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도전 나선 싸이월드] 동영상 SNS로 재기 노린다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2016.08.21 00:01

업데이트 2016.08.21 00:01

기사 이미지

프리챌 창업자 출신인 전제완 대표는 싸이월드 지분 100%를 인수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오랫동안 회원 분들의 추억을 간직하고 사랑 받아왔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일부 기능들이 아쉬운 작별을 하게 됐습니다."

지난해 9월 11일, 싸이월드 홈페이지에 올라온 공지문에 각종 인터넷 게시판이 술렁거렸다. 미니홈피의 방명록, 일촌평, 쪽지 등 주요 서비스가 종료된다는 내용 때문이었다.

30대 초·중반인 네티즌들은 ‘싸이월드에 나의 모든 리즈 시절(전성기)과 흑역사(잊고 싶은 기억)가 담겨있다’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20대를 미니홈피와 함께 보낸 ‘싸이’ 세대들은 몇 년 만에 싸이월드에 접속해 옛 추억을 음미하기도 했다.

1999년 문을 연 싸이월드는 한국형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시조로 불린다. 3200만 명의 회원을 확보할 정도로 큰 인기를 누렸던 싸이월드는 ‘일촌 신청’ ‘싸이질’ 같은 신조어를 탄생시켰다.

하지만 전성기는 10년을 넘지 못했다. 이제 사람들은 카카오톡과 네이버 밴드로 서로의 안부를 묻고 페이스북과 트위터, 인스타그램에 자신의 일상을 남긴다. 최근 싸이월드는 전제완 신임 대표의 지휘 아래 동영상 SNS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싸이월드는 다시 날아오를 수 있을까.

싸이월드는 카이스트 대학원 출신 이동형씨가 자신의 동기들과 공동 창업한 인터넷 회사다. 출범 초기에는 클럽 커뮤니티서비스를 주로 선보였지만 프리챌·아이러브스쿨 등에 밀려 자리를 잡지 못했다. 하지만 2001년 선보인 미니홈피가 화제를 모으며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이용자가 직접 꾸미는 자신의 캐릭터 ‘미니미’와 미니미가 머무는 가상의 방 ‘미니룸’은 작고 아기자기한 화면 구성으로 사랑 받았다.

한국형 SNS의 시조

기사 이미지

2003년 SK커뮤니케이션즈에 인수된 후에는 개인 블로그나 홈페이지를 운영하지 않는 이들을 중심으로 더욱 큰 인기를 누리기 시작했다. 싸이월드는 네이트와 연계해 검색·뉴스·게시판 기능을 강화했고 하루 방문자 수가 700만 명에 이를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2004년 삼성경제연구소는 가입자 1000만 명을 돌파한 싸이월드를 그 해의 히트상품으로 선정했다.

싸이로 인해 여러 어휘의 뜻이 바뀌기도 했다. 부모와 자녀간 촌수를 의미하는 ‘일(1)촌’은 싸이월드 상의 친한 친구를 뜻하는 말로 바뀌었다. 일촌의 미니홈피를 통해 다른 친구의 미니홈피를 방문하는 ‘파도타기’나 싸이월드에서 사용하는 가상의 화폐 ‘도토리’는 일상의 익숙한 단어로 자리 잡았다.

이용자들은 사이버머니인 도토리를 구매해 미니룸을 꾸미고 미니홈피의 배경음악을 바꾸는 등 가상의 세계에서 자신만의 공간을 꾸미는 매력에 푹 빠졌다. 2008년 가입자 3000만 명을 돌파한 싸이월드는 연간 도토리 판매액으로만 8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SK커뮤니케이션즈의 시가총액은 1조원을 넘나들었다.

하지만 2009년 애플의 아이폰이 국내에 상륙하고 본격적인 스마트폰 시대가 찾아오자 잘 나가던 싸이월드는 급격히 추락하기 시작했다. 싸이월드 이용자들은 스마트폰 환경에 최적화된 트위터와 페이스북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2010년엔 강력한 경쟁자 카카오톡이 등장했다.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은 스마트폰 전화번호부와 연동한 간편한 가입 시스템과 무료 메시징 서비스로 이용자를 휩쓸어 갔다.

