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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서객은 올빼미족 변신…과일들은 화상 입고 상수원은 썩고 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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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도를 넘는 폭염이 연일 계속 되면서 전국이 몸살을 앓고 있다. 피서객도 지치고 출하를 앞둔 농작물은 화상 피해를 입고 있다. 상수원이 썩고 바다에선 해파리가 극성을 부려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폭염은 피서지 풍경을 바꿔놓고 있다. 무더위를 피해 밤에만 활동하는 ‘해변 올빼미족’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달 8일 개장한 강원도 강릉시 경포해수욕장은 지난 9일까지 446만7100명에 달하는 피서객이 찾았다. 그러나 한낮 경포해수욕장은 파리가 날릴 정도로 한산하고 오히려 오후 10시부터 중앙통로 인근 백사장에 피서객들이 붐빈다. 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술을 마시거나 노래를 부르다 새벽에야 자리를 떠난다. 때문에 강릉시는 올해 해변 청소 시작시간을 지난해 오전 2~3시에서 5시로 늦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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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장 이후 현재까지 경포해수욕장에 버려진 쓰레기는 110t이나 된다. 강릉시 자원순환과 이진규 청소행정계장은 “무더위 때문인지 올해 경포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 대부분은 낮에는 펜션에서 휴식을 하고 밤이 되면 해변으로 몰려나온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영남권 상수원인 낙동강의 수질이 초비상이다. 지난 9일 오전 10시 대구 달성보(洑)와 경남 창녕 함안보. 중앙일보 취재팀은 달성보 3곳, 함안보 4곳에서 폭염속 낙동강 수질을 측정했다. 현장에서 측정값을 알 수 있는 현장 수질 측정기(YSI-ProPlus)로 수온과 용존산소(DO)를 조사했다. 수온과 용존산소를 측정하면 물고기 등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인지 알 수 있다.

용존산소는 달성보의 경우 상류 500m 지점 3곳에서 수면 아래 50㎝와 (표층), 8m50㎝(바닥층)를 비교했다. 그 결과 8m50㎝ 지점은 2.0~2.5ppm, 50㎝ 지점은 11.1~12.7ppm으로 조사됐다. 용존산소는 2.0ppm 이하면 수질 6등급(매우 나쁨)이다. 물고기 등 생물이 살아 갈 수 없다는 의미다. 더위에 무한 번식한 남조류가 죽은 뒤 사체가 물속에 가라앉고 이것이 미생물에 분해되면서 산소가 고갈된 때문이다.

반면 함안보는 상류 12㎞ 지점, 상류 7㎞ 지점, 500m 지점 2곳 등 4곳의 수면 아래 1m 와 수면 아래 5~7m를 비교했다. 수심 5~7m에서는 5.99~7.05ppm로 나타났다. 1m는 6.09~8.64ppm을 보였다. 5.0ppm 이상은 2등급(약간 좋음)상태다. 그러나 지난 6월 한 민간단체가 함안보 수심 10m 지점을 찾아 용존산소를 측정한 결과 0.0ppm이 나오기도 해 이곳의 바닥층도 산소고갈로 추정된다.

민간단체에 따르면 오염 척도인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BOD)과 화학적산소요구량(COD)의 경우 함안보(수심 11m)는 3등급(보통·5.0mg/L), 달성보는 5등급(나쁨·6.6mg/L), COD는 함안보(9.3mg/L)와 달성보(11.0mg/L) 모두 5등급(나쁨)이었다.

수온도 높았다. 함안보의 1m 지점은 31.8~33.2도였다. 5~7m지점은 31~32.1도였다. 달성보는 50㎝ 지점 31~31.5도, 8m50㎝ 지점은 28.4~28.9도를 보였다. 국립수산과학원 진해내수면양식연구센터 이영식 박사는 “31도 이상의 온도에 남조류까지 겹치면 상당수 어종이 폐사한다”고 말했다.

과일과 채소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대표적 사과 주산지인 충북 충주와 경북 안동 등 전국 과수원은 일소(日燒)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일소는 25도 내외에서 적합한 생육환경을 가진 사과·복숭아·배 등 온대과수가 30도 이상 고온이 계속될 때 나타나는 화상 피해다. 사과 농사를 짓는 류종현(57·충북 충주시)씨는 “태풍 피해는 몇몇 지역에 한정된 피해를 주지만 폭염은 전국적인 현상이어서 사과 생산량이 전체적으로 10% 정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햇사레’ 복숭아 주산지인 음성에서는 미국선녀벌레와 나방 등 각종 벌레 피해도 급증하고 있다. 충북 단양에서는 수수·율무·콩 같은 밭작물에서 잎마름 증상도 나타났다.예년보다 이른 추석을 앞두고 물가 불안 요인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해파리도 기승이다. 6월부터 최근까지 부산·제주·강원·인천·전남·경북 등 6개 지자체에 해파리 쏘임 사고 신고만 380여 건이다.

창녕·대구·인천·강릉=위성욱·김윤호·최종권·박진호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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