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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젊은층 73가구 이사온 양평 외콩마을엔 아기울음 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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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오전 신영희 개군초등학교 교감(왼쪽 둘째)과 김선교 양평군수(넷째)가 돌봄교실에서 학생들과 책을 함께 읽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김상선 기자]

지난 19일 오전 10시30분 경기도 양평군 개군면 하자포리 개군초등학교 돌봄교실. 1∼3학년 9명이 지도교사와 함께 책을 읽고 있었다. 방학 동안 맞벌이 가정 자녀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맡아 함께 놀게 하고 공부를 가르치는 곳이다. 신영희(55·여) 교감은 “돌봄교실 학생 9명 가운데 6명이 귀촌마을인 인근 숲속마을(외콩마을)에 산다”며 “최근 개군면 지역에 젊은 귀촌인이 늘면서 돌봄교실 희망자를 모두 수용하지 못하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인구 5000만 지키자
전체 인구 늘고 출산율도 높아져
저렴한 전원주택 단지 조성과 함께
예체능·돌봄교실 등 맞춤 교육

같은 날 오후 6시. 양평군 개군면 숲속마을. 개군산 기슭에 조성된 73가구 규모의 전원주택 단지다. 가구주는 대부분 30∼40대다. 이들은 2014년부터 서울 등 도시에서 살다 전원주택을 짓고 귀촌했다. 이형호(40) 숲속마을 촌장은 “젊은 귀촌이 대부분이다 보니 최근 세 집에서 아기를 낳았다”며 “저출산 시대에 아기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으니 좋은 것 아니냐”고 했다. 주민 김효준(36·여)씨는 “인근 개군초에서 스쿨버스를 운행해 아이가 편리하게 등·하교하고 있다”며 “전철역도 가까워 서울이 1시간 거리”라고 말했다.

농촌 학교의 맞춤식 교육 프로그램 운영과 지방자치단체의 귀촌인 지원 정책이 도시민을 시골마을로 끌어들이고 있다. 폐교가 우려되던 초등학교는 교실이 부족할 정도가 됐다. 양평군과 개군초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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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군초는 3년 전만 해도 출산율 저하와 농촌 인구 감소로 학생 수 부족에 직면했다. 2006년 198명이던 학생 수가 점점 줄어 2013년엔 117명까지 감소했다. 폐교마저 우려되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2014년 인근에 숲속마을 전원주택 단지가 조성되면서 학생이 다시 늘기 시작했다.

현재 전교생은 134명. 이 가운데 숲속마을에 사는 학생이 45명으로 전체의 34%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학교 측은 숲속마을 학생을 포함해 전교생 중 절반가량이 귀농·귀촌 가구의 학생으로 추정하고 있다. 학생이 늘면서 일부 특기적성 교실은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양평군과 양평교육지원청은 귀촌·귀농 가구의 희망을 반영해 올해부터 개군초를 교육문화예술 거점 학교로 지정해 육성에 나서고 있다. 관내에 부족한 문화예술 학원을 대신해 학교에서 ‘1인 1악기’ 교육 등을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양평군은 귀농·귀촌 교육과정을 연중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는 귀농·귀촌 정보 제공을 위한 협동조합도 설립해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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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군은 숲속마을 전원주택단지 조성을 적극 지원했다. 상하수도와 진입로 같은 인프라를 조기에 갖출 수 있도록 했다. 민간 사업자가 조성한 단지지만 귀농·귀촌 희망자 유치에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김선교 양평군수는 “개별 전원주택 개발보다 전원주택 단지를 조성하면 난개발도 막을 수 있고, 출산율 높이기와 인구 늘리기에도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양평군은 앞으로도 귀농인을 위한 주택단지 조성을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김 군수는 “양평은 서울과 가까운 수도권 귀농·귀촌 1번지”라며 “서울의 전셋값(2억~3억원) 정도로 집을 마련할 수 있는 전원주택 단지 조성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양평군의 귀농·귀촌 가구와 인구는 꾸준한 증가세다. 2013년 730가구(1178명)이던 귀농·귀촌 가구 수가 지난해엔 1540가구(2479명)로 배 이상 늘었다. 군 전체 인구도 2013년 말 10만4873명에서 지난달 말 현재 11만1489명으로 2년7개월간 6.3% 증가했다. 출생아 수는 2013년 630명에서 2014년 666명으로, 출산율도 2013년 1.224명에서 1.294명으로 각각 늘었다.

양평=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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