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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아무 성과 없이 골든타임 넘기는 추경…유일호 “안타까움 넘어 비통한 심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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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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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호(사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3일 “어제까지로 예정된 추가경정예산(추경) 처리 기한이 아무 성과 없이 지났고, 향후 처리 일정도 없다”며 “답답하고 안타까움을 넘어 비통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정부서울청사에서 세종청사와 영상으로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하면서였다. 정부는 조선업 구조조정 지원 등에 투입할 11조원 규모의 추경안을 편성해 지난달 26일 국회에 제출했다. 유 부총리는 “추경은 타이밍이 생명인데, 이미 골든타임이 지나가고 있다”고도 말했다.

추경 위해 문턱 닳도록 국회 방문
사실상 무산 위기 “직원 볼 낯 없어”

유 부총리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추경은 먼저 처리하고 (9월) 정기국회가 되고 나서도 다른 이슈가 많으니 섞어서 하시면 될 텐데 뭘 그렇게 처리를 안 하고 그러는지…. 참 갑갑하다”고 말했다. “아주 괴롭게 됐다. 제가 직원들 볼 낯이 없다”고도 했다.

기재부 예산실은 다음달 2일 국회에 제출할 내년도 본예산안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다. 정부는 24일 당정협의를 거쳐 오는 30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할 예정이다. 추경안이 오는 25~26일 본회의에서 통과되지 않고 무산될 경우 구조조정에 따른 일자리 대책 효과를 올해 안에는 누리기 어렵다. 유 부총리는 “올 하반기 경기침체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 추경 효과는 하루가 지날 때마다 뚝뚝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유 부총리는 추경안이 국회에 제출된 뒤부터 국회를 문턱이 닳도록 찾았다. 지난 16일 예결위 참석 후 17일에는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과 면담했고 19일에는 김현미(더불어민주당 소속) 예결위원장을 만나 추경안 처리를 부탁했다. 주말에도 비공개로 여야 지도부를 각각 만나 추경안 처리를 통사정했다.

하지만 당초 여야가 처리를 약속했던 22일 오후, 국회 새누리당 원내대표실을 나서는 유 부총리의 표정은 낙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의원총회에서 조선·해양 구조조정 청문회에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 홍기택 전 산업은행장에 대한 증인 채택을 하지 않으면 추경 처리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정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였다. 유 부총리는 그때 기자들과 만나 “추경을 (내년도) 본예산에 포함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난감해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2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이번 주 중 추경 처리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두 야당에 촉구했다. 반면 더민주 변재일 정책위의장은 “추경을 하게 된 배경이 구조조정”이라며 “청문회를 통해 구조조정의 원인에 대한 정책적 판단 착오까지 철저히 밝힌 후 재정 투입을 설득하는 것이 정부의 도리”라고 맞섰다. 여야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같은 말만 반복하는 사이 ‘타이밍이 생명’이라는 추경안은 잠만 자다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

박유미 기자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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