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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숲을 노·장·청이 어울린 생태 공동체로 만들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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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1호 15면

농촌공동체의 성공신화를 이룬 김진홍 목사(오른쪽)와 정운천 의원이 경기도 동두천 두레자연마을에서 만나 한국 숲의 미래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김진홍(75) 목사는 1976년 청계천 판자촌의 철거민들을 이끌고 경기도 화성군 남양만에 정착했다. 김 목사는 79년 이곳에 농업공동체 ‘두레마을’을 개척했다. 하지만 그의 공동체 실험은 빚만 잔뜩 진 채 무참하게 실패했다. 김 목사는 절망을 딛고 86년 2차 두레마을을 열어 결국 성공시켰다. 이후 두레마을은 지리산 등 국내는 물론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중국 옌볜(延邊) 등 해외까지 퍼져나갔다. 목사직을 은퇴한 김 목사는 5년 전 경기도 동두천 왕방산 기슭 쇠목골로 들어와 ‘두레자연마을’을 세웠다. 이번 공동체는 농촌이 아닌 산과 숲을 터전으로 한다. 김 목사는 이곳에 1차산업(농림업), 2차산업(식품제조), 3차산업(특산물 유통)과 대안학교·캠핑장까지 들어선 융복합단지를 만들 계획이다.


지난 4·13 총선에서 삼수 끝에 전주에서 당선된 정운천(62) 새누리당 의원도 ‘참다래 아저씨’로 교과서에 소개된 농업 전문가다. 정 의원은 고려대 농경제학과 졸업 후 전남 해남으로 내려가 키위(참다래) 재배에 매달렸다. 비닐하우스에서 먹고 자며 5년 넘게 고군분투한 끝에 참다래 농사를 성공시켰다. 그가 세운 영농법인 ‘참다래유통사업단’은 고구마까지 영역을 확대, 매출이 1000억원에 이른다. 농촌공동체의 성공신화를 일군 두 사람이 지난달 19일 동두천 두레자연마을에서 만났다. 이들은 처음 만났는데도 농업·산림·공동체 얘기를 하자 마치 수십 년 지기(知己)인 것처럼 ‘이심전심’으로 통했다. 

정운천=산림녹화, 경제녹화를 제안했는데도 아직 지지부진해서 안타깝다. 산림녹화에는 성공했지만 숲활용까지는 아직 못 갔다. 산림청에서 애를 쓰고 있지만 국민적인 힘을 합쳐야 한다.


김진홍=산림녹화를 너무 빨리 하다 보니까 경제와 무관하게 진행됐다. 취산정책을 새롭게 해야 한다. 나무도 경제 수종으로 바꾸고, 적극적으로 산림자원 녹화정책을 펴야 한다. 은퇴가 가깝거나 은퇴한 사람들이 산을 개발해보자. 나는 노인들이 노는 걸 반대한다. 늙어서도 일하자. 늙어서 젊은 사람들에게 부담만 되고, 병원 다니면서 의료비 축내지 말고. 산에서 일하면 건강해진다. 젊은 사람들에게 모범이 된다. 산 자원을 활용하면 경제활동이 되고, 모여서 살면 복지마을이 된다. 지금 이곳 두레자연마을에 20가구를 짓고 있다. 신청자가 몰려 3 대 1로 뽑았다. 한 가구가 1억3000만원을 내면 20평 집을 목조로 지어주고 60평 농지를 준다. 그리고 일거리가 생긴다. 이게 세트로 간다. 우리 애들은 교실에서 병들고 있다. 인터넷에 중독돼 비실비실하다. 이곳에 인터넷중독 치유학교를 먼저 세웠다. 정원이 40명인데 들어오려고 줄을 섰다. 6개월만 지나면 애들의 성품이 변한다. 이곳에 들어와서 낮에 열심히 운동하면 밤에 바로 곯아떨어진다. 몇 달 이렇게 하면 공부시켜 달라고 한다. 애들이 검정고시 봤는데 다 95점 이상이다.


