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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톡톡 8회] '이민' '헬조선' 이야기 나오지 않는 나라를 위해

중앙일보

입력

맘스토크 8회 (이민)

  • 참가자 : 평촌 이지맘, 낙성대 앨리스, 효창동 현모양처, 체력짱짱맘, 금수저 링거맘(5명)

채인택 논설위원(이하 채인택) : 안녕하십니까, 서울대 공부하며 육아하는 엄마들과 중앙일보 논설위원실이 함께 하는 저출산 대화의 장, 저출산 톡톡 시간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중앙일보 논설위원 채인택입니다.

모두 : 안녕하세요

채인택 : 오늘 오신 분들 각자 소개 바랍니다.

평촌 이지맘(이하 이지맘) : 평촌 이지맘입니다.

낙성대 앨리스(이하 앨리스) : 낙성대 앨리스입니다.

효창동 현모양처(이하 현모양처) : 안녕하세요. 효창동의 자랑 현모양처입니다.

모두 : (하하)

채인택 : 다들 애칭을 말씀하시자마자 웃음이 터지는 순간입니다.

현모양처 : 아니에요. 저희 동네 어르신들이 저 좋아해요.

채인택 : 다섯 분 모셨는데 나머지 두 분은 어떨까요?

체력짱짱맘(이하 짱짱맘) : 체력짱짱맘입니다.

채인택 : 네, 어떤 이미지가 그려집니다.

금수저 링거맘(이하 링거맘) : 금수저 링거맘입니다.

채인택 : 금수저인데 링거를 매고 계신 청순가련, 허약 뭐 잔병치레?

링거맘 : 허약에 가까워요.

채인택 : 한 없이 허약에 가까운…… 아, 건강은 아이들이 건강하고 애들을 키우는 엄마들은 한없이 허약해지는 그런 현실을 반영한 이름으로 이해하면 되겠습니까?

링거맘 : 네. (하하)

채인택 : 오, 아주 뭐 우렁차게 대답해주시네요.

링거맘 : 네, 그렇습니다!

채인택 : 역시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한 이야기가 나오면 아주 그냥 목소리가 높아지는 그런 분위기입니다.

현모양처 : 그럴 수 밖에 없죠.

링거맘 : 오늘 잠깐 파워 업 시켜놓고 왔습니다.

현모양처 : 순간 반짝했구나.

채인택 : 강한 충전으로 파워가 올라갔다고 생각을 하겠습니다. 오늘의 주제는 이민입니다. 엑소더스 일수도 있구요. 애 키우기 좋은 나라, 애를 키우면서 일하기 좋은 나라, 저녁이 있는 나라, 온 가족이 편안하게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는 나라, 그런 나라에서 우리나라가 좀 모자란다. 그래서 헬조선이다. 이런 말까지 있는데요. 그러면 탈출해서 다른 데 가면 되지 않겠나 그런 극단적인 주장까지 하는 분들이 많은데 여러분들 중에 생각 있으신 분 계십니까?

앨리스 : 네 저는 생각을 진지하게 (생각을 했었어요).

채인택 : 낙성대 앨리스께서는 생각을 진지하게 하셨어요?

앨리스 : 진지하게 했었습니다. 남편하구요. 왜냐하면 저는 그 전에 네팔 관련된 프로젝트를 한 4년 정도 했었구요.

채인택 : 네팔?

앨리스 : 네. 네팔 관련 프로젝트를 4년 정도 해서요.

채인택 : 네팔 어떤 내용을 하셨나요?

앨리스 :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지도 교수님이 아실 것 같은데요.

채인택 : 네팔에서의 어떤 삶의 질 이런 쪽인가요?

앨리스 : 삶의 질 개선과 관련되서요.

채인택 : 네팔의 국방력 이런 건 아니겠죠. 아, 삶의 질을 하시면서 거기에 좀 매료되신 모양이네요?

앨리스 : 거기의 문화에 매료되었다기 보다 가서 현지 상황이라든가 현지 한인들을 만나면서, 현지 한인들의 삶에 매료 되었다.

