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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로 부활한 최고 금속활자본 ‘직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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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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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예술의전당 광장에 설치된 ‘직지 월: 깨달음의 순간’. 『직지』 하권의 활자 8000개를 플라스틱 상자에 새기고 조명을 설치했다. [사진 직지코리아조직위원회]

현재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하권’이 남아있는 『직지(直指)』는 현존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이다. 1377년 청주 흥덕사에서 간행돼 구텐베르그의 42행 성서보다 78년이 앞섰다. 201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도 등재된 ‘인류의 보물’이다.

론 아라드의 ‘직지 파빌리온’
8000개 직지활자 성벽 등
11개국 35개팀 작품 선보여

‘직지’에 담긴 창조적 가치를 현대 예술로 풀어보자는 국제행사가 시작된다. 1일부터 8일까지 충북 청주 예술의전당 일원에서 열리는 제1회 직지코리아국제페스티벌(조직위원장 이승훈 청주시장)이다. 청주 직지축제와 유네스코 직지상 시상식을 통합해 올해부터 몸집을 키웠다.

주제 전시인 ‘직지, 금빛 씨앗’을 기획한 김승민 수석 큐레이터는 “지금까지 ‘직지가 78년 앞섰다’는 면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에는 문명 발달사의 주요 맥락이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지식의 공유와 확산을 통해 인류의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점에서 직지는 혁명”이라는 얘기다. ‘금빛 씨앗’이라는 주제어에는 금속활자의 금빛에 무한한 가능성이 담겨있다는 의미를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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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심체요절』에 적힌 내용 중 일부를 회오리처럼 만든 최정화 작가의 설치작품 ‘마음’.

이번 전시에 참가한 11개국 35개 아티스트팀은 이 ‘문명의 씨앗’에서 새롭게 영감을 받은 신작을 대거 선보였다. 예술의전당을 찾는 관람객은 우선 광장을 성벽처럼 에워싼 8000개의 활자 설치물에 압도된다. 직지 하권에 있는 활자를 반투명 플라스틱 상자에 새겨 넣고 상자 안에는 LED 조명을 설치한 ‘직지 월: 깨달음의 순간’이다. 그 옆으로 옛날 서책을 펼쳐 엎어놓은 듯한 모양의 ‘직지 파빌리온’이 보인다. 독일 출판사 ‘타셴’이 세계 3대 디자이너로 꼽은 론 아라드가 이번 행사를 위해 내놓은 작품이다. 예술의전당 건물 외벽에 붙어있는 작품도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 가장 오래된 글자 ‘알파’부터 가장 어린 글자인 ‘히읗’을 수미쌍관형으로 만든 디자이너 안상수의 28m 짜리 거울 파사드 ‘알파에서 히읗까지’다.

전시실은 크게 7개의 섹션으로 구분된다. ‘세계사 속 직지’ ‘정보를 담는 인간에서, 책으로, 디지털로’ ‘구텐베르그 은하계, 직지/공간’ 등을 통해 활자 문화의 발달 속에서의 직지, 텍스트로서의 활자와 이미지로서의 활자, 예술가의 과거·현재·미래를 조망한다. 팔만대장경판이 소장된 해인사를 찍은 사진작가 배병우의 미공개 사진, 설치미술가 최정화가 청주 시민들과 ‘마음’이라는 화두로 제작한 대형 설치 작품, 이이남이 ‘직지’와 ‘훈민정음’의 글자로 만든 미디어 작업도 시선을 붙든다.

건물 지하 특별전시실에 마련된 남아공 의 윌리엄 켄트리지의 ‘노트 투워즈 어 모델 오페라(Note Towards a Model Opera 2015)’도 놓치지 말자. 옛 지도와 중국 고대 문자를 배경으로 텍스트와 이미지를 3개 채널에 결합한 이 영상작품은 이번 전시의 백미다. 1일 개막식에서는 중남미 15개국 국가기록원이 참여하는 ‘이베르 아카이브-아다이 프로그램’이 올해의 직지상을 수상한다.

청주=정형모 기자 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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