정운천=현재 우리나라 산의 25%가 국유림이다. 얼마든지 산을 공동체 형식으로 개발할 수 있다. 협동조합이 여러 군데서 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치수 정책으로 20조원이 들어갔다, 치산은 그렇게 많은 예산이 안 들어간다. 5년 동안 5조원 정도 들어가면 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게 산림도로다. 임도가 산불을 차단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근본적으로 산림 정책을 산림보호에서 산림개발로 바꿔야 할 때가 왔다. 우리나라 땅의 65%가 산림이다. 외부에서 보면 아름답지만 내부로 들어가면 아무런 관리가 안 돼 있다. 실질적 가치를 몇 십 배로 만들 수 있지 않나. 강원도 주문진은 임도가 72㎞나 된다. 이런 데선 승마나 트레킹을 사업화할 수도 있다. 국가가 임도를 내놓고 승마 같은 사업을 하는 업자에게 임도 관리를 맡기면 된다. 그러면 국가에서 따로 관리비용이 안 들어가 일거양득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예를 들어 목사님이 산주들과 산을 개발한다고 하면 정부가 임도를 내주는 일을 해야 한다. 협동조합을 만들어 사업계획서를 내놓으면 무료로 임대를 하든지, 돈 받고 임대를 하든지 돈을 벌 것이다. 나이 드신 분들이 공동체 만들어 건강도 확보하고 친교도 맺고 거기서 꼬마들 인성교육까지 시킨다면 말할 수 없이 좋다. 지금 콘크리트 문화, 시멘트 문화는 스트레스 문화다. 산림 개발법을 만들려고 준비하고 있다. 지금까지 모든 산림법이 규제법으로 돼 있다. 개발하는 데 장애물이 많다. 이미 산림녹화가 돼 있는데 개발법으로 바꿔 대한민국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김 목사의 기존 두레마을은 이스라엘 키부츠 형태였다. 집단 노동, 공동 소유, 공동 분배가 원칙이었다. 이번 동두천 두레자연마을은 모샤브 형태다. 재산의 사적 소유를 인정하고 이익 분배 역시 기여한 정도에 따라 나눈다.)


김진홍=은퇴한 분들 신청받아서 두레자연마을 1차 20가구 공사를 하고 있는데 내년에 건너편에 20가구, 그 다음에 60가구를 하려고 한다. 신청자 중엔 서울대 전자공학과 교수, 단국대 화학과 교수, 경희대 영양학과 교수도 있다. 의사도 치과의사도 들어오겠다고 한다. 전직 KOTRA 관장도 있어서 농산품을 만들면 수출하겠다고 한다. 이런 사람들이 모여 복지마을을 만들고 젊은 사람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하자는 것이다. 이번에 청소년 야영캠핑장 허가 신청을 했다. 규제가 워낙 많아 허가받기 힘들더라. 우리 늙은 사람들이 젊은이들 기를 북돋아주는 마당을 만들어줘야 한다.


정운천=나이가 들면 욕심이 줄어든다. 노인들에겐 공동체를 잘 어우를 수 있는 경험·지혜·지식이 있다. 협동조합 형태는 은퇴하신 분들이 여생 돌보면서 하기에 적합하다. 이 시대는 전환기적 위기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를 지탱했던 조선산업, 철강산업, 석유화학 모두가 내려앉는다. 4차 산업혁명 시대다. 드론(무인기), 로봇, 3D 프린트 등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사회로 간다. 다보스포럼에서 700만 개 일자리가 10년 안에 없어지고 200만 개가 새로 생긴다고 한다. 결국 일자리 500만 개는 없어지는 거다. 우리나라에서 새롭게 변화를 시킬 대상이 산이다. 산에서 살길을 찾자. 난개발하자는 게 아니고 녹화를 경제녹화로 대체하자는 것이다.