채인택 : 아, 현지인들 아니고 한인들의 삶?

앨리스 : 현지에 사시는 한인들.

채인택 : 어떻게 사시던가요?

앨리스 : 일단은 물가가 너무너무 비현실적으로 저렴하구요. 예 그래서 우리가 지금 뭐 많은 것도 아니고, 제가 박사과정에서 최대치인 250만 받아도 거기에 가면 아주 상류층입니다.

채인택 : 떵떵?

앨리스 : 네 떵떵거리고 (살 수 있고요). 남편이 일을 안 해도 되는 그 정도의 (수준이었어요).

채인택 : 일을 안 하면 다른 일로 부릴 수가 있다?

앨리스 : 저 혼자만 (벌어도 충분해요).

채인택 : 장작을 팬다든지, 셔터맨?

앨리스 : 아, 셔터까지도 바라지 않습니다. 집에 누워만 있어도 될 정도구요.

채인택 : 야근하고 밤 12시에만 안 오면 만족하겠다, 이런 말씀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앨리스 : 네, 그 정도로 좀 물가가 저렴했었고요. 또 반면에 중국산 농약도 그 사람들에게 되게 비싼 거여서 오히려 무농약 로컬푸드가 (일반적이었어요).

모두 : 하하하.

채인택 : 이게 친환경이고 무농약인데 이유가 그 싸다는 중국산조차 비쌀 정도로 경제적인 부담에서 워낙 안 써서 (좋다). 아 그것 참 역설이군요.

앨리스 : 로컬, 신선한 안전한 채소가 많이 있었구요. 입주 가사도우미도 그 당시만 해도, 그 당시라고 해도 몇 년 안되긴 했는데, 어찌 되었든 5년 정도 되었는데 2-30만원이면 아예 입주를 해서 다 해주세요.

채인택 : 한국에서의 가격과 비교하면 거의 10분의 1?

앨리스 : 그런 가격이죠. 그런데다가 의외로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곳이 엄청 많아요. 또 한국인으로서 거기에서 제 전공을 살리지 않더라도, NGO나 이런 것도 할 수 있는 게 많지만, 작은 기술, (예를 들어) 제과제빵이나 미용 같은 경우 물론 현지 물이나 현지 밀가루 상황, 이런 것 때문에 적응기간이 오래 걸리긴 하지만, 그것조차 적응을 한다면 그런 기술로도 떵떵거리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소득 창출이 가능했었고요. 한국 드라마가 거기에서 막 유행을 하면서 한국인에 대한 뭐라고 해야 하나, 그 이미지가 상당히 좋았었어요. 한류 때문에요.

채인택 : 한류도 있고 한국인에 대한 어떤 안 좋은 이미지는 아직은 없고 계속 좋은 이미지라는 거죠?

앨리스 : 한국어를 공부하려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맘만 먹으면 한국어 강사도 할 수 있는 (상황이었어요).

이지맘 : 네팔어랑 좀 비슷하죠, 한국말이?

앨리스 : 어순이 똑같다고 해요.

채인택 : 영어권 사람들이 글로벌 제너레이션이라고 해서 젊은 사람들 전 세계 어디에 가도 영어강사를 하면서 기본 생활이 되니까요. 그냥 젊은 시절 한 몇 년 외국에 다닌다든지, 아예 인생을 그렇게 사는 사람도 굉장히 많은데요.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할 수 있는 나라가 있는데 그게 네팔이다.

앨리스 : 네.

채인택 : 아, 그런 좋은 기회가 있는데 그럼 가셔서 뭘 하실 생각입니까?

