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김선영의 노벨상 이야기

노벨상과 기업가 정신

중앙일보

입력 2016.08.30 00:43

업데이트 2016.08.30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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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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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영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많은 사람이 과학 분야의 노벨상 수상자들을 순수한 기초과학자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상당수 수상자들은 연구 성과의 사업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노벨상을 받은 연구 자체가 실용성을 전제로 시작한 경우도 많고, 처음에는 과학적 호기심에서 출발했는데 결과를 얻고 보니 산업적 잠재력이 큰 것이 밝혀져서 활동하는 이도 있다. 노벨상을 받은 뒤 높아진 위상과 그간의 경륜을 바탕으로 기업에 참여하는 등 그 형태도 다양하다.

지난 10년간 생리의학과 화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들의 행적을 블룸버그 사이트를 통해 조사해 보았다. 이 두 분야에서는 2006년 이래 지금까지 49명의 수상자가 있었다. 이 중 70세 이상의 고령자를 제외하면 각 분야에서 50% 이상의 수상자가 창업자, 기업의 이사, 연구원, 혹은 자문 등 다양한 방법으로 사업화 연구에 관여하고 있었다. 이 사이트가 수상자들의 모든 행적을 포함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많은 사람이 연구 결과의 사업화에 적극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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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에 생리의학상을 탄 시드니 브레너는 하드코어 기초과학자다. 예쁜 꼬마 선충이라는 지렁이 같은 동물을 이용해 발생유전학의 새로운 장르를 열었는데 실용성이 전혀 없는 순수과학 분야를 연구한 것이다. 그런데 브레너는 최소 5개 회사를 창업했다. 창업 아이템도 질병 유전자 발굴 기술, 합성 신약 개발, 산업용 화학물질 개발, 바이오특허 사업화 전문 등으로 다양하다.

준(準)결정 구조를 발견해 결정 연구에 새로운 획을 그은 공로로 2011년에 화학상을 받은 이스라엘의 다니엘 셰흐트만은 수상 오래전부터 연구자의 기업가 정신과 창업을 강조했다. 과학의 실용성을 번영과 지역 평화 구축의 도구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지난 20여 년간 과학은 산업과 시장에 임팩트를 줄 수 있는 연구에 역점을 두며 발전해왔다. 기초와 실용 사이의 간극이 사실상 없어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이 둘을 상반된 개념으로 생각한다. 대학의 일부 교수들은 과학의 실용화 혹은 사업화는 연구 본연의 목적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반감을 갖기도 한다. 변화와 혁신을 선도해 사회 발전을 주도해야 할 대학이 고답적인 ‘상아탑 프레임’에 갇혀 있는 것이다. 실사구시의 학문이나 현실 기여형 연구는 목적 지향적이라서 특유의 추진 동력이 있다. 기업가 정신을 기반으로 한 과학이 성공을 가져올 경우 그것은 결과적으로 ‘기초과학’의 활성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김선영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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