김진홍=이곳의 노는 산을 잘 개발해도 일자리 200개가 나올 것이다. 젊은 사람, 나이 든 사람의 일자리가 함께 생긴다. 독일은 숲 관리사가 인기 신랑감이라고 한다. 청년들이 이런 데 관심을 돌려야 한다. 우리나라는 산이 좋다.


정운천=왜 우리 인삼의 사포닌 성분이 다른 나라에 비해 많은가. 왜 은행나무 잎사귀의 징코민 성분이 다른 나라의 몇 십 배가 되는가. 땅의 기운 때문이다. 과학적으로 개발하면 전 세계가 우리나라 산의 가치에 대해 알게 될 것이다. 한식 세계화를 하면서 천일염을 광물에서 식품으로 바꾸었다. 천일염에서 나오는 된장·간장·고추장·김치·젓갈을 5대 식품으로 선정해 이것을 기반으로 한식 세계화를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우리나라 산을 개발해서 산에서 나오는 자연 음식으로 자연 치유를 해보자. 이번에 당선 안 되면 다음날 정계 은퇴하고 농업을 한다고 했다. 조선족 있는 옌볜에 가니까 김진홍 목사님이 만든 두레마을이 있더라. 그런 가운데 아픔도 있었을 것이다. 새로운 것을 개척하면서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해봐야 실수도 있겠지만 일을 만들 수 있다. 우리나라엔 지금 꿈과 희망이 날아가 버렸다. 전부 희한한 데 매달려서 어찌할 수 없다. 스트레스가 쌓이니까 무슨 일만 일어났다 하면 불같이 일어난다.


김진홍=산에 오면 사람이 차분해진다. 광기가 사라진다. 인터넷 중독에 빠지고 우울증 걸린 애들이 여기 와서 변화하는 것을 보면 신기하다. 7~8개월만 뒹굴면 아이들이 달라진다. 산에서 청소년들이 치유된다. 가정이 회복된다. 나무에 나무집을 지었더니 아이들이 아침에 밧줄을 타고 내려온다. 옛날 새마을운동은 농촌에서 했는데 이제 국민운동은 산에서 해야 한다. 산에는 새·나무·꽃·노루도 있다. 자연과 더불어 같이 살아야 한다는 생태교육의 장이 돼야 한다.


정운천=저도 빨리 정치를 끝내고 지금 목사님께서 하시는 일을 하겠다. 두 번 국회의원 하면 딱 70대다. 나머지는 목사님을 따라다녀야겠다. 국회에서 뜻을 함께하는 15~20명을 모아 특별위원회 같은 걸 만들려고 한다. 그렇게 해놓으면 장관이고 총리고 오라고 할 때 안 올 수 없다. 농업만 갖고는 안 되고 식품과 결합해야 한다. 농업생산이 40조원인데 식품이 120조원이다. 합치면 160조원에 달한다.


김진홍=독일·오스트리아·스위스는 청년들이 산으로 일자리를 찾아간다. 우리나라 청년들은 그 길을 못 찾는다. 이곳의 일꾼은 현재 20명이다. 상당수는 코넬대·KAIST·부산대·쾰른대 등 명문대 출신이다. 이들이 산림 개발하고 협동조합 일하고 식품공장 일을 맡아 한다. 앞으로 노인 100명, 청년 30명이 이 골짜기에서 일을 할 것이다. 5년 전에는 아무도 없었다. 청년들이 이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


정운천=우리나라 산은 좋은 환경을 갖고 있다. 여러 가지 약초나무도 있다. 새롭게 기획해서 준비할 수 있다. 과학적으로 우리 산림 자원을 분석하는 것도 필요하다. 산에서 나오는 식품은 건강에 좋다. 치료가 아닌 예방이다.


김진홍=나도 산에 와서 건강이 좋아졌다. 지금 76세인데 85세까지 현장에서 일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어제도 하루 종일 청년들을 데리고 노동했다. 노·장·청이 협동해야 한다. 노인을 괜히 뒤로 밀쳐놓지 말자. 노인을 활용해야 한다.


정철근 기자 jcom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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