앨리스 : 저 같은 경우에는 정말 할 수 있는 일은 상당히 많았었어요. 원래 NGO쪽에서도 좀 제안을 받았었구요. 그래서 그것도 할 수 있고요. 남편 같은 경우에는 물류 무역 일을 하기 때문에 외국 그 어디라도 갈 수 있는 일이었기 때문에요. 실제로 그 당시에, 지금은 개인사업으로 바뀌었지만 처음에 있는 회사에서는 인도 주재원으로 가는 걸 권유 받았었어요. 남편도 용의가 있었구요. 이런 것들이 제가 임신, 출산 과정을 겪으면서 더욱 집중을 하게 되었던 게, 네팔이나 인도에 가면 저희는 외국인이다보니까 외국인 학교에 애를 보낼 수 있어요.

채인택 : 아, 그렇군요.

앨리스 : 외국인 학교에 보낼 수 있는데.

채인택 : 가격은요?

앨리스 : 훨씬 저렴하죠. 우리나라에서 우리 아이를 외국인학교에 보내는 것에 비해 훨씬 저렴하구요.

채인택 : 외국인 학교가 아니고 우리네 학교에 보내고 사교육 들인 것에 비교하면 어떨까요?

앨리스 : 그것보다 저렴하구요. 거기는 기본적으로 영어가 되고 우리말은 제가 하면 되는 거니까 우리말 하고, 현지어까지 하게 되는 것이었고요. 게다가 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가게 되면 오히려 부모가 무슨 일을 하느냐에 따라서 영미권, 유럽 대학 입학이 더 쉬운 거예요. 제가 보아온 거는요. 그리고 국내 대학 입학을 원하면 어차피 우리 대학은 사교육을 하면 되니까 훨씬 더 (좋은 것 같았어요).

채인택 : 사교육 하면 되니까? 만약 안 되는 사람들은 어떡합니까?

이지맘 : 그리고 재외국민 입학전형 있구요.

채인택 : 어차피 자격이 더 유리해진다는 말씀이군요?

앨리스 : 그러니까 교육 측면에서 너무너무 더 유리해 보이는 거예요. 게다가 저개발국가, 저 같은 경우는 저개발국가를 목표로 했다 보니까, 오히려 인종차별에서도 더 자유로운 거예요. 그러다보니까 정말 진지하게, 엊그제까지도 우리 정말 가야 될까? 이 얘기를 진짜 많이 했었요.

채인택 : 거기에 가면 육아 부담이 한국에서보다 훨씬 적어지고, 그리고 애가 한국에서보다 훨씬 즐겁게 뛰어 놀고 부모들이 봐도 애 얼굴이 펴지는 게 보일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하신 겁니까?

앨리스 : 거기에 가면 둘째도 낳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짱짱맘 : 셋째도 낳겠다.

이지맘 : 넷째도 낳겠어요.

현모양처 : 히말라야 청정공기 마시면 뭔들 못 하겠어.

앨리스 : 그런 생각을 상당히 많이 했어요. 물론 지금 지진 문제로 좀 주춤하긴 했지만요.

채인택 : 주춤한 이유가 뭐라구요?

앨리스 : 지진. 자연재해요.

채인택 : 아, 네팔 지진. 모든 게 다 좋을 수는 없군요.

이지맘 : 카트만두는 공기가 안 좋아요.

앨리스 : 안전한 지역인가, 자연재해로부터 안전한가는 일단 차치하더라도 정말 고려를 상당히 많이 했습니다.

채인택 : 다른 분들은 (안 계세요)?

현모양처 : 저는 남편이 영주권을 가지고 있어요. 미국 영주권 가지고 있는데요. 시어머니가 이제 시민권자이시고 그 시어머니 형제들이 다 미국에 사세요. 그러니까 남편이 박사과정하다가 힘들다고 미국으로 도망을 갔는데 가서 뭘 했냐면 자격증을 잔뜩 딴 거예요. 저희 남편이 공부를 굉장히 잘해요.

이지맘 : 자격증 킬러.

채인택 : 자격증 공부까지!

현모양처 : 공부만 잘해요. (하하) 그래서.

채인택 : 아, 그건 좀 가정 내 비밀로 (하시고요).

현모양처 : 네, 실명이 안 나오니까요. 그래가지고 자격증을 많이 땄는데요.

짱짱맘 : 미국 자격증?

