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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노벨상 수상자 107명이 GMO 반대를 우려하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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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변형식품(GMO)의 생산과 이용이 시작된 지 만 20년이 됐다. 유전자변형기술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에도 1996년 유전자변형 콩(제초제 내성)과 옥수수(해충저항성)가 처음 생산·유통된 이후 GM(유전자변형) 작물 생산과 이용은 크게 늘었다. 2014년 말 현재 세계 전체 콩 생산면적의 79%, 면화의 70%, 옥수수의 32%, 카놀라의 24%에서 GM 신(新)품종이 생산됐다. 이로 인해 생산수율(재료 투입에 대한 생산 비율)은 22% 높아졌고 농약 사용량은 37% 감소했으며 농민 수입은 68% 증가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기고│이철호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고려대 명예교수)

최근 미국 과학한림원(NAS)이 ‘유전자변형작물: 경험과 전망’이란 보고서를 발표했다. 20년간 미국에서 생산되고 아무 표시 없이 먹고 있는 GM 농산물이 인체·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70여 명의 연구자가 900여 편의 연구논문을 검토한 뒤 380여 쪽짜리 연구보고서를 내놓은 것이다. 이 보고서의 결론은 현재 식용으로 판매하는 GM 농산물은 먹어도 아무 염려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GMO가 암·비만·신장병·자폐증·알레르기 유발 등에 영향을 준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과학적인 증거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돼 있다.

그린피스에 GMO 반대운동 중단 촉구
우리나라에선 일부 반GMO 단체가 소비자의 알권리를 내세워 GM식품 표시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GM식품 표시 확대 요구는 GMO를 불안해하는 소비자의 알권리라는 점에서 당연히 받아들여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좀 더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GMO에 대한 반감이 유난히 높은 편이다.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거짓된 소문을 전 세계에 유포하고, 이런 헛소문이 여과 없이 국내 운동단체에 의해 전파되기 때문이다. 최근 노벨상 수상자 107명이 GMO 반대운동의 진원지로 알려진 그린피스에 대해 거짓된 캠페인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에는 그린피스를 비롯한 신식물육종 반대 단체가 생명공학을 통한 농업혁신을 거부하고, 잘못된 정보를 유포해 연구를 방해하고 있어 문제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세계식량상(World Food Prize) 수상자인 덴마크의 핀스트럽 앤더슨 박사는 “일부 다국적 단체의 무책임한 행동을 처벌하는 국제적 합의가 필요한 단계”라고 주장했다. 최근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생명공학에 의한 창조농업 혁신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엔 농업생명공학 관련 5개 학회가 반GMO 단체의 반대 시위로 생명공학 연구가 위축되는 것을 우려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식품관련학회 9개 단체는 일부 국회의원의 GMO 정치이슈화를 우려하는 성명서를 냈다. 이런 과학계의 노력으로 GM식품의 안전성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를 기대한다.

이철호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고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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