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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갇힌 트위터는 ‘제2의 야후’ 혁신 이어간 페이스북은 ‘제2의 구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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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3호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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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한국 시장에서 ‘어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기록했던 전년 대비 성장률(한글로 작성된 메시지 기준)이다. 페이스북과 더불어 양대 글로벌 SNS로 꼽히는 트위터 얘기다. 2011년 방한한 에반 윌리엄스 트위터 공동창업자는 “트윗(트위터에 올라오는 메시지)이 전 세계적으로 매일 1억1000만 개씩 생성되고 있다. 이는 초당 1100개꼴”이라며 자신감을 표할 정도였다.


2006년 설립돼 올해로 창립 10주년을 맞은 트위터는 몇 년 전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한국뿐 아니라 모든 글로벌 시장에서 사업이 부진하다. 트위터의 올해 2분기 매출은 6억200만 달러(약 6800억원)로 시장 전망치를 밑돌면서 매출 성장률이 8분기 연속 감소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트위터의 매출 성장률이 2013년 나스닥 상장 이후 가장 낮았다”고 보도했다. 한국에선 전체 트위터 계정의 64%가량이 6개월간 한 번도 접속되지 않은 ‘휴면 계정’이란 조사 결과도 있었다.


경쟁 상대인 페이스북과는 대조되는 성적표다. 페이스북의 올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9% 증가한 64억4000만 달러(약 7조3000억원)로 트위터의 11배가량, 순이익만 20억5000만 달러였다. 월 평균 순 이용자 수(MAU)는 15% 증가한 17억1000만 명이다. 세계 인구(74억3200만 명)의 약 4분의 1이 매월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셈이다.


최근 정보기술(IT) 업계는 이런 페이스북을 ‘제2의 구글’, 트위터를 ‘제2의 야후’에 비유한다. 2000년대 중반만 해도 세계 1위 인터넷 포털이었던 야후는 후발주자 구글에 밀리면서 눈에 띄게 쇠락했다. 구글이 빠르고 정확하되 간결한 검색 엔진으로 이용자들을 모으는 사이 야후는 서비스 유료화와 번잡한 광고,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문어발식 콘텐트 등으로 외면을 받았다.


전세계 네 명 중 한 명 꼴로 페이스북 이용현재 구글은 애플과 함께 세계 IT 업계를 선도하고 있고, 야후는 지난달 미국 이동통신사 버라이즌에 48억 달러(약 5조3000억원)의 ‘헐값’에 팔렸다. 고속 성장을 거듭한 페이스북은 미국 내 시가총액이 5위권까지 뛰어올라 애플·구글에 비견되고 있는 반면, 뚜렷한 하락세에다 피인수설이 돌고 있는 트위터는 야후급 대접을 받고 있다.


애초 트위터는 2000년대 후반 스마트폰 태동기에 대성공을 경험한 기업이었다. 140자 이내의 단문 메시지를 서비스해 스마트폰을 처음 접했던 사용자들의 손쉬운 소통 창구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08년 초선 때 트위터를 선거운동에 적극 활용한 게 주된 당선 비결 중 하나였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파괴적 트렌드』의 저자인 와타나베 히로요시 일본 IT 전문가는 “오바마 당시 민주당 상원의원은 트위터로 ‘연설회장에 도착했다’ ‘모 방송의 인터뷰 프로그램을 기대해 달라’ 등의 메시지를 남겨 자신의 현장성을 알렸다”며 “지지자들은 그가 지금 뭘 하고 있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실시간 확인하면서 친근감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트위터는 최초의 대성공을 이끈 이 ‘140자 단문’ 서비스의 정체성을 고수하려다 트렌드에 뒤처졌다. 모바일 기술이 점차 발전하면서 사진·영상 기반의 SNS가 급성장했고, 기존 단문 서비스는 그 이점이 사라지고 있었음에도 과거 성공에 도취돼 혁신에는 소극적이었던 까닭이다. 실제 이용자들이 스마트폰으로 찍은 ‘셀카(직접 찍은 사진·영상)’를 인터넷에 올려서 공유할 수 있는 인스타그램 같은 SNS에 매료될 동안, 트위터는 인상적인 변신을 시도하지 못했다. 급기야 경영권 분쟁으로 한동안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던 잭 도시 트위터 창업자가 지난해 10월 최고경영자(CEO)로 복귀, 구조조정을 지휘해야 했다.