현모양처 : 그렇죠. 미국에 뭐 건축사?

이지맘 : 건축사는 아니고요.

현모양처 : 건축 감리사? 부동산도 따고요. 주 마다 다 있는데 그걸 딴 거예요. 그래서 이게 어떻게 되냐면 여기에 사인만 해도, 이 자격증 하나를 가지고 한달에 사인만 해도 어느 정도 먹고 살 수 있다 한인 사회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저희집 식구들이 뭐가 있냐면 약간 도덕적 결벽증이 있어요. 그래서 그거 하면 또 “어떻게 내 양심에”, “내가 학자된 양심으로” 그래가지고 스스로 고생을 자초한 것이 있는데요.

채인택 : 스스로 학자라고 생각하시는 군요.

현모양처 : 그 분은 박사 땄어요. 어쨌든 일단 학자니까요.

채인택 : 길을 걸으실 뻔 했기 때문에 그 양심, 양식, 의식 이런 건 굉장하시군요.

현모양처 : 그래서 제가 가끔 너무너무 화가 나면 앞에 열자를 붙여서 선비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네가 허생전의 허생이냐?” 이러면서 막 이렇게 하는데요. 어쨌든 있잖아요. residence permit 있으니까 영주권이 있으니까 생각을 해보게 되는 거죠. 걸핏하면 시어머니가 “너네 건너와라” 막 이런 이야기 하시긴 하세요.

채인택 : 근데 본인이 가장 솔깃한 가장 큰 이유는 뭐였죠? 효창동 현모양처께서 이민을 생각하게 되신 가장 큰 이유? 생각해봤던 이유죠?

현모양처 : 가장 큰 이유는 아이들 교육비에요. 또 저는 지난번에 말씀 드렸지만, 사교육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공교육에서 줄세우기 문화가 굉장히 괴로웠거든요. 어떤 독창성을 인정해주지 않는 그런 것들? 근데 저희 아들들 성향을 봤을 때 얘네가 한국 사회 공교육에 들어가서 행복할까 확신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한번씩 생각을 해보게 되는데요. 근데 저는 또 이렇게 플러스 마이너스 저울질을 하다가 결국은 적극적으로 그걸 선택하지 않은 이유가 뭐냐하면 총기문제가 있고 또 하나는 제가……

채인택 : 학교에 총이 빵빵하는 사고가 가끔 난다는 거죠?

현모양처 : 네. 그리고 또 하나는 우리 거기 가면, 그래도 한국에서는 뭐 소득이야 어떻게 되었든 사회에서 그래도 구성원으로 인정을 해주는데 미국에 가면 당장 손님으로, 내지는 이민자로 그 사회에 약간 (소외되는 거잖아요)

짱짱맘 : 이방인이죠.

현모양처 : 그렇죠. 그런 입장에서 계속 2등 국민, 3등 국민으로 살아야 되는 거예요. 그리고 사회의 되게 허드렛일 같은 것을 하는 계층으로 사는 게 조금 그렇더라구요. 그러니까 사실 의미 있는 일, 사회를 바꾸고 사회에 기여하는 의미 있는 일들을 이 사회에서 할 수 있다면 좀 힘들더라도 여기에서 버텨보는 게 낫지 않을까 (해요).

채인택 : 그래서 생각을 접으셨군요? 근데 만약 가셨으면 애들 교육도 본인이 생각하던 대로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현모양처 : 잘 된 사례도 있고 잘 되지 않은 사례도 있는데요. 그러니까 가깝게는 지인들이 미국에 가서 학위과정을 밟으면서 아이 낳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한국보다는 덜 힘들어 보여요. 그래서 장기적으로 쭉 본 것은 아니지만 ,그만 그만한 연령대의 자녀를 키우는 것은 한국보다는 좀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해요.

채인택 : 그렇군요. 혹시 가셨으면 셋째를 기대를 했던 겁니까?

현모양처 : 이 남자와는 더 낳지 않기로 제가 다짐을 했어요.

채인택 : 네 빨리 듣고 다음 분들 말씀을 들어보겠습니다.

