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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에 그린 물고기가 헤엄치고, 발밑에선 꽃이 피어나고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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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 미디어 체험공간 ‘팀랩월드’ 오픈

아이들의 상상이 현실로 이루어지는 팀랩월드. ‘스케치 아쿠아리움’에서는 크레파스로 그린 그림이 스크린에서 움직이는 해양동물로 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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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종이에 색칠한 그림이 움직이는 동물이 된다. 아이들 발 닿은 곳이 꽃밭으로 변하고, 나무블록을 잇는 대로 기찻길이 놓인다. 지난 5일 롯데월드 어드벤처 옆에 문을 연 ‘팀랩월드’ 이야기다. 팀랩월드는 디지털 미디어를 활용한 체험 공간이다. 아이들이 그린 상상의 세계가 디지털 세상에서 현실처럼 펼쳐진다. 미래의 놀이터 풍경이 여기에 있다.

놀라워라! 디지털 세상

‘꽃과 사람’은 인간의 동작에 따라 꽃이 피고 지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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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사람, 통제할 수 없지만 함께 살아갈 수 있는 - 1년에 1년을(이하 ‘꽃과 사람’)’

시의 한 구절이 아니다. 한 디지털 작품에 붙은 이름이다. 이 작품은 하나의 그림이나 조형물이 아니라, 공간 자체다. 5평 남짓한 방의 벽과 바닥이 해바라기 꽃으로 채워져 있다. 방에 들어가면 꽃향기가 코를 찌른다. 인간의 동작을 센서가 인식해 발밑으로 꽃이 피어 오르고, 나비가 모여든다. 인간이 떠나면 꽃은 시들고 꽃잎을 흩날린다.

사실 꽃과 나비는 살아 있는 생물체가 아니라 3D 애니메이션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 생생한 움직임과 코를 간질이는 향기에 자꾸만 현혹됐다. 꿈속 같은 풍경이었다.

지난 5일 롯데월드 어드벤처 옆에 ‘팀랩월드(Teamlab World)’라는 희한한 전시관이 생겼다. 디지털 미디어 작품과 놀이시설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이미 미국 실리콘밸리, 일본 도쿄,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등에서도 전시가 열린 적 있는데, 도쿄에서만 지난해 47만여 명이 다녀갔을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이 전시의 특징은 무미건조할 것만 같은 디지털 작품이 인간과 긴밀하게 호흡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팀랩월드는 전시관인 동시에 체험 공간이다.

팀랩월드는 전체 약 1700㎡(515평) 규모다. 감상에 초점을 맞춘 ‘댄스 아트 뮤지엄(Dance! Art Museum)’과 체험 중심의 ‘런 & 플레이! 퓨처파크(Learn & Play! Future Park)’ 두 곳으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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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D 조명으로 빼곡한 ‘크리스탈 유니버스’. 스마트폰을 이용해 직접 빛의 움직임을 바꿀 수 있다.

‘크리스탈 유니버스’는 ‘꽃과 사람’과 함께 댄스 아트 뮤지엄을 대표하는 작품이다. 방 안이 수만 개 LED 조명으로 빼곡한데, 스마트폰을 통해 누구나 빛의 움직임을 조절할 수 있다. 방 가운데에 서자 LED 조명이 온몸을 감쌌다. 흡사 블랙홀에 빠져든 듯한 기분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이노코 토시유키 대표는 “팀랩월드는 경건한 분위기의 전시장이 아니다. 이곳에서는 인간이 직접 개입하고 조작해야 작품이 살아난다”고 강조했다.

‘꽃과 사람’에서도 인간의 동작에 따라 끊임없이 작품이 움직였다. 사람이 선 자리에서 꽃이 피어올랐고, 사람이 떠난 자리의 꽃은 금세 시들었다. ‘꽃과 사람’은 혼자일 때보다 여러 사람이 있을 때 더 화려하고 생기가 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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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블릿 PC에 그린 징검다리가 실제 바닥에 나타나 아이들의 놀이터가 된다.

