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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큰손 휘트먼 “클린턴 지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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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은 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없느냐”고 발언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그가 세계 최강의 핵무기 보유국인 미국의 대통령으로 적합한지에 대한 자질론이 다시 불거졌다. 미국 대통령은 핵 버튼을 누를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트럼프 “미국, 핵 왜 못 쓰나” 발언
대통령 자질론 우려 다시 증폭
WSJ “공화당 지도층 45명 이탈”
3선 하원의원 리처드 해나 포함
경합주 일반 당원들에게도 영향

미국 MSNBC방송 앵커인 조 스카버러는 3일(현지시간) 자신이 진행하는 토크쇼 ‘모닝 조’에서 “트럼프가 몇 달 전 자신에게 조언하는 외교정책 전문가에게 ‘미국이 핵무기를 갖고 있으면서 왜 쓸 수 없느냐’고 세 번이나 물어봤다고 한다”면서 “트럼프 주변에 외교 전문가가 없다는 것을 잘 보여 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핵무기 사용은 인류의 파국적 결말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트럼프의 핵 인식은 위험천만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핵에 대한 트럼프의 비상식적 언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3월에도 “한국과 일본은 스스로 방어하기 위해 핵무장을 하려 할 것이고 어느 시점이 되면 이를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의 모델 출신 부인 멜라니아는 불법 취업 논란에 휩싸였다. 20여 년 전 모델로 활동할 당시 얘기다.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멜라니아는 언론 인터뷰에서 당시 H-1B 취업비자로 입국했다면서도 비자 갱신을 위해 정기적으로 모국 슬로베니아로 돌아갔었다고 주장해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H-1 비자는 3년 만기로, 6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 멜라니아가 실제 H-1비자 소지자였다면 비자 갱신을 위해 귀국했다는 것은 거짓이란 얘기다. 폴리티코는 멜라니아가 B-1 임시상용비자나 B2 여행 비자로 입국해 모델로 일했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이 경우 비자 사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통 6개월짜리인 B-1, B2 비자로는 미국 내 취업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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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에선 트럼프의 자질론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면서 이탈자가 속출하고 있다. “정당보다 국가가 우선”이라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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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 휘트먼

2일엔 공화당의 큰손 후원자인 멕 휘트먼 휼렛패커드(HP) 최고경영자가 “클린턴에게 투표하겠다”고 선언했다. 공화당의 3선 하원의원인 리처드 해나, 트럼프의 최측근이 된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의 오랜 참모인 마리아 코멜라,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의 핵심 참모였던 샐리 브래드쇼도 이달 들어 클린턴 지지를 발표했다. 브레드쇼는 "트럼프에게 투표해놓고선 아이들의 눈을 똑바로 쳐다볼 수 없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정치인, 전략가, 정책전문가, 기업임원 등 45명 이상의 공화당원들이 클린턴을 공개 지지했다”고 보도했다.

공화당 지도층 인사들의 집단 이탈은 일반 당원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통적인 경합주(Swing state)인 뉴햄프셔의 최근 여론조사에서 클린턴(47%)은 트럼프(32%)와의 격차를 15%포인트로 벌렸다. 대표적 러스트벨트(Rust Belt·쇠락한 중서부의 제조업 지대)인 미시간주 여론조사에서도 클린턴(41%)이 트럼프(32%)를 압도했다. 4일 WSJ와 NBC뉴스가 발표한 전국 단위 조사에서도 클린턴(47%)이 트럼프(38%)를 여유있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i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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