의 우려도 있다.

“더 이상의 계파 갈등은 없다. 제가 보장한다. 당대표는 새누리당의 화합과 상생을 향한 조율자가 돼야 한다. 특정 계파를 대변한다든지 특정 대선주자의 도움을 받아 당의 요직에 오른 다음 해당 대선주자를 밀어주는 식의 옛날 정치, 이제는 종식해야 하지 않을까? 저는 당대표로서 한번 제대로 된 정치를 해보고 싶다. 계파를 초월한 정신으로 법을 철저하게 지키면서 오직 국민과 당원만 믿고 가려고 한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지지율이 높게 나오고 있다. 어떻게 보는가?

“반기문 총장은 대한민국을 넘어서 세계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분이다. 그분이 아직 임기 중인데 대선 관련해서 언급되는 것은 반 총장과 우리나라를 위해서도 결코 소망스러운 행태는 아니라고 본다. 가급적이면 임기에 충실할 수 있도록 대선 관련해서 거론하는 걸 자제하는 것이 좋겠다.”

당대표로 다음 대선을 어떻게 관리하고자 하는가?

“당의 문호를 개방하고 능력 있는 외부 인사를 대대적으로 영입해 아주 치열한 정책 경쟁을 벌이도록 하겠다. 국민의 시각에서 국민의 후보가 탄생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누구든 희망하는 사람은 출마하라. 국민과 당원의 수준을 믿고 그분들에게 선택권을 맡겼으면 한다.”

여론조사 등 국민의 판단을 경선에 적극 반영하겠다는 얘기인가?

“대선 후보에 대한 최종 결정은 당의 헌법이나 다름없는 당헌·당규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10여 명의 대선 후보군에서 두세 명을 추려가는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거다. 마치 ‘슈퍼스타’를 뽑는 경쟁 프로그램처럼 최종 결선에 오를 2~3인을 선정하는 과정이 중계될 거다. 각자의 비전과 능력을 국민 앞에 브리핑하고 검증받는, 그야말로 새로운 경선이 시작되리라 나 스스로도 기대하고 있다.”

거위의 꿈은 이뤄졌다”

대선 후보 경선에 얼마나 참여할까?

“유승민, 김무성, 원희룡, 남경필, 오세훈, 반기문 등 거론되는 인사를 찾아가 삼고초려할 생각도 있다. 13명 정도의 후보군을 만든 후 생중계 토론을 하는 게 어떨까 고민 중이다.”

‘무수저’ 출신으로 당대표가 됐다.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

“‘호남 출신이 어떻게 새누리당 당대표가 될 수 있느냐, 이것은 정말 불가능한 일이다’ 이런 말 밥 먹듯이 들었다. 솔직히 그동안 제 등 뒤에서 엄청나게 비웃고 있었던 거 잘 알고 있다. 7년 전 처음 가수 인순이의 ‘거위의 꿈’의 가사를 보고 엄청 울었다. 너무 제 신세 같아서…. 버려지고 찢기고 그래서 남루해진 거위가 창공을 난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였지만 허황된 꿈이라도, 꿈은 이뤄지라고 있는 거 아닌가. 호남에서 새누리당 이름을 달고 당선돼보겠다고 발버둥친 세월을 뒤로 한 채 드디어 그 벽을 넘었다.

새누리당은 명실상부한 전국정당이 됐다. 새누리당으로서 이보다 더한 개혁과 쇄신은 없다고 생각한다. 당의 지지기반이 훨씬 넓어졌으며 집권여당으로서의 아주 자신 있고 떳떳한 모습으로 변모해가고 있다. 당 내부의 계파 문제를 자꾸 지적하는데, 50년도 더 된 호남에 대한 지역주의도 뛰어넘었는데 같은 당 식구의 의견 차이 하나 조정 못 하겠나. 포용할 수 있다. 기대해도 좋다.”

차차기나 언제 대선에 도전할 생각은 없나?

“나는 방금 당대표를 맡은 사람이다. 할 생각이 있고 해선 안될 생각이 있지. 이미 ‘거위의 꿈’은 이뤄졌다. 앞으로 오로지 국민 생각만 하고 한길만 걷겠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귀한 자리에 초대해주고 말할 기회를 줘서 고맙다. 저는 정말 철저한 비주류였고, 엘리트도 아니었고, 12가구 사는 깡촌에서 나고 자라 여기까지 왔다. ‘무수저’로 여기까지 올라온 저를 보고 모두가 꿈을 가졌으면 좋겠다. 비록 거위처럼 뚱뚱하고 크지만 창공을 날았으면 한다. 꿈을 꿨다면 한번 날아보자. 이정현이 50년 지역주의를 깨지 않았나? 무엇이든지 우리는 할 수 있다. 우리에게 불가능은 없다. 한번 해보자.”

글 김포그니 기자 pognee@joongang. co.kr / 사진 김경빈 기자 kgbo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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