짱짱맘 : 저는 애가 중학교 올라가는데요.

채인택 : 우리 체력짱짱맘께서는 중학교 올라가는 애를 데리고 체력을 바탕으로 이민 생활을 한 번 개척해보시겠다는 생각을 하신 겁니까?

짱짱맘 : 교육 때문에 그래요.

채인택 : 가장 큰 게 교육?

짱짱맘 : 네 교육이에요. 저도 사교육 거의 안 받고 컸고요. 하나도 안 받았었고, 사교육이 별로 안 좋아요 저도. 근데 공교육이 좋냐 하면 그것도 아니고요.

채인택 : 공교육에만 다 맡길 순 없다. 이런 말씀이시죠?

짱짱맘 : 네 그냥 공교육에서 최고 잘하면 깍두기처럼 잘려 나온다. 이런 생각이 들어요.

채인택 : 아 그래요? 오히려 잘 하면 모진 돌이 정 맞는다고 오히려 여러 사람, 선생님에게 미움을 받을 수 있다. 그런 우려를 하신 겁니까?

짱짱맘 : 그런 것도 있지만 어느 사회에서 인정 받기 위해서, 1등을 하기 위해서, 뭔가 잘 해야 하는 인정 받는 평가 방식이라는 것 자체가 모든 것을 다 잘해야 하고요. 깍두기가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딱 규격품이 되어서 나온다는 거죠. 훌륭한 학생, 모범생이 되어서 나온다는 거죠.

채인택 : 개성 있는 나의 2세를 보기가 힘들 것 같다. 이런 말씀이시군요.

짱짱맘 : 더군다나 애가 미술 쪽에 재능을 보이고 있는데 이 재능이 한국의 입시와, 한국의 교육을 통해서는 그것 자체가 계속 줄세우기를 해서 반복이 되잖아요? 그 줄세우기가 경쟁을 위해서 도움 될 때도 있지만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위해서는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런 부분도 있고요. 생활적으로도 그렇고요. 우리나라에서는 애들이 정말 절실한 문제인 거예요. 청소년기이기 때문에요. 그냥 아침에 가서 밤새 공부하다가 들어오잖아요. 그것도 적응을 잘 하는 애가 그나마요. 근데 이렇게 10대를 보내고 정서적으로 마르게 하고 싶지 않다. 차라리 이민을 가서 저도 공부를 해야 하니까 어차피 공부를 하면서 애를 키우는 게 낫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합니다.

채인택 : 엄마가 가서 유학생으로 공부를 하고 애는 현지에 맞게 자유롭게 자기의 개성을 발휘하게 하는 교육을 받도록 하자.

짱짱맘 : 그리고 영어가 되잖아요.

채인택 : 그런 희망이시군요. 혹시 셋째 생각은 (있으신가요)?

짱짱맘 : 저는 사실 더 낳을 생각이 있었는데 입시 때문에 못 했어요. 왜냐하면 제가 스물네살, 여섯살 이렇게 애를 낳았거든요 첫째 둘째를요. 서른까지 낳아도 낳겠더라구요. 근데 그렇게 하려면 내 인생이 안되겠다 했는데요. 양립이 된다고 하면 왜 애를 안 낳겠어요?

채인택 : 본인의 경력, 엄마로서의 일과 양립할 수 있으면 애를 얼마든지 더 낳으려고 했는데 지금 그런 환경, 배경 때문에 추가 출산을 포기하신 것이다? 벌써 지금 한 세 명 정도가 추가로 낳을 수 있는데요. 우리나라만 우리가 생각하는 그 외국 같은 배경, 환경, 제도를 갖추고 있다면 우리가 고친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겠네요.

짱짱맘 : 네 있어요. 그럼요.

채인택 : 그럼 아직도 가능성이 많다고 자부하시는, 그렇지만 링거를 꽂으셔야 하는 금수저 링거맘께서는 이 자리에서 좀 젊으신 분인데 의견을 듣고 싶네요.

