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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좋으니까…김치 유산균, 빵·맥주·초콜릿 속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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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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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유산균인 김치 유산균이 포함된 제품들이 잇따라 등장했다.

토종 유산균 전성시대다. 3년전 대기업이 김치 유산균을 상품화하는 데 성공한 이후 최근에는 빵·초콜릿·수제맥주에도 생존력이 높은 김치 유산균이 녹아들고 있다. 아토피를 앓던 아들을 위해 한 연구자가 김치 유산균 개발에 나선 지 10년 만이다.

아토피 치료제 찾다 본격 개발
수입 유산균 밀어 내고 시장 주도
올 1800억 시장…해외 진출도 겨냥

CJ푸드빌 뚜레쥬르는 김치 유산균을 넣은 빵 3종과 케이크 3종을 출시한다고 30일 밝혔다. 연유 크림에 유산균을 첨가했다. CJ제일제당이 김치 유산균에서 추출한 ‘CJLP-133’ 유산균을 사용했다. 임지혜 뚜레쥬르 상품팀장은 “유산균을 빵 반죽에도 넣어보고 각종 시도를 해 봤지만 식감과 영양소의 균형을 맞추려면 크림에 유산균을 넣는 것이 가장 낫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유산균이 주목받은 건 배변과 변비 개선, 유해균 증식 억제 등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사스·메르스 등 질병에 대한 공포가 지나간 이후 면역력이 강조되면서 유산균을 찾는 소비자도 늘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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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김치 유산균을 넣은 CJ푸드빌 뚜레쥬르 빵과 케이크, 수제 맥주 제조업체 더핸드 앤몰트브루잉 컴퍼니의 ‘K-바이스’, 롯데푸드 파스퇴르의 ‘LB-9 유산균 우유’, CJ제일제당의 ‘BYO 피부유산균 CJLP133’. [사진 각 업체]

김치 유산균은 다소 어울릴 것 같지 않았던 초콜릿·우유와도 만났다. 지난달 롯데제과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김치 유산균이 첨가된 초콜릿 2종을 내놓았다. 김치에서 분리한 식물성 유산균이 전체 유산균 중 25% 이상 함유됐다. 최근 롯데푸드 파스퇴르는 김치에서 유래한 유산균을 개발하고 LB-9 유산균 우유를 출시했다.

김치 유산균을 더한 K-푸드 맥주도 팔리고 있다. 수제 맥주 제조업체인 더핸드앤몰트브루잉 컴퍼니는 지난 4월 김치 유산균으로 발효된 사워 맥주인 ‘K-바이스’를 선보였다. 도정한 대표는 “김치 유산균의 영향으로 생성된 부드러운 신맛이 특징”이라고 밝혔다.

김치 유산균이 주목받으면서 김치 확보 경쟁도 치열하다. 롯데푸드 파스퇴르는 2013년 3월부터 약 4년 동안 전국의 전통시장과 가정을 돌며 김치 450여 종을 확보했다. 여기서 분리한 5000여 종의 균주 중 우수한 균을 선별해 원료로 만들었다.

윤석민 롯데중앙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동물성인 우유 유산균을 김치에 넣으면 유산균이 죽어버리는데, 김치 유산균를 우유에 넣으면 잘 발효된다”며 “김치에서 발견되는 유산균은 염도가 높은 곳에서도 생존한 유산균으로, 다른 유산균에 비해 생존력과 효능이 우수하다”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인증을 받아 본격적으로 김치유산균을 제품화한 것은 2013년 CJ제일제당의 ‘BYO 피부유산균 CJLP133’이다. 아토피를 앓고 있던 아들의 가려움을 개선할 수 있는 제품을 찾던 김봉준 박사가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김치 유산균 연구개발에 나섰다. 김 박사는 “133번째 분리한 유산균을 아들에게 먹였는데 열흘 만에 긁지 않고 잠을 잘 자더라”며 “채식을 많이 하고 발효 식품을 섭취해 온 한국인들은 우리 식문화에서 비롯된 김치 유산균이 잘 맞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치 유산균이 등장하기 전에는 주로 해외에서 수입한 유산균이 대부분이었다. 수입 유산균은 우유에서 추출한 동물성 유산균이었다. 하지만 김치 유산균이 나오면서 국내에선 식물성 유산균이 이른바 ‘대세’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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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균 시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13년 804억원에서 2015년 1579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성장했다. 업계는 올해 18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유산균 시장이 커지면서 유산균을 활용한 식품 개발도 활발한 것이다.

업체들은 토종 유산균인 김치 유산균으로 해외 시장을 노리고 있다. 미국 시장 조사 기관인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300억 달러 규모였던 세계 유산균 시장은 매년 7~8%씩 성장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중국·일본·호주 등 10개국에 특허 등록을 마쳤고 북미, 유럽 업체들과 수출 협의를 진행 중이다.

성화선 기자 ss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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