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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마사지·네일케어·법률자문…농촌서 재능기부 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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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칠곡군 실버인형극단이 지난달 초 충북 청주시 가덕면 계산리 말미장터마을을 찾아 우쿨렐레 연주를 하고 있다. [사진 농림축산식품부]

농촌 봉사활동이 일손을 돕는 차원을 넘어 재능을 나누는 봉사로 바뀌고 있다. 농촌 주민들은 삶의 활기를 되찾을 수 있고, 봉사자들은 추억과 보람을 느낄 수 있어서다. 정부가 재능을 가진 봉사자와 이를 필요로 하는 마을을 연계해 주는 ‘농촌 재능나눔 사업’을 추진해 새로운형태의 봉사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농활 패러다임 바꾸는 캠프

"지역 주민 건강한 삶 돕는 농촌 재능나눔 캠프 3년째 가족·기업·단체 참여 증가"

지난달 초 경북 상주시 신흥·신덕·금곡리에 있는 6개 마을에 반가운 손님들이 찾아왔다. 대학생과 가족 봉사자 160여 명이 마을에 모여 자신들의 재능을 발휘했다. 학생들은 스포츠마사지와 물리치료를 하며 주민들의 건강을 챙겼다. 가족 단위 봉사자들은 주민과 함께 벽화 그리기, 마을회관 청소, 감자 캐기 등을 하며 공동체 의식을 기르고 봉사의 의미를 깨닫는 시간을 가졌다. 대학생 류세정(20·여)씨는 “봉사하는 내내 어르신들이 음료와 간식을 챙겨주셔서 푸근한 농촌의 인심을 느낄 수 있었다”며 “작은 봉사에도 크게 기뻐하시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면서 큰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새로운 농촌 봉사문화로 자리 잡아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와 한국농어촌공사가 진행하는 ‘농촌 재능나눔 캠프’가 농촌 지역 봉사문화를 바꿔놓고 있다. 이 캠프는 봉사자들이 농촌을 방문해 숙박하면서 재능을 나누며 주민과 교류하는 프로그램이다. 올해로 3년째인데 인기가 높다. 지난달 열린 경북 상주시 신흥·신덕·금곡리 캠프의 경우 접수를 시작한 지 5일 만에 신청자가 몰려 조기 마감했다. 참여 단체도 2014년 83개에서 2016년 상반기 97개로 해마다 늘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 관계자는 “재능을 나누고 싶어도 소규모로 농촌 마을에 찾아가기 어려워하는 봉사자들이 단체로 진행하는 캠프 형식의 봉사엔 부담을 덜 느끼는 것 같다”며 “대학생 외에도 일반인과 단체, 가족 단위 신청자가 많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능기부로 봉사활동이 이뤄지다 보니 일손 돕기 위주였던 과거와 달리 종류도 많다. 응급처치 교육, 의료활동 지원, 한방 진료, 국악 공연, 법률 도우미 같은 전문 분야부터 주거환경 정비, 벽화 그리기, 빨래 봉사 등 일상에서 필요한 생활밀착형 분야까지 다양하다.
  상주시 신흥·신덕·금곡리 캠프의 경우 이·미용, 네일케어, 발마사지, 공연, 노래자랑 등 즐겁고 건강한 삶에 초점을 맞췄다. 실버인형극단이 펼친 ‘할매할배 인형극’과 전문 노래강사의 노래교실은 주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주민 안진모(70)씨는 “노인들만 사는 적적한 마을에 손주같이 귀여운 아이를 데려온 가족과 젊은 학생들이 방문해 주는 자체만으로 정서적으로 큰 도움이된다”고 말했다.
  농촌 재능나눔은 개인·학교·기업·단체가 농촌을 방문해 자신의 경험·기술·지식을 나누며 행복한 농촌을 만드는 활동이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봉사 받기를 원하는 마을은 어느 곳이든 신청이 가능하다. 농촌 재능 나눔이 인기가 높은 이유는 뛰어난 기술이나 전문성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귀농·귀촌 준비하는 도시인에게 도움
마을 입장에선 애향심을 높일 수 있고, 방문자를 위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농산물 판매장을 설치해 수익을 낼 수 있다. 농촌 재능나눔은 귀농이나 귀촌을 준비하는 도시민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재능을 기부하면서 농촌의 삶을 미리 경험해 볼 수 있어서다.
  농식품부는 농촌 재능나눔 활성화를 위해 ‘대한민국 농촌 마을대상 시상식’을 마련해 재능기부 우수자에게 시상하고 모든 참가자에게 재능기부 증서와 자원봉사 인증서를 발급하고 있다. 올해부터 농촌 재능나눔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마을을 위해 ‘찾아가는 스마일재능뱅크 마을 등록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강형석 농식품부 농촌정책과장은 “농촌 재능나눔은 단순히 봉사하는 것에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주민과 정서적으로 교감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주민과 봉사자 모두가 참여해야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농촌 재능나눔 캠프는 오는 10월 1~3일 전북 진안군에서 열린다. 문의 1577-7820

강태우 기자 kang.tae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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