싸이월드는 뒤늦게 모바일 대응에 나섰지만 한 번 떠난 사용자는 돌아오지 않았다. 이동통신사인 SK텔레콤의 자회사인 SK커뮤니케이션즈가 카카오톡과 같은 무료 메시징 서비스를 도입하기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악재는 이어졌다. 2011년 SK커뮤니케이션즈 서버가 해킹돼 싸이월드와 네이트 회원 3500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가입자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휴대전화 번호 등이 고스란히 중국 해커에게 넘어갔다.

해킹 직후 싸이월드와 네이트온 메신저 이용자 사이에서는 지인을 가장해 돈을 요구하는 ‘메신저 피싱’ 사고가 급증했다. 이는 이용자들이 싸이월드에서 떠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월 사용자 170만 명으로 쪼그라들어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들이 꼽는 싸이월드의 몰락 원인은 또 있다. 대기업 특유의 조직 문화가 성장의 걸림돌이 됐다는 지적이다. 싸이월드는 2003년 SK커뮤니케이션즈에 인수된 이후 2013년 종업원지주회사 형태로 분사되기까지 모두 7명의 최고경영자(CEO)가 거쳐갔다.

평균 재임 기간이 1.7년에 불과하다. 페이스북을 이끄는 마크 저커버그, 구글을 이끄는 래리페이지뿐 아니라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IT 기업들은 CEO가 10년 이상 회사를 이끌며 장기적인 안목으로 사업을 펼친다.

하지만 싸이월드는 대기업 특유의 성과주의로 인해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우지 못했고 잦은 CEO 교체로 추진하던 사업조차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어설픈 해외진출 계획에 기반해 2004년 중국·일본 등 글로벌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가 좌절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싸이월드의 성공에 힘입어 검색엔진 엠파스, 교육업체 이투스, 블로그 이글루스 등을 잇따라 인수했지만 딱히 시너지 효과를 보지 못한 것도 큰 그림을 보지 못했던 결과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현재 싸이월드 월 사용자는 170만명으로 쪼그라들었다. 최근 1년 간 싸이월드를 사용하지 않은 이용자만 500만 명에 이른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SNS 시장점유율은 카카오스토리가 45.7%로 가장 높고 페이스북(30.0%), 트위터(10.8%), 네이버 밴드(7.2%)가 뒤를 잇는다. 싸이월드의 점유율은 2.4%에 불과하다.

오는 10월 싸이월드는 동영상 중심 서비스로 다시 한 번 도약을 시도한다. 7월 싸이월드의 새 수장이 된 전제완 대표가 새로운 도전을 이끈다. 전 대표는 자신의 미국 법인 에어를 통해 싸이월드 지분 100%를 인수했다. 그는 2000년대 초 싸이월드와 활발한 경쟁을 벌였던 인터넷 커뮤니티 프리챌의 창업자로도 유명하다.

프리챌은 2002년 유료 서비스로 전환하며 이용자가 크게 줄었고 결국 2013년 서비스를 접었다. 전 대표는 “에어가 운영하는 모바일 동영상 서비스 에어라이브의 기능을 싸이월드에 접목할 계획”이라며 “싸이월드의 대표적인 브랜드인 ‘일촌’ ‘미니홈피’ 기능은 그대로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페이스북·트위터 등이 미디어적인 속성을 띄기 시작하면서 개인 대 개인의 소통 기능을 잃기 시작했다”며 “싸이월드는 일촌이라는 폐쇄적 특성도 갖고 있기 때문에 개방형 SNS에 거부감을 느끼는 이용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싸이월드는 10월 1일 1차로 동영상 라이브 채팅 기능 등이 추가된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인 후 내년 1월 1일 모바일 버전을 출시할 계획이다.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채 주저앉았던 싸이월드가 재도약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기사 이미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