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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SLBM 최대 2000㎞ 날아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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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북한이 24일 동해상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북한명 ‘북극성 1호’)을 발사했으며, SLBM은 500여㎞를 비행해 일본의 방공식별구역(JADIZ) 안에 떨어졌다고 합참 관계자가 말했다. 북한은 이날 오전 5시30분 함경남도 신포 앞바다에서 SLBM 한 발을 기습적으로 발사했다. 합참 관계자는 “한·미 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8월 22일~9월 2일)을 빌미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려는 무력시위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두 차례 SLBM 시험 발사에 비해 이번엔 기술이 진전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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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지난 4월 23일과 7월 9일에도 SLBM을 시험 발사했다. 4월에는 30여㎞를 비행했고, 7월엔 발사 직후 고도 10여㎞ 상공에서 공중 폭발했다. 한국 해군 최초 잠수함 전단장을 지낸 김혁수 예비역 준장은 “SLBM은 300㎞ 이상 비행하면 무기 역할을 할 수 있다”며 “500㎞를 비행했다면 사실상 동해안의 잠수함 기지에서 출항한 직후부터 한국 전역을 사정권에 둘 수 있다”고 말했다.

어제 고각발사 500㎞ 비행…“각도 낮추면 거리 3~4배”
잠수함 이동해 쏘면 일본·괌 미군기지까지 사정권
북 이르면 연내 실전배치 가능성…세계 6번째 보유국

특히 북한이 이날 발사한 SLBM은 고각(高角) 발사를 통해 고도 500㎞까지 도달한 것으로 한·미 정보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익명을 원한 군 관계자는 “이번 SLBM은 비행한 거리(500㎞)보다 조금 더 최고 고도(미사일 정점)가 올라갔다”며 “150㎞ 정도의 최고 고도면 500㎞ 거리를 비행할 수 있지만 더 멀리 쏠 수 있다는 점을 과시하기 위해 고도를 높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사일 최고 고도는 보통 사거리의 3분의 1 또는 4분의 1 정도다. 이를 고려하면 ‘북극성 1호’가 1500~2000㎞ 떨어진 곳을 공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잠수함으로 이동해 사거리 1500~2000㎞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한반도는 물론 미군 제7함대의 모항인 일본 요코스카(橫須賀) 기지나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까지 공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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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은 “SLBM은 수중에서 압력을 이용해 공중으로 밀어낸 뒤 공중에서 점화해 장거리를 비행하기 때문에 복잡한 기술이 필요하다”며 “발사 실험에서 실패를 거듭하던 북한이 500㎞ 이상 비행하는 데 성공했다면 북한의 SLBM 실전 배치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중국·러시아·영국·프랑스 등 5개국에 이어 북한이 세계 여섯 번째 SLBM 보유국이 될 가능성이 큰 만큼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SLBM 개발 속도를 고려하면 연내 실전 배치가 가능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북한의 SLBM 완성에 3년 안팎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봤던 군 당국도 비상이 걸렸다. 수중에서 발사하는 SLBM은 사전 탐지가 어렵다. 군은 북한이 SLBM을 발사할 수 있는 2000t급(고래급) 잠수함 외에 SLBM 3~4발을 동시에 탑재할 수 있는 3000t급 잠수함을 건조 중이라는 첩보도 입수했다고 한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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