링거맘 : 애 아빠가 자꾸 나가고 싶어 했는데 저는 그냥 한국에 눌러 있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었고, 그냥 한국에서 살았으니까 계속 한국에서 살아야 되지 않겠느냐 계속 안일하게 살았었거든요. 근데 막상 육아를 하고 아이를 낳고 그러니까 녹록치가 않아서 그 굳은 결심도 살짝 흔들리기는 하는데요. 그래도 일단은 아직까지는 한국에 잘 정착해서 살려고 아등바등하고 있어요. 이 에너지가 계속 갔으면 좋겠어요.

현모양처 : 금수저님은 재산이 있으니까요.

링거맘 : 네 맞아요.

채인택 : 재산이 있다고 뭐 (다른가요)? 다른 이유는 (없으신가요)?

링거맘 : 편한 것은 사실이에요.

채인택 : 어떤 문화적으로 살기 편하다?

링거맘 : 왜냐하면 친구나 부모님이 다 한국에 계시고요.

채인택 : 인간 네트워크가 다 여기에 있다.

링거맘 : 금전적으로 크게 무리가 가는 것이 없으니까요.

채인택 :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하나만 낳으신 건가요?

링거맘 : 하지만 경력이나 일을 하려면 둘째까지는 힘들더라구요. 제가 이럼에도 불구하고요.

채인택 : 애를 더 낳으면 본인이 사회적 성취를 하는 데에 힘들다. 공부를 계속 하고, 직장도 구해서 일을 하고, 어 보람도 느끼고 싶은데 애 하나도 힘들다는 거죠?

링거맘 : 네. 그리고 제가 얼마나 재산이 소중한 것을 아니까 아이한테 이만큼을 물려줘야 된다라는 생각이 너무 강해가지고요. 하나를 더 낳으면 그게 쪼개지잖아요.

앨리스 : 상속을 지금부터 생각하시는 거에요?

링거맘 : 이걸 계획을 세워주지 않으면 아이가 너무 힘들 것 같아서요. 미래가요.

채인택 : 가난한 분들은 여유가 없어서, 있는 분들은 나눠 질까봐 (걱정하시네요).

이지맘 : 우리는 한번도 이런 생각을 안 해 봤어요.

현모양처 : 우린 빚만 안 물려줘도 뭐.

링거맘 : 집을 한 채를 더 사야 할까. 이런 것 계산 해야 되니까요(18:27-18:31).

채인택 : 천석꾼은 천가지 걱정, 만석꾼은 만가지 걱정이랬는데요. 일단 듣겠습니다. 다른 분, 평촌 이지맘께서는?

이지맘 : 대학생 때 잠깐 몇 개월 정도 미국에 살았었는데 교포분들이랑 굉장히 친하게 지냈었어요. 저희 친정아빠랑 같이 갔었기 때문에 주로 저의 친구가 없고 아버지 친구분들이 다 저의 일상으로 채워졌었는데요. 그 분들이 교포신데 다 하시는 말씀이 똑같아요. 돈만 있으면 한국이 더 편하고 살기 좋다. 편의 시설 좋고 교통 잘되어있고 24시간 너무나 편하고 친구도 많고. 그렇게 말씀하시면서 그 분들도 돈도 많으신 분들인데 절대 돌아오시지는 않더라구요. 근데 제가 결혼을 하고 나서 생각을 해볼 때에는 저는 크게 두 가지인 것 같아요. 주거비용이 너무 높은 것. 저도 미국에서 생활할 때에 뉴욕 이런 데에는 방문만 하고, 사는 것은 오클라호마 이런 시골에서 살아봤는데요.

채인택 : 집세 싸고 조용한 데에서?

이지맘 : 아유 그럼요. 지금 저랑 남편이 사는 집 팔고 그리로 가면 정말 훨씬 더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을 제가 알고 있어요.

채인택 : 높은 부동산 가격이 삶의 질을 억제한다. 이렇게 볼 수 있겠군요.

