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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빠진 아웃도어 ‘캠프닉’으로 출구 찾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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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침체에 빠진 아웃도어 시장이 새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소풍처럼 가볍게 다녀오는 캠핑을 뜻하는 ‘캠프닉(캠핑+피크닉)’, 그리고 서핑과 자전거 등 젊은이들의 문화를 접목해 변신을 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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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캠핑 장비 대신 하루 만에 소풍처럼 캠핑을 다녀오는 ‘캠프닉’ 전문 용품이 인기다. [사진 신세계백화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7층 아웃도어 매장은 최근 약 두 달(6월3일~8월8일) 동안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4%나 매출이 올랐다. 지난해 5.9%나 판매가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라이프스타일 레저스포츠전문관’이라는 이름을 걸고 체험형 매장으로 바꾸면서다. 원색의 등산복 대신에 야외에서 손쉽게 원두커피를 즐길 수 있는 커피메이커, 편하게 누워서 여유를 즐길 수 있는 해먹, 클래식한 자전거들이 자리를 잡았다.

젊은층 문화 접목해 새 시장 창조
1박2일 간단 캠핑용품으로 구성
신세계 강남 최근 매출 94% 뛰어
텃밭·서핑 개념 강조 매장도 등장

국내에서 보기 힘들던 사냥 의류와 용품 브랜드 ‘피엘라벤’도 있다. 서울 홍익대 주변의 캠프닉 전문 매장 ‘홀라인’도 입점했다. 캠프닉은 한 두명이 길어야 1박2일로 즐기는 간단한 캠핑이다. 때문에 1㎏도 안 되는 초경량 텐트나 의자, 200g 밖에 무게가 안나가는 2인용 테이블처럼 가벼운 캠핑 용품 위주다. 수제 자전거 전시장 안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바이크 카페’도 들어섰다.

새 브랜드만 들어온 것이 아니다. 기존 아웃도어 브랜드도 새로운 컨셉트를 내세웠다. ‘라푸마’와 ‘에이글’ 같은 브랜드는 미니 텃밭을 가꾸는 가드닝을, ‘아이더’는 서핑을 강조했다. ‘컬럼비아’는 일본에서 수입한 독특한 의류와 함께 낚시를 내세웠다. 밀레는 LED렌턴 전문 브랜드 ‘레드 렌저’, 스피커 전문 브랜드 ‘터틀’ 등 다양한 브랜드의 장비 편집숍을 만들었다.

아웃도어 업계에서는 ‘40~50대가 선호하는 원색 등산복’을 ‘젊은 층이 도심에서 입을 수 있는 스포츠캐주얼 의류’로 전환하려는 노력도 활발하다. 코오롱스포츠는 도심용 신규 브랜드 ‘케이 플러스(K+)’를 내놓았고, 밀레는 애슬레저 전문인 ‘RSC 라인’을 캐주얼 중심의 ‘어번’과 스포츠 활동때 입을 수 있는 ‘액티브’로 세분화했다. 이젠벅·팀버랜드·마운티아 등도 ‘도심 속 아웃도어’를 컨셉트로 내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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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아웃도어 브랜드마저 변신에 나선 것은 국내 아웃도어 시장의 침체 상황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삼성패션연구소에 따르면 2009년(2조4300억원) 이후 해마다 30% 안팎으로 성장했던 국내 아웃도어 시장은 2013년부터 성장세가 꺾였다. 업계에서는 2014년 7조1600억원이었던 시장이 지난해 6조7000억원으로 6.4% 줄어든 것으로 추정한다. 처음으로 매출이 감소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웃도어 주요 브랜드의 매출은 지난해 모두 하락했다. 노스페이스를 운영하는 영원아웃도어의 지난해 매출은 28%, 블랙야크는 12.3%, K2코리아는 8.9% 감소했다. 최근 2년 동안 시장에서 철수한 아웃도어 브랜드도 휠라아웃도어·잭울프스킨·노스케이프 등 10여개에 이른다.

한 아웃도어 업체 관계자는 “포근한 겨울이 계속되며 고가의 헤비다운 패딩 판매가 감소한데다가, 여러 업체가 몰리며 경쟁이 치열해졌고, ‘해외 여행 때 등산복 입는 사람은 한국 중년 남녀 뿐’이라는 식의 부정적인 인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이대로 아웃도어 시장이 더 쪼그라들지 모른다는 위기 의식이 백화점과 아웃도어 브랜드가 변신한 배경이다. 신세계백화점 패션담당 손문국 상무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젊게 변신한 기존 아웃도어 브랜드와 최신 레저 문화를 접목해 젊은 고객을 유입한 것이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구희령 기자 hea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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