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거절했다 전신 화상 입은 여성, 용기있는 사진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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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익숙지 않은 몸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전 아직도 16살의 나로 머물러 있습니다. 어느덧 21살이 돼버린 지금의 저 자신을 쳐다보기조차 힘듭니다. 하루 종일 울고 싶었지만 감히 소리 내 울지도 못했습니다. 그러나 하늘은 곧 밝아질 것이고 세상의 모든 것을 밝게 비출 것입니다. 강인한 아이는 비로소 태양 빛을 바라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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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고백 거절로 입은 화상 흉터를 웨이보에 공개한 저우얜(21).

지난 17일 중국 베이징에 사는 21세 여대생 저우얜(周岩)은 화상 자국으로 흉 진 얼굴과 팔 다리 사진 6장을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올렸다. 5년 전인 16살 때 입은 화상이었다. 얜은 자신의 얼굴을 마주하기조차 버겁다고 했지만 용기를 내 사진을 공개했고 많은 중국인 네티즌들이 그녀의 용기에 격려를 보내주고 있다.

5년 전인 2011년 9월 안후이(安徽)성 허페이(合肥)시의 한 고등학교를 다니던 얜은 같은 반 친구인 타오루쿤(陶汝坤ㆍ당시 17세)으로부터 고백을 받았다. 이를 거절한 게 화근이었다. 타오루쿤은 라이터 기름을 얜에게 부은 뒤 불을 붙였다. 이 사고로 얜은 전신의 30%가 화상을 입었고 귀 한쪽을 잃었다.

당시 중국 전역은 꽃다운 나이의 소녀가 전신 화상을 입었다는 소식에 들끓었다. 더군다나 화상을 입힌 소년의 부모가 둘 다 정부 공무원이라는 사실에 경악했다. 이듬해 5월 10일 법원은 타오루쿤에게 상해죄로 12년 징역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공무원인 타오루쿤의 부모는 아들의 석방 탄원서에 동의 서명을 하지 않으면 보상금을 주지 않겠다고 협박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이 일로 중국 사회는 또다시 공분했다. 부모는 사고로부터 5년이 지난 올해 3월에야 보상금 180만 위안(3억원)을 얜에게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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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고백 거절로 입은 화상 흉터를 웨이보에 공개한 저우얜(21).

얜이 17일 올린 사진에는 수수한 실크 드레스를 입고 정면을 지그시 바라보는 모습이 담겨있다. 얜은 “어린 시절 내 가장 큰 꿈 중 하나는 예쁜 웨딩드레스를 입는 것이었다”며 “(사고로 인해) 그 꿈이 너무 막연해졌을지라도, 내가 완벽한 신부감은 아닐지라도 여전히 나는 내 꿈을 쟁취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얜은 중국중앙방송(CC-TV)과의 인터뷰에서도 “사람들이 나를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고 일자리를 얻는 것도 힘들지만 방 구석에 숨어 한 평생을 살진 않을 것”이라며 “나는 자발적으로 사회에 나아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