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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동욱, 조응천, 이석수…위험한 화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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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김진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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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진
논설위원

우병우 민정수석에겐 문제가 많다. 우선 ‘140억원 주식 검사장’을 잘못 처리해 대통령에게 누를 끼쳤다. 우 수석의 가족 회사는 탈세·횡령 의혹이 있다. 부인의 농지법 위반 혐의도 작지 않다. 게다가 아들의 운전병 특혜에도 그는 엉성하게 대처했다. 자신이 몰랐다 해도 아들이 원래 보직으로 돌아가도록 조치해야 했다. 수백억 재력가에다 권력 실세인 고위직의 아들이 병역마저 편한 곳에서 보내면 동료 젊은이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나. 그 일 자체는 경찰의 실수지만 교정(矯正)하지 않은 건 그의 실책이다.

청와대는 현재까지 그의 불법이 확정된 건 없다고 주장한다. 그것은 맞다. 하지만 준법만큼 중요한 게 있다. 정확한 업무 처리와 엄정한 주변 관리다. 우 수석은 일단 여기에서 실패했다. 이런 것이 심각한 게 아니라고 박근혜 대통령이 판단한다면 다수 국민의 시각과 크게 다른 것이다.

이와는 별도로 우병우 사건은 한국 사회의 심각한 문제 하나를 드러내고 있다. 그것은 공직 기강이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핵심 공직자들이 자신의 잘못을 업어치기하면서 대통령과 맞선다. 그러고는 자신을 권력의 피해자, 의로운 투쟁가로 포장한다. 대표적으로 채동욱과 조응천 그리고 이석수다.

특별감찰관은 역사상 처음 생긴 것이다. ‘특별’이 붙은 건 말 그대로 업무와 영향력이 특별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친인척과 청와대 수석 등이 감찰 대상이다. 특별이라는 건 이들이 특별한 지위를 누린다는 뜻이 아니다. 그들에 대한 감찰의 결과가 정권과 국가에 특별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감찰관 업무에 대해선 법으로 특별한 조치를 취해놓고 있다. 특히 감찰 내용을 누설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이 있다.

제1호 특감인 만큼 이석수 감찰관은 모범이 되기 위해서라도 정확하고 신중하게 처신해야 했다. 그런데 그는 정반대였다. 공개된 통화 내용을 보면 그는 근거도 없이 청와대와 경찰을 공격했다. 그는 “경찰에 자료를 달라고 하면 하늘 쳐다보고 딴소리 한다” “민정(수석)에서 목을 비틀어놨는지 꼼짝도 못 한다”고 했다. 이상원 서울지방경찰청장에 따르면 이는 사실과 맞지 않다. 특감 요청 자료 61건 중에서 경찰은 43건을 제출했다. 제출하지 않은 18건에 대해선 합당한 이유를 설명했다고 이 청장은 공개했다. “청와대에서 압력 받은 게 없다”고 그는 분명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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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찰관이 “민정(수석)에서 목을 비틀어놨는지”라고 말한 건 매우 중대한 문제다. 감찰을 방해하려고 청와대가 경찰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이라면 정권은 우 수석 사건을 은폐·왜곡하려 한 것이 된다. 미국 닉슨의 워터게이트와 비슷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치명적인 의혹을 던지면서 이 감찰관은 아무 근거를 대지 않았다. 증거 없이 대통령·청와대·경찰을 의혹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다. 이는 명백한 국기 문란이다.

2014년 11월 정윤회 사건 때 조응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은 일을 매우 부실하게 처리했다. 경찰관 출신 부하가 만든 찌라시 문건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보고서로 제출한 것이다. 그 문건은 내용이 너무 황당해 그가 조금만 노력하면 진위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찌라시를 믿었다면 부실한 비서관이요, 알고도 그대로 올렸다면 불순한 비서관이다. 헛소문 문건이 유출되는 바람에 박근혜 정권은 큰 타격을 입었다. 국정은 큰 혼란을 겪었다. 그런데도 조 비서관은 대통령의 측근 비서관 3인과 맞서다 쫓겨나는 피해자로 자신을 포장했다. 나중엔 야당으로 갔다.

2013년 9월 검찰은 국정원 대선 댓글 사건을 수사 중이었다. 그런데 채동욱 검찰총장이 혼외 자식을 숨기고 있다는 의혹이 터졌다. 그는 부인했다. 그러고는 이는 자신의 공정한 업무 수행을 방해하려는 것이라고 반격했다. 박 대통령은 법무장관을 통해 그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다. 사퇴하면서 그는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올바르게 검찰을 이끌어왔다”고 말했다. 은근히 검찰 독립의 수호자요 권력의 피해자로 처신한 것이다. 그런데 그가 혼외 자식과 함께 찍은 사진이 드러났다. 지금 그는 국민의 시야에서 사라지고 없다.

한국 현대사에서 오랜 기간 공직자는 국가 건설의 역군이었다. 그들은 확고한 국가관과 엄정한 기강으로 정부 조직을 떠받쳤다. 그랬던 공직사회의 기강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영혼을 갖출 생각은 하지 않고 근거 없이 대통령을 공격하면서 정치인 흉내를 내고 있다. 공직 기강을 바로잡지 않으면 정권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야당이 집권해도 마찬가지다. 채동욱·조응천·이석수 같은 화살은 어느 과녁을 때릴지 모른다.

김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