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매거진M] 감독으로도 빛날 그 이름 조디 포스터와 나탈리 포트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조디 포스터(54)와 나탈리 포트먼(35). 그들의 빛나는 재능을 ‘배우’란 말 안에 가둬서는 안 될 듯하다. 멜 깁슨과 조지 클루니가 그러하듯, 포스터와 포트먼은 카메라 앞과 뒤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배우 겸 감독이다. ‘머니 몬스터’(원제 Money Monster, 8월 31일 개봉)와 ‘사랑과 어둠의 이야기’(원제 A Tale of Love and Darkness, 9월 1일 개봉, 이하 ‘사랑과 어둠’)는 각각 포스터가 연출한 네 번째 영화, 포트먼이 연출한 첫 장편영화다. 그들은 이번에 감독으로서 어떤 영화를 내놓았을까. ‘머니 몬스터’와 ‘사랑과 어둠’을 살펴봤다.


조디 포스터 감독의 ‘머니 몬스터’


기사 이미지

영화 `머니 몬스터` [중앙포토]

| 어떤 영화?
생방송이 한창인 TV 증권 쇼 촬영장에 총을 든 젊은이가 들이닥치더니 쇼 진행자 리(조지 클루니)와 연출자 패티(줄리아 로버츠)를 비롯한 제작진을 인질로 삼는다. 그의 이름은 카일(잭 오코넬). 얼마 전 리가 방송에서 한 말을 듣고 IBIS란 투자 회사의 주식을 샀다가, 주가가 폭락하는 바람에 전 재산을 잃은 남자다.

연출에 뛰어든 할리우드 배우들

그는 리와 IBIS의 CEO 캠비(도미닉 웨스트)에게 그 많은 돈이 하루아침에 사라진 이유를 ‘알아들을 수 있게’ 해명하라고 요구한다. 일촉즉발의 상황이 전 세계에 생방송되는 가운데, 리와 패티는 카일을 도와 그가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려 든다.

| 인상적이에요
거대한 증권 시장에 오가는 숫자들의 실체는 무엇이고, 그 암호 같은 숫자 놀음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이 영화가 던지는 질문이다. 카일은 인질극을 저지르는 범인인 동시에, 실체를 알 수 없는 증권 거래의 희생양이다.

‘머니 몬스터’는 영리하게도 인질극의 긴장감을 스릴러의 동력으로 삼는 동시에,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질문을 통해 관객을 점차 카일의 편에 서게 만든다. 그건 리와 패티도 마찬가지다. 지난 3월 미국 비벌리힐스에서 만난 포스터 감독은, “증권 거래를 기반으로 한 미국 경제는 그 복잡하고 어려운 체제를 고안해 낸 당사자들에게만 이익이 가는, 일종의 비밀 조직 같은 제도”라며 “그 안에서 카일을 비롯한 소시민들이 느끼는 좌절에 대해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기사 이미지

조디 포스터 [중앙포토]

“처음에는 카일을 속여 이 상황을 벗어나려고만 하던 리가 점점 진심으로 카일을 이해하며, 자신이 얼마나 오만하고 무지했는지 깨닫는 과정을 진실하게 보여 주려 했다.” 그가 밝힌 연출 의도다.

 포스터 감독이 스릴러영화를 연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1991년 천재 소년의 성장기를 다룬 ‘꼬마 천재 테이트’로 감독 데뷔한 그는, 그의 말대로 지금껏 “등장인물의 개인적 경험을 풀어내는” 잔잔한 영화들을 연출해 왔다. 그가 ‘머니 몬스터’를 들어 “감독으로서 새로운 시작”이라 설명하는 게 과장이 아니다.

그는 “앞으로도 연기를 계속하겠지만, 배우보다 감독으로 일할 때 마음이 더 편하다”며 “큰 그림을 보면서 오랜 시간 하나의 목표에 끈질기게 집중해야 하는 연출이 나와 더 잘 맞는다”고 밝혔다.

| 아쉬워요
긴장이 흐르는 인질극 속에 등장인물의 관계가 어떻게 변하는지 보여 주며, 부조리한 미국 경제 체제와 모든 것을 오락으로 소비하는 현대 미디어에 대한 풍자도 곁들여야 했다. 그만큼 장르적 재미와 다층적인 주제를 결합시켜야 했던 작품. 그러나 포스터 감독이 그 모든 숙제를 완벽하게 해냈다고 보긴 어렵다.

극의 화두를 강렬하게 던지는 초반에 비하면, 리가 카일과 완전히 한편이 되는 과정이나 그 속에서 느껴져야 하는 미디어의 이중적 면모가 잘 와 닿지 않는다.


나탈리 포트먼 감독의 ‘사랑과 어둠의 이야기’


기사 이미지

영화 `사랑과 어둠의 이야기`. 영화사 제공

| 어떤 영화
이스라엘 작가 아모스 오즈가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바탕으로 쓴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 학살을 피해 유럽에서 팔레스타인으로 건너온 아모스(아미르 테슬러) 가족.

