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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차기 대통령 엄청난 개혁해야…내가 감당할 준비됐나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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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달 8일 박근혜 대통령과 ‘35초 대화’를 나눴다. 유 의원은 4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35초 대화’ 당시의 심경을 묻자 “참…만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7월 국회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다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배신의 정치(인)’로 지목돼 원내대표에서 물러났고, 올 4월 총선 때 친박계의 견제 속에 공천을 받지 못하고 탈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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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무소속으로 당선된 뒤 지난 6월 복당해 다시 박 대통령 앞에 섰다. 유 의원은 “언젠가 (대통령과) 쌓인 오해를 다 풀고 싶다”며 “대통령과의 인간적 신뢰 관계는 언젠간 회복할 시간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박 대통령과의 관계는
지난달 35초 대화 때 만감이 들어
대통령과 오해 다 풀고 싶어
친박 중에도 뜻 합칠 분들 있다

정치를 하는 이유는
복지에 인색한 보수, 개혁이 소명
보수가 바뀌면 대한민국 바뀌어
사드 꼭 필요, 내가 진보와 다른점

그는 “친박-친이로 시작된 10년 계파싸움은 권력을 위한 사적 이익을 구하는 투쟁이었다”며 “이제 끝낼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친박 중에서도 자연스럽게 뜻을 합칠 분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문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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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인터뷰에서 “보수당의 개혁이 제 소명이다”며 “보수가 바뀌면 대한민국이 바뀐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대선 출마 여부엔 “감당할 준비가 돼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고 답했다. [사진=오상민 기자]

