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괌 앤더슨 기지에 미국 전략폭격기가 모여 들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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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B-2스피릿 전략폭격기. [중앙포토]

태평양 한가운데의 섬 미국령 괌에 최근 미국 최신예 폭격기들이 속속 모여들고 있다. 미 전략사령부는 "9일 (미국) 미주리 주 위템 공군기지에 있던 3대의 B-2스피릿 전략폭격기를 미 태평양사령부 산하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에 배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략폭격기의 배치는 일상적인 순환배치의 일환"이라며 "인도-아시아-태평양지역에 순환 배치함으로써 역내 안정 유지를 위한 억지력을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B-2 전폭기를 언제까지 괌 앤더슨 기지에서 운용할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이달초 300여명의 운영요원과 함께 배치된 B-1B 전폭기와 달리 B-2는 3대가 배치됐다는 점말 고려하면 단기간 머물다 복귀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미군 관계자는 "미군의 전폭기는 전세계를 대상으로 배치와 복귀를 되풀이 한다"며 "군사 작전의 특성상 B-2의 구체적인 운용계획에 대해선 공개가 어렵다"고 말했다.

전폭기 배치가 '일상적'(routinely)인 조치라는 미군 당국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B-2 배치가 중국과 북한에게 모종의 메시지 전달 차원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기존에 있던 B-52보다 막강한 파괴력을 갖춘 B-1B를 배치한 직후 추가로 들여왔기 때문이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B-2는 스탤스 기능을 탑재한데다 미군 스스로도 하늘의 저승사자라고 부를 만큼 전략적으로 간주하는 무기"라며 "B-2가 움질이는 건 군사적 시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월 6일 북한의 핵실험 직후 한미 군당국은 B-2 전폭기를 한반도 상공으로 들여와 시위비행을 했었다. 미 전략사령부도 "우리의 전략폭격기는 전 세계에서 역내 동맹 및 파트너들과 공동 작전을 한다"며 "이번 B-2 전략폭격기 배치는 글로벌 및 역내 안보를 방어하겠다는 우리의 확고한 약속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북아 지역 국가들에 B-2를 통한 '시위'를 하겠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중국과 북한을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이 많다. 최근 남중국해 문제를 놓고 미중간 갈등이 불거진 가운데 물러서지 않겠다는 무언의 행동이라는 얘기다. 또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동향이 공개된 것보다 심각한 수준이어서 유사시 레이더망에 걸리지 않는 폭격기를 동원해 타격할 수 있다는 무언의 압력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늘의 저승사자 B-2 스피릿은 꼬리날개가 없는 가오리 모양으로 레이더 '피탐면적'(RCS)를 줄여 스탤스 전폭기로 통한다. 미군은 현재 20여대를 운영중이며 폭 52.12m에 길이 20.9m로 마하 0.9다. 레이더에 잡히지 않은채 순항(크루즈) 미사일 속도로 날아가 핵폭탄을 퍼부을 수 있는 셈이다. 무장탑재능력은 22t이며, 최대 비행고도는 5만ft(1만5000m)로 대공포 위로 침투할 수도 있다. 재급유 없이 1만㎞이상을 비행할 수 있어 괌에서 출격할 경우 한반도에서 작전 뒤 복귀할 수 있다. 북한의 3차 핵실험 직후인 2013년 3월에는 B-2 폭격기를 미국 본토에서 출격시켜 중간기착 없이 한반도에서 폭격 훈련을 한뒤 돌아가기도 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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