이지맘 : 네. 미국도 뉴욕이나 이런 데는 비싸지만 그렇지 않은 땅이 훨씬 더 많거든요. 그리고 주거비용이 사실 좀 큰 문제이고 그리고 나서 또 정말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여러분 다 말씀해주신 교육문제에요. 저도 평범하지 않게 자랐지만 제가 볼 때 저희 아이도 그다지 공교육에 적합하거나 공교육에서 잘 클 수 있는 그런 아이가 아닐 것이라고 예상이 자꾸 들어요. 그래서 한국에서 계속 살면 저희 아이 같은 약간 특이한 아이들은 사교육에 의존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채인택 : 자제분이 어떻게 특이하신가요?

이지맘 : 네. 뭐 좀 하는 짓이 약간 엉뚱하구요.

채인택 : 개성이 있다로 들을 수 있겠네요?

이지맘 : 개성이 있는 것도 있고 본인이 관심이 있는 게 있으면 약간 파고드는 성향도 있고요.

현모양처 : 누가 들으면 다 큰 애인줄 알겠어요.

이지맘 : 세 살 애인데요.

앨리스 : 25개월.

채인택 : 세살, 만 25개월 애를 두고 “우리 애는 천재끼가 있는데 어떻게 주체할 수가 없군요” 라는 말씀을 하고 계시는 거네요.

이지맘 : 그런데 정말 걱정이 돼요.

채인택 : 앞으로는 더 큰 문제, 아니 문제라기보다도 더 큰 과제가 생길 수도 있겠네요.

이지맘 : 네. 곧 3-4년 뒤면 초등학교 입학 준비하는 그게 얼마 남지 않은 것을 제가 너무 체감을 하구요. 교육문제가 사실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라고 볼 수 있죠.

채인택 : 근데 말씀 들어보면 한국에 사는 것이 편리하다고 미국에서 본 교포 어른들께서 말씀하셨는데요. 놀고 생활하고 한국 음식 먹기에는 좋은데 이게 과연, 우리 한국의 조건이 출산하고 애 키우기 좋은 조건일까요?

이지맘 : 전혀 아니죠.

채인택 : 전혀?

이지맘 : 네. 전혀 아니죠.

채인택 : 그러면 우리가 생각하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어떤 점에서 가장 큰 문제가 있을까요?

앨리스 :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좋은 것은 건강한 성인 남성들이 놀고 생활하고 이렇게 해서 좋은 것이지 다양한 분포의 인구 집단이, 전공 용어가 나오네요, (모두 살기 좋은 것은 아니에요). 다양한 분포의 연령들, 나이도 좀 다르고 애부터 시작해서 노인들, 가령 차라리 외국에 나가면 모든 사람들이 걷기 불편한 도로인데 우리나라 사람들 보통 봤을 때는 “도로가 이렇게 잘되어 있어?” 라고 이야기하지만, (실상은) 어린아이 유모차 끌기도 힘들고 노인들은 (그냥 걷기도 힘들어요).

채인택 : 턱이 있다든지 이런 것 말씀을 하시는 거죠?

앨리스 : 네. 그런 것부터 시작해서요. 안전에 있어서도 문제가 되는 게 제가 다리를 다쳐서 목발을 짚고 갔었는데요. 한쪽 목발을 짚으면, 저는 건강하다가 발목 하나 잘 못 되어서 수술했던 사람인데요. 건강했던 사람도 툭 치고 가면 정말 (견디기 힘들었어요).

현모양처 : 넘어지죠.

앨리스 : 타격이 많이 큰데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전혀 그런 것을 고려하지 않잖아요. 그런 것부터 시작해서 시설(도 문제가 있어요).

채인택 : 부딪히면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유럽 같으면 ‘베르동’ 이런 말을 하는데요. 우리는 부딪혔는데 상대방이 크게 다치지 않으면 지나가는, 서로 별로 개의치 않는 그런 문화로 오랫동안 계속 된 거죠?