2010년 설립된 인스타그램은 후발주자임에도 현재 트위터(3억여 명)보다 많은 5억여 명의 MAU를 확보했다. 인스타그램 외에도 스냅챗·핀터레스트 같은 멀티미디어 기반 SNS들이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에 광고주들도 하나둘씩 트위터 대신 이들 SNS로 발걸음을 돌렸다.


저커버그, AR·VR·AI와 기존 서비스 접목 모색페이스북은 트위터와 달리 트렌드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했다. 우선 2012년 인스타그램을 인수해 자회사로 뒀다. 페이스북 자체도 내부 경쟁력을 키우는 한편, 외부로부터 노하우를 흡수해 수년간 영상 서비스 강화에 특히 힘쓰고 있다. 지난해 9월 360도 영상 기능을 선보인 데 이어 올해는 360도 사진을 올리는 새 기능을 도입했다. 또한 스마트폰으로 비디오를 찍어 페이스북에 올리면 친구나 가족은 물론, 전 세계 이용자들과 실시간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이용자와 광고주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자동 자막 기능을 추가해 마케터들이 영상 광고에 자막을 손쉽게 삽입하고 있다. 이런 혁신에 힘입어 페이스북에서 영상을 공유하거나 만드는 이용자가 지난해보다 3배가량 늘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최근 이같이 말하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영상 분야에서 발전해 기쁘다. 10년 전엔 대부분의 사람들이 글을 공유했지만, 이젠 사진을 공유한다. 곧 영상이 모든 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의 중심이 될 것이다.” 페이스북의 다음 목표는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인공지능(AI) 같은 최신 IT 분야의 개척 및 기존 서비스와의 접목이다.


트위터는 지난해 8월 쪽지(DM)의 140자의 글자 수 제한을 폐지하고 최대 1만 자까지 쓸 수 있게 하는 등 급히 대응에 나섰다. 또 페이스북처럼 올 6월엔 360도 비디오 콘텐트 제공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뒤늦은 감이 있다.


결국 두 기업의 엇갈린 희비는 경영학에서 말하는 이른바 ‘성공의 함정(Success Trap)’을 이겨내느냐 못 하느냐의 차이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미국 하버드대의 심리학자 엘렌 랭거 교수가 처음 제시한 이 개념은 ‘과거의 크고 작은 성공 전략이나 경험에 도취돼, 급변하는 시장의 요구를 따라가지 못한 채 몰락해가는 현상’을 뜻한다. 사모투자전문회사(PEF) 창업 10주년을 맞은 진대제 스카이레이크 회장(전 정보통신부 장관)도 성공의 함정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어제까지의 사업 모델을 고수하는 태만, 제품이 구식이 될 때까지 방치하는 자만, 식상해질 때까지 성공한 브랜드에 집착하는 권태….’ (『성공을 경영하라』)


처음엔 혁신으로 성공한 기업이었어도 트위터처럼 성공의 함정에 빠져 ‘혁신에 갇히면’ 새로운 혁신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가 허다해진다. 트위터는 과거 140자 단문이라는 확고한 정체성을 지켜 이용자를 사로잡고 성공했기에 이 경험에 집착하다가 위기를 맞았다는 얘기다. 시장의 변화를 읽었더라도 무작정 과거 전략만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이 또한 패착이 되기 쉽다. 야후도 그랬다. 페이스북은 과거 경험에만 의존하지 않고 무궁무진한 새 전략을 준비한 끝에 오늘날에 도달할 수 있었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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