아모스에게 곧잘 상상 속 이야기를 들려주는 어머니 파니아(나탈리 포트먼)는 곧 유대 민족이 꿈꿔 오던 낙원이 건설될 것이라 굳게 믿고 있다. 그러나 어려운 상황 속에 메말라 가는 결혼 생활과, 유대인과 아랍인 사이에 끊임없이 이어지는 갈등 속에서 파니아는 점점 희망을 잃어 간다. 어린 아모스는 그런 어머니를 누구보다 애처롭게 바라본다.

| 인상적이에요

기사 이미지

나탈리 포트먼 [중앙포토]

포트먼 감독은 8년 전 원작 소설을 읽고 영화로 만들어야 한다고, 직접 연출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이스라엘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나 히브리어 교육을 받은 그에게 이 이야기는 결코 남의 것이 아니었다. “유대인은 어릴 때부터 가족의 역사 그리고 유대인이 겪은 대참사에 대한 이야기를 전설처럼 듣고 자란다.

그러면서 그 이야기의 어떤 부분이 과장됐고, 또 어떤 내용이 사실인지 살펴보는 과정을 거친다. 유대인의 문화는 그렇게 계승된다.” 포트먼 감독의 설명이다. 그는 원작자 오즈를 직접 찾아가 영화화 판권을 얻었다.

포트먼 감독은 이 영화의 연출뿐 아니라, 각본과 주연까지 겸했다. 처음부터 그러려던 건 아니었다. 그는 “여러 시나리오 작가들을 만나 이야기했는데, ‘각색에 대해 그렇게 자세한 아이디어가 있으면 시나리오를 직접 써 보라’고 권유받았다”고 전했다.

결국 그는 몇 년에 걸쳐 히브리어로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이 영화에서 언어가 큰 역할을 차지한다. 아모스의 아버지 아리에(길라드 카하나)는 늘 단어의 어원에 대해 이야기하며, 히브리어의 아름다움이 뭔지 보여 준다.” 그가 직접 주연을 맡은 건 투자자들이 원했기 때문이다.

‘사랑과 어둠’은 나이 든 아모스의 기억과 파니아의 상상, 파니아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오간다. 그 모든 이야기의 미로가 마치 꿈을 꾸듯 포근하고 부드러운 영상으로 펼쳐진다. 포트먼 감독은 “색이 모두 빠져나간 세상을 현실적이면서도 꿈꾸듯 비추되, 파니아의 꿈 장면에서는 색감을 풍부하게 드러내려 했다고 전했다. 극 전체가 아름답고 구슬픈 꿈처럼 느껴지는 건 그 덕분이다.

| 아쉬워요
‘사랑과 어둠’은 목표가 큰 작품이다. 누구보다 낭만적이고 희망에 차 있던 파니아가 왜 시들어 가는지 꼬집어 설명하진 않는다. 그 대신 그 이유를 작게는 그의 개인적인 삶, 크게는 세계사의 흐름 안에서 짐작하게 하는 것이 목표다. 그러려면 영화가 그만큼 상징적이고 풍성한 감성을 자아내야 하지 않았을까. 이미지는 충분히 아름답지만, 관객이 파니아의 고통을 직감적으로 느끼기에는 강렬함이 부족해 보인다.


우리도 곧 감독이 됩니다


‘유니콘 스토어’(원제 Uni-corn Store)의 브리 라슨

기사 이미지

브리 라슨 [중앙포토]

브리 라슨(26)은 못하는 게 뭘까. 2005년 앨범 ‘파이널리 아웃 오브 P E(Finally Out of P.E.)’를 발표한 싱어송라이터이자, 올해 2월 ‘룸’(3월 3일 개봉, 레니 에이브러햄슨 감독)으로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품에 안은 할리우드 유망주 아닌가. 그가 코미디 영화 ‘유니콘 스토어’로 연출에도 도전장을 내민다. 부모님 집에 들어가 살게 된 여성이 신비한 가게를 열게 되는 이야기다. 그가 주인공 키트 역을 맡는다. 다른 배역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 내년 개봉 예정이다.

‘스타 탄생’(원제 A Star is Born)의 브래들리 쿠퍼

기사 이미지

브래들리 쿠퍼 [중앙포토]

데이비드 O 러셀, 클린트 이스트우드 같은 명감독들의 사랑을 받는 브래들리 쿠퍼(41)는 ‘스타 탄생’(1937, 윌리엄 A 웰먼 감독) 리메이크작의 메가폰을 잡았다. 1954년과 1976년에도 리메이크된 바 있는 할리우드의 고전으로, 스타 배우가 신인 여성 가수 겸 배우를 발굴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복잡한 심정을 그리는 작품이다. 브래들리 쿠퍼가 스타 배우 역을, 팝 스타 레이디 가가가 신인 배우 역을 맡는다.

장성란 기자, 비벌리힐스=이경민 LA중앙일보 기자 hairp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