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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파원J] 올림픽에도 마이너 리그…역도 원정식의 특별한 도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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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파원J 입니다.

올림픽 경기에도 마이너리그가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제가 9일 아침(현지시간) 찾은 ‘리우 센트로 파빌리온’ 경기장의 종목이 그랬습니다. 역도입니다.

이날은 깜짝 동메달을 따낸 윤진희 선수의 남편 원정식 선수(69kg급)가 출전했습니다. 원정식 선수는 메달권이 아닙니다. “내가 이걸 들어올리겠다”고 신청한 무게가 낮아 B그룹에 배정됐습니다. 역도는 신청 무게에 따라 출전 선수를 A, B, 두 그룹으로  나눕니다. B그룹은 일종의 ‘마이너리그’인 셈입니다.(저도 이곳에 오기 전엔 이런 사실을 몰랐다는…)

그렇다고 이들의 도전 자체가 마이너한 것은 아닙니다. 원정식 선수는 사실 2년 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심각한 부상을 입어 실의에 빠져 있었습니다. 은퇴 선언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바벨을 들지 않았습니다. 그런 그에게 아내이자 선배인 윤진희 선수가 “다시 해보자”고 해서 이곳까지 오게 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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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도 여자 53kg에 출전한 윤진희 선수가 자신이 딴 동메달을 남편 원정식 선수에게 걸어주고 있다. 원정식 선수는 이날 남자 69kg에 출전해 최종 9위를 기록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원정식 선수는 선수 대기실에서 상기된 표정으로 빈 역기를 들어 올리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면서 말이죠. 그 모습이 경기장 내 설치된 스크린에 잡혔습니다. 가족석에선 아내 윤진희 선수가 그 모습을 초조하게 바라봤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장내 안내방송으로 호명이 되고 원정식 선수가 경기장에 올라섰습니다. 윤진희 선수는 “자신있게! 침착하게!”라고 소리쳤습니다.

이날 결과는 중요했습니다. 도전하는 사람에겐 목표가 있기 때문입니다. 원정식 선수도 그랬습니다. 마지막 용상 3차 시기 때 180kg을 들어올리려다 실패하고는 한동안 우두커니 서있었습니다. 메달 가능성이 높지 않았지만 실패에 대한 아쉬움이 짙게 전해졌습니다. 원정식 선수는 박수와 격려를 보내는 관중들을 향해 두 손을 흔들고 내려왔습니다.

원정식 선수의 이날 최종 성적은 전체 9위였습니다. 합계 320kg(인상 143kg, 용상 177kg)으로 B그룹에서 2위를 차지했습니다. 원정식 선수는 경기가 끝난 뒤 이렇게 말했습니다.

“부상 없이 마무리 지어 후련하다. 후회는 없다. 4년 뒤 도쿄 올림픽에서 아내와 함께 다시 도전하고 싶다.”

◇리우 취재팀=윤호진ㆍ박린ㆍ김지한ㆍ김원 중앙일보 기자, 피주영 일간스포츠 기자, 이지연 JTBC골프 기자, 김기연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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