‘배신의 정치’라는 말을 왜 들었다고 보나.
“대통령과 직접 대화를 안 하고 꼭 중간에 누가 전달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쌓인 부분이 많다. 원내대표 사퇴할 결심을 하고 (이병기) 비서실장에게 조용한 시간에 차 한잔 하면 되니까 꼭 뵙고 두세 시간만 내달라고 요청했다. 오해도 풀고 싶었고 대통령의 국정운영이나 당·청 관계에 대해 느낀 점도 많았다. 하지만 면담이 이뤄지지 않았다. 언젠가 쌓인 오해가 있으면 다 풀고 싶다. 제 진심도 말씀드리고 싶고.”
과거 ‘청와대 얼라’라는 발언은 신중치 못했던 것 아닌가.
“2014년 대통령이 코리아소사이어티 등 외교 관련 단체 간담회 자료 초안에 ‘한국이 중국에 경도돼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는 요지의 발언이 들어갔다가 (문제가 되어) 배포된 자료를 회수한 일이 있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외교부에 물어봤더니 모른다고 하길래 ‘청와대 비서들이 그런 잘못을 한 거냐’고 질책하면서 경상도 말로 ‘얼라’라는 표현을 했다. 경상도에서 나쁜 말은 아닌데, 제가 그걸 대통령을 겨냥해 발언한 걸로 일부에서 저를 비판했다. 표현 다섯 자만 끄집어내서 제가 대통령을 공격한 것처럼. 오해를 많이 받았다.”
대통령 임기 후반부에 차기 대선주자들의 차별화 움직임이 있을까.
“이제까지 했던 것과 다르게 국민들에게 더 다가서는 마음으로 하시면 잘 할 수 있다고 본다. 그게 대통령에 대한 저의 소망이다. 인사·소통·정책, 세 가지를 잘 하셔야 성공한 대통령이 될 것이다. 권력의 힘이 셀 때는 옳은 이야기도 안 하다가 권력의 힘이 빠질 때 그런 얘기 하는 건, 그건 비겁하다.”
새누리당이 총선 때 왜 졌다고 생각하나.
“국민을 무서워하지 않고 권력을 무서워했기 때문이다. 공천 과정에서 보인 오만이 안 좋은 영향을 미쳤고, 그 오만은 국민이 아닌 공천권자를 무서워한 거다.”
지난 총선에서 낙천될 당시 심경은 어땠나.
“공천 못 받고, 탈당해 무소속 출마하고, 그런 건 사실 그렇게 견디기 힘들진 않았다. 제일 견디기 힘들었던 건 지난 3월 15일 저와 뜻을 같이한다는 이유로 새누리당에서 제일 젊고, 개혁적이고, 유능한 젊은 국회의원들이 공천학살 당했을 때였다. 또 하나는 저에 대해 정체성 시비를 걸 때였다.”
‘국회의원을 한번 쉬어 가라’는 회유는 없었나.
“이번엔 백의종군을 선언하고, 당에 남아 있으면 재·보선도 있고 다음에 더 좋은 기회가 있지 않겠느냐는 권유도 많았다. 정의도, 원칙도, 상식도 아닌 결정에 굴종하라는 걸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때 내가 왜 정치를 해야 하는지 고민을 굉장히 깊이 했다.”
유 의원은 정치를 왜 하는가.
“보수당의 개혁이 제 소명이다. 보수가 바뀌면 대한민국이 바뀐다. 결국 대한민국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 보수층 아닌가. 그분들이 바뀌면 한국이 진짜 바뀐다. 그 신념을 실현시키는 게 제가 정치 하는 이유다. 공동체가 파괴되거나 붕괴되지 않게, 어떻게든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보수의 강한 본능이다. 선진국도 공동체가 위기에 처했을 때 보수층 지도자들이 위대한 사회보장 개혁과 복지 개혁을 많이 했다. 그런 보수 개혁을 우리나라에서 드디어 시작할 때가 됐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개혁해야 하나.
“경제정책·교육·보육·노동·복지·세금…. 이걸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할거냐. 재벌에게 계속 혜택을 주는 경제정책을 하고 복지라면 계속 돈 없다고 인색하게 갈 건지, 공교육이 무너지는 것을 방치하고 보육정책은 그대로 갈 건지, 비정규직은 이대로가 좋다고 생각하고 그대로 갈 건지, 나는 이런 문제에 대해 당이 노선을 확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보수정당이라고 5년, 10년, 20년 전 정책을 고수하는 건 발전을 포기한 보수다.”
그런 입장이 진보와 무엇이 다른가.
“진보와 구별할 수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만 해도 (진보야당과) 뚜렷이 구별된다. 북한의 노동과 스커드 미사일 궤적을 봤다. 우리가 비행기를 타면 10~11㎞로 난다. 스커드나 노동은 고도 130~150㎞까지 날아갔다. 북한은 대기권 밖을 30~50㎞나 더 벗어나 무시무시한 속도로 동해안에 떨어뜨리는 연습을 하는데, 사드가 필요 없다는 주장을 국내 좌파라는 사람들이 한다. 중국 정부와 언론이 우리의 방어적 안보주권에 저렇게 오만하게 나오는 것은 전략적 동반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단호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새누리당 차기 대선주자로 꼽힌다.
“대통령에 도전한다는 건 자기의 모든 걸 태우는 거다. 야당(한나라당) 때는 ‘ 이기는 게 정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명박·박근혜 정부 여당을 8년 해보면서 제 생각이 180도 바뀌었다. 이 모든 실정이나 실패에 대해 같이 책임을 지고, 같이 비난을 감수해야 하는 입장이다. 대선에서 이기는 것보다 집권 후에 성공한 대통령이 되는 게 국민을 위해 정말 중요하다. 다음 대통령은 한마디로 엄청난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대통령이 돼야 한다. 진짜 감당할 준비가 돼 있는지 굉장히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결심이 서면 국민들께 떳떳하게 말씀드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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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에서 새누리당이 승리할 가능성은.
“기본적으로 새누리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 그 어느 때보다 모든 사람에게 경선을 개방하고 경선룰도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공정한 룰로 해야 한다. 내년 대선 과정은 노선·이념·정책투쟁이 될 수밖에 없다.”
서청원·최경환 의원 등 친박계의 관계는.
“ 친박들을 집단으로 묶여 이분들 생각이 다 똑같다고 매도하고 배척할 생각도 전혀 없다. 시대 요구가 뭔지 알고 계신 분이 많아 저와 뜻을 같이할 수 있는 분들이 있다.”

만난 사람=강민석 정치데스크 정리=이가영·채윤경 기자 ideal@joongang.co.kr
사진=오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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