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독일선 3년 직업교육·대학 학비 무료, 게다가 현금까지 지원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493호 3 면

독일 뮌헨대학 1학년 카타리나(23)는 돈 걱정 없이 공부를 하고 있다. 독일은 대학 등록금이 무료인 데다 학생 생활비 지원제도인 바푀크로 집세까지 해결했기 때문이다. 카타리나는 바푀크를 통해 공부를 마칠 때까지 매달 400유로(약 50만원) 정도를 지원받는다. 사실 그는 이미 취업할 수 있는 기본 능력을 갖추고 있다. 3년 동안 독일 직업훈련 과정인 아우스빌둥(Ausbildung)을 거쳐 미디어 디자이너 교육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더 많은 기회를 얻기 위해 독일 최고의 대학 중 하나인 뮌헨대학에 진학했다.


유럽연합(EU)의 청년실업률은 2010년 20%를 넘어섰을 정도로 심각한 상태다. 하지만 독일만은 예외다. 지난해 독일의 청년실업률은 7.2%로 EU 회원국 중 가장 낮다. 그 비결은 독일 고유의 직업훈련 제도인 아우스빌둥이다.


아우스빌둥은 전체 훈련의 3분의 1은 학교에서, 나머지는 기업에서 이뤄진다. 독일 전체 기업의 20% 정도가 아우스빌둥에 참여하고 있다. 학생들은 16세부터 아우스빌둥 지원이 가능하며, 훈련 중 평균 800유로(약 100만원)의 급여를 받는다. 독일 정부는 아우스빌둥에 연간 약 54억 유로(약 6조8000억원)를 지원하고 있다. 독일은 기본적으로 대학 교육도 무상이다. 그런데도 청년들에게 생활비를 지원하는 바푀크 제도를 따로 운영한다. 바푀크는 1971년 사민당 빌리 브란트 총리가 교육기회의 평등을 목적으로 도입했다. 생활비 문제로 교육 혜택에서 소외되는 사람을 없애자는 취지다. 독일의 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은 부모의 소득 등에 따라 최대 월 735유로(약 93만원)를 지원받는다.


프랑스의 알로카시옹(현금보조금)은 서울시 청년수당의 모델이 된 정책이다. 프랑스는 구직활동과 직업교육 참여를 약속한 18~26세 청년에게 월 451유로(약 57만원)의 수당을 지급한다. 프랑스는 지난해 청년실업률이 24.7%를 기록할 정도로 심각하다. 이에 항의하는 청년들의 시위가 이어지자 지난 4월 프랑스 정부는 2018년부터 18~25세 청년층에 월 400유로(약 51만원)의 사회적 최소수당을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벨기에의 사회통합권리(Right to Social Integration) 제도는 25세 이하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다. 서울시 청년수당과 비슷한 면이 있다. 하지만 구직활동비가 아닌 생활비로 지급한다. 동거?기혼 여부에 따라 60만원에서 120만원의 생활비를 받을 수 있다.


폴란드는 청년들에게 바우처를 지급한다는 점에서 성남시의 청년배당 제도와 유사하다. 하지만 폴란드는 25세 이하 무직자에게 직업훈련과 구직활동 등에 사용할 수 있는 바우처를 지급한다는 점이 다르다.


호주도 청년들에게 ‘새출발수당’과 ‘청년수당’이란 현금 지원 제도를 시행 중이다. 청년수당은 자산조사를 통해 2주에 우리 돈으로 20만~60만원 정도를 차등 지급한다. 호주 역시 구직활동을 조건으로 현금을 준다.


다른 나라들도 청년수당을 도입할 때 많은 고민을 했다. 취업 효과, 도덕적 해이, 형평성 등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었다. 너무 조건을 까다롭게 할 경우 지원자가 줄어들어 정책효과가 반감되는 부작용도 생겨났다. 예를 들어 프랑스가 2010년 도입한 ‘적극적 청년연대 소득’은 2년 이상 풀타임으로 일해야 수당을 신청할 수 있다. 자격조건이 너무 까다로워 혜택을 보는 청년이 5000여 명에 불과하다. 그래서 각 나라들은 ‘사회안전망’ 차원에서 청년 지원을 통합하고 늘려가는 추세다. 마뉘엘 발스 프랑스 총리는 “사회적 최소수당에 대한 청년들의 접근권을 확대하기 위해 모든 지원을 기초보장제도로 대체하는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프랑스 정부는 생활비(교통비·거주비·통신비) 등을 지원하는 청년수당제가 어느 정도 효과를 보는 것으로 평가한다. 지원을 받은 청년 2명 중 1명이 취업상태이거나 직업교육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호주의 청년수당도 실직·질병·재학 여부에 따라 차별 지급되던 다양한 수당을 하나로 통합한 형태다. 그 전에는 실직 상태 청년보다 불리한 지원을 받던 재학 중인 청년 구직자들이 수당 혜택을 받게 됐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한국의 청년들은 기존 사회안전망에서 대부분 배제돼 있다”며 “우리도 주요 선진국처럼 보편적인 사회복지 정책 차원에서 실업부조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철근 기자, 남건우 인턴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