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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녀의 가면 쓴 해충' 폭염에 활개치며 피해 확산

중앙일보

입력

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오히려 활개를 치는 게 있다. 바로 해충이다.

외래종 해충들 예년보다 크게 늘어…무더위가 원인

올해 들어 유독 늘어난 외래 해충 때문에 전국의 산야가 몸살을 앓고 있다.

대표적인 게 미국선녀벌레다. 예쁜 이름과 달리 식물에 위협적인 존재다.

식물에 달라붙어 수액을 빨아 먹고 분비물을 배설해 그을음병을 유발한다. 선녀벌레가 배출하는 끈적한 왁스 물질은 식물이 숨쉬는 걸 방해해 생육에 위협을 준다.

품종을 가리지 않아 과일나무와 채소류, 인삼 등 농작물 피해도 크다.

5월 초순에 부화를 시작해 6~7월에 성충이 된 선녀벌레는 8~9월 산란기를 맞아 번식이 절정에 이른다. 농약 방제도 별 효과를 보지 못한다. 방제를 하면 인근 숲으로 달아났다가 약효가 사라지면 다시 나타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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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목의 외래 해충인 미국선녀벌레의 성충. [사진제공=충북농업기술원]

국내에는 천적도 없다. 선녀벌레의 천적은 집게벌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 들여올 경우 생태계 혼란이 우려돼 아직 도입되지 않았다.

경기도의 경우 여의도(290㏊)의 열 배에 가까운 2686㏊에서 선녀벌레가 창궐하고 있다. 지난해보다 무려 18배나 늘어났다. 2009년 수원에서 처음 발견된 뒤 올해엔 31개 시군 전역에서 서식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한창 무르익고 있는 벼도 해충의 공격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벼에 달라붙어 수액을 빨아먹고 결국 벼를 말라 죽게 만드는 해충 먹노린재 때문이다.

먹노린재는 6월에 처음 발생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고온 때문에 알이 부화해 성충으로 자라는 기간이 짧아진 탓이다. 먹노린재 발생 면적도 지난해보다 두 배 가량 증가했다.

중국과 인도가 원산지인 갈색날개매미충과 꽃매미 등도 주로 과일나무에 기생해 나무의 생장과 과일의 상품성을 해치고 있다.

산림청과 농촌진흥청, 지자체들은 무더위 속에서 해충의 확산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항공방제로 연일 약을 살포하고 있지만 무더위가 계속되는 한 해충이 창궐하는 걸 막기는 역부족이다. 하루 빨리 무더위가 물러가기만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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