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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2016] 예비신랑 김종현 “나라야, 오늘은 은…모레는 금 따줄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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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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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격 50m 소총복사 은메달리스트 김종현이 경기 종료 후 메달에 입맞추고 있다. [리우=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사랑의 저격수’ 김종현(31·창원시청)이 금메달만큼 값진 은메달로 여자친구에게 프로포즈를 했다. 김종현은 12일 브라질 리우의 올림픽 슈팅센터에서 열린 리우 올림픽 남자 50m 소총복사 결선에서 208.2점을 쏴 헨리 융해넬(209.5점·독일)에 이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남자 50m 복사에서 값진 2위
2·3위 동점 슛오프서 10.9 만점
사격선수 여자친구에게 프로포즈
15일 주종목 3자세서 금 재도전

김종현은 본선 3위(628.1점)로 8명이 겨루는 결선에 올랐다. 사격 결선은 본선 점수를 제외하고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한다. 꾸준히 3위권을 달린 김종현은 20발 중 17번째 발에 2위로 올라섰고, 18번째 발에 키릴 그리고리안(러시아)과 187.3점으로 동률을 이뤘다. 1위를 제외한 김종현과 그리고리안이 슛오프를 펼쳤고 김종현이 10.9점을 쏴 금메달 결정전에 올랐다. 김종현은 나머지 2발에서 20.9점을 쏴 융해넬에게 1.3점 뒤져 은메달을 차지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남자 50m 소총 3자세 은메달리스트 김종현은 두 대회 연속 은메달을 땄다. 한국 소총 사상 첫 2회 연속 메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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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현은 오는 10월 29일 피앙세 권나라씨와의 결혼을 앞둔 행복한 예비신랑이다. [사진 권나라씨]

김종현은 예비 신랑이다. 리우 올림픽을 마친 뒤 10월 29일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다. 예비 신부는 같은 사격선수 권나라(29·청주시청)다. 권나라는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50m 소총복사 단체전 금메달리스트다. 김종현이 2년 전 슬럼프에 빠진 권나라의 옆을 지켜주며 연인이 됐다.

리우로 향하기 전 김종현은 “리우 올림픽에서 반드시 금메달을 딴 뒤 멋지게 정식 프로포즈하겠다”고 말했다. 국내에 머물고 있는 권나라는 경기 직후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얼마 전 오빠가 결선에 진출하는 꿈을 꿨다. 꿈속에서도 몇 등을 했을지 떨려서 보지 못했다”며 “내겐 금메달만큼 값진 은메달이다”고 기뻐했다.

권나라는 김종현의 휴대전화 이름을 ‘로또’라고 저장했다. 권나라는 “난 가끔 로또를 산다. 그런데 친한 동생이 ‘언니! 로또를 왜 사니? 오빠 자체가 언니한테 로또인데’라고 핀잔을 주더라. 바로 오빠 휴대전화 저장 이름을 로또로 바꿨다”며 해맑게 웃었다. 권나라는 “내가 원하는 건 항상 다 오케이 해 주고, 자상하고, 정말 성실하다”고 말했다.

김종현은 대기만성형이다. 2008년 동국대 졸업 후 자신을 불러주는 실업팀이 없었다. 온라인 구직 사이트에 이력서를 내기도 했다. 창원시청에서 김종현의 성실함을 믿고 뽑았다. 공기총에서 화약총으로 전향한 김종현은 피나는 노력으로 꾸준히 성장했다. 런던 올림픽 소총 3자세에서 은메달을 차지하며 한국 소총 간판 선수가 됐다.

차영철 대표팀 코치는 “종현이는 기복이 없다. 차분하게 훈련에 임한다. 자신의 최대 장점인 꾸준함으로 성장을 거듭했다”고 말했다.

김종현은 15일 주종목 50m 소총 3자세에서 금메달에 재도전한다. 소총 3자세는 슬사(무릎쏴), 복사(엎드려쏴), 입사(서서쏴)를 한다. 김종현은 “한번 쏘면 급격히 늙는 느낌”이라고 고백한 적이 있다. 권나라는 “오빠는 주종목이 소총 3자세지만 부담 없이 즐기면서 몸만 건강히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틀 뒤 김종현의 은빛 프로포즈는 금빛으로 변할 수도 있다.

리우=이지연·박린 기자 eas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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