미래의 놀이터 풍경

팀랩월드는 최첨단 디지털 기술을 뽐내는 전시장이 아니다. 테마파크에 들어선 엄연한 놀이 공간이다. 수족관도 있고, 보드 게임도 있고, 공을 가지고 뛰놀 수 있는 놀이터도 있다. 물론 모든 건 디지털 미디어로 구현돼 있다.

체험 위주의 ‘런 & 플레이! 퓨처파크’의 대표 놀이시설은 ‘스케치 아쿠아리움’이다. 극장 스크린처럼 넓은 수족관 화면 앞에 도서관처럼 테이블이 줄지어 놓여 있다. 테이블에는 도화지와 크레파스가 수북하다. 맞다, 이곳은 사람이 그린 물고기가 헤엄을 치는 ‘디지털 아쿠아리움’이다. 놀이 방법은 간단하다. 상어·해파리 등의 밑그림이 그려진 도화지에 색을 채우고, 그 자리에서 스캐너에 인식시키면 그만이다. 물고기 이미지는 곧 눈앞의 수족관 화면에 나타나 물속을 헤집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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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 타운’. 종이에 그린 자동차·빌딩·UFO 등의 이미지로 가상의 서울을 꾸민다.

건너편 ‘스케치 타운’도 비슷하다. 가상의 서울 도심을 손수 그린 자동차·빌딩·비행기 그림으로 채운다. 마침 아이들이 종이에 우주선을 그려넣자, 서울 남산타워와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위로 비행물체들이 날아다녔다. 화면에 손을 대니 건물이 점프를 하고, 비행선이 미사일을 쏴 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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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블록 열차’. 똑같은 블록끼리 연결하면 도로ㆍ선로ㆍ수로 등이 만들어진다.

‘이어보자! 나무블록 열차’는 보드 게임을 닮은 체험시설이다. 프로젝터가 비추는 테이블에 나무블록을 띄엄띄엄 올려놓자 테이블 위에 기찻길이 나타났다. 나무블록의 색상과 크기에 따라 다른 길이 열렸다. 파란색 블록은 수로, 연두색 블록은 항공로, 녹색 블록은 선로가 되는 식이었다. ‘라이트 볼 오케스트라’ 공간에서는 아이들이 제 몸보다 큰 공을 굴리며 놀았다. 두드리고 굴릴 때마다 공의 색깔이 바뀌고 경쾌한 전자음이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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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 볼 오케스트라’. 만지는 대로 공 색깔이 변하고 전자음이 흘러나온다.

인간이 그린 생물체가 자연생태계를 이루는 ‘그래피티 네이처’도 생생했다. 아이들의 손에서 탄생한 나비·개구리·도마뱀·거북이·악어 등의 그림이 화면에 나타나는 것은 물론, 서로 잡아먹고 먹히길 반복하며 먹이사슬을 형성했다. 인간도 생태계에 들어갈 수 있었다. 아이들이 선 자리마다 꽃이 피어올랐고, 꽃에 나비가 날아들었다.

“다른 애들이 그린 개구리가 자꾸 내 나비를 잡아먹어요. 미워서 악어를 그렸어요. 아무도 잡아먹지 못하게.”

그래피티 네이처에서 놀던 권가현(6)양이 생생한 체험담을 들려줬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던 얘가 아닌데, 신기하네요.” 옆에 있던 어머니 박영옥(35)씨 손에는 딸의 그림 작품 스무 장이 들려 있었다.

● 이용정보= 팀랩월드(seoul.teamlabworld.com)는 롯데월드 어드벤처 정문 우측에 있다. 롯데월드와 별도로 입장권을 끊어야 한다. 놀이공간마다 도우미가 두세 명씩 배치돼 있어, 처음 가는 사람도 어렵지 않게 체험할 수 있다. 연중무휴. 오전 10시∼오후 9시 개장. 입장료 어른 2만원, 어린이 2만4000원. 1670-3114.

글=백종현 기자 jam1979@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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