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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손혜원 “카톡 공지 보고 신청, 졸지에 독수리 6남매 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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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 방중단인 손혜원 의원, 김진호 단국대 교수, 김병욱·신동근·소병훈 의원(얼굴 가린 사람), 이재한 더불어민주당 중앙당 선거대책위원(왼쪽부터)이 8일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1층 세미나실에서 중국 학자들과 좌담회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김영호 의원과 박정 의원도 좌담회에 참석했다. [사진 신경진 특파원]

중국으로 떠나기 전날인 지난 7일 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의 목소리는 가라앉아 있었다. 그는 몇 차례에 걸쳐 “이렇게 일이 커질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베이징대 출신인 김 의원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문제와 관련해 의원들의 중국행을 처음 제안했다.

방중 의원 “사적 일정”이라지만
국민의당서도 “부적절” 지적
“의원 자리 가볍게 여겨” 비판도

동행하는 더민주 의원들도 이번 방중이 불러온 후폭풍에 대해 당혹스러워하는 눈치다. 손혜원 의원은 출국 직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베이징대 세미나가 있다는 카톡(카카오톡)방 공지를 보고 단순한 생각으로 신청했다가 졸지에 독수리 6남매가 되었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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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초선 의원들의 ‘단순한 계획’이 불러온 파장은 끝을 모르고 커지고 있다. 여당은 굴욕외교를 거론하며 대야 공세에 나섰고, 야권 공조 대상인 국민의당에서도 “적절치 않다”는 평이 나왔다. 더민주 내부에서는 사드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커지면서 “그동안 잠복해 있던 노선 갈등이 이번 방중을 계기로 봉인 해제됐다”는 우려도 적잖다. 청와대는 이례적으로 중국 관영 언론을 비판하는 공개 성명을 냈다.

방중 의원들을 바라보는 여론은 냉랭한 편이다. 이달 초 사드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해 중국을 방문한다는 계획이 알려지자 네티즌 사이에선 “중국에 허락을 구하러 가느냐”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방중 의원들은 “사적으로 진행한 일정일 뿐인데 청와대와 여당이 일을 키웠다”며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다. 논란이 확산되자 손 의원은 지난 4일 페이스북에 “우리가 중국에 나라라도 팔러 간답니까?”라고 적기도 했다.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중국 언론 개별 인터뷰는 하지 않기로 했다”고도 강조했다.

하지만 이들이 주장하는 진정성과 무관하게 이미 중국 정부는 언론을 이용해 여론전에 나섰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6일 1면에 이들의 방중을 비중 있게 다루며 “매국행위라며 무고하게 비난받고 있다”고 썼다. 또 “사드 배치는 타당하지 않다”(소병훈 의원)거나 “한국 국민의 사드 배치 반대 의견을 미국에 전달하겠다”(손혜원 의원) 등의 중국에 유리한 발언들을 소개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초선 의원들이 ‘국민의 대표’라는 자리의 무거움을 잘 몰랐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손병권 중앙대 교수는 “대의정치 시스템에서 선출직 대표는 국민 그 자체”라며 “양국 갈등이 첨예한 사안을 논의하러 공개 방문하면서 사적인 행사라고 하는 건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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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의원은 출국 전 통화에서 “중국에 가서 사드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다”며 “사드로 인한 손익이 뭔지 따져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가상준 단국대 교수는 “사드에 반대하는 야당 의원들로서는 비슷한 의견을 가진 중국보다 오히려 미국 측을 찾아가 사드 배치의 실익을 조목조목 따져보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보와 관련한 언행은 신중해야 한다. 졸지에 독수리 6남매가 됐다는 의원들은 이 점을 충분히 깨달았을 것으로 믿는다.

글=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사진=신경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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