앨리스 : 그리고 조금만 특이해도 외국인 보듯 다 뒤돌아보니까요. 그런 시선들. 이런 것들이 다양하게 작용하는 거죠. 근데 저 같은 저개발국가 이민은 아마 평범한, 금수저 같은 사람이 아니어서 저처럼 평범한 사람은 많이 생각을 했을 텐데요 가장 큰 위험은 확실히 보안이에요. 네팔 같은 경우에 현지 보안업체를 사용을 하는 경우를 많이 봤는데 문제는 그 보안업체를 얼마나 믿을 수 있는가가 또 다른 문제가 되는 거죠.

채인택 : 이민을 선진국으로 떠나면 비용, 그리고 저개발 국가에 가면 보안 문제. 그런 문제를 고려해야 되겠군요.

앨리스 : 꼭 고려해야 하는 거죠. 보안의 위험과 한국에서 살았을 때 나의 여러 가지 불만이라고 해야 되나, 불안이라든가 어느 것이 더 높은가에 따라서 결정을 하게 되는 것이었고요. 저희야 어찌되었든 간에 한국에서 사는 것이 좀 더 유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니까 남기로 하는 거죠.

현모양처 : ‘요람에서 무덤까지’ 복지국가의 모토인데요. 영유아기부터 중장년기 거쳐서 노년기까지 생각하면 우리나라는 성인기 전이 위험집단이에요. 교육적으로 인적자원에 투자 많이 해야지 사람 구실 하고 직업을 찾잖아요? 그 전에도 보육문제 생기고요. 그리고 거기에다가 여성이면 취업하고도 문제가 생기는 거예요. 자녀 출산과 가사. 그리고 노인이 되면 빈곤 생기고 건강 문제 생기고요. 현재 한국 사회는 많이 나아지고 있죠. 많이 나아지고 있지만 현재 한국 사회에서는 아픈 사람, 노인, 여성, 영유아면 굉장히 불안이 높은 사회인 거예요. 사회적 보장성이 낮아서요. 근데 그걸 돈이 있으면 메꿀 수가 있으니까, 돈이 있으면 메울 수 있는 구조인 거죠.

짱짱맘 : 그런데 보통 한 달에 200만원 벌기가 쉽지 않잖아요. 일반적으로요. 남자들이 정말 힘으로 몸으로 열심히 일해도 그렇게 벌지 못하는 집 많아요. 그런데 돈으로 메꾸지 않으면 최하의 삶의 레벨을 유지하고 환경을 유지하는 상황이면 너무나 안 좋은 상황이죠.

채인택 : 굉장히 한국 사회에 대한 불만족스러운 부분을 넒은 요인으로 말씀을 하셨는데, 국소적인 요인, 딱 떨어지는 작은 요인을 한 번 찾아보죠. 어떤 경우를 당했을 때 ‘아 정말 이 나라 떠나야지, 한국 떠나야지’ 이런 생각을 하셨습니까? 어떤 분은 얼마 전에 어린이집 줄서서 결국 당첨 안되었을 때 그런 생각을 했다는 분도 주변에서 봤는데요.

이지맘 : 네, 그럴 수 있을 것 같아요.

채인택 : 본인 경험을 한 번 쭉 말씀을 해주실까요?

현모양처 : 저는 제 개인사를 말씀 드린 적이 있는데요. 아버지께서 IMF 외환위기때 직업을 잃으시고 패배감이 드셔서, 되게 오래 사시면서 쭉 편찮으셨어요. 쭉 편찮으시다가 10년을 아프시고 돌아가셨어요. 그러니까 얼마 안 되는 재산이지만 그걸 다 팔아서 쓸 수 밖에 없었고, 마지막에 돌아가실 때 병원에서 돌아가셨는데 의료비가 엄청나게 나오는 거예요. 근데 이게 보험에서 커버가 안 되는 거예요. 우리나라 건강보험이 있지만 싸구려질병에 대한 보장성은 되게 커요. 근데 굵직굵직한 질병 많이 커버가 된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은 거예요. 또 전염성이 있으면 1인실에서 격리 수용되어야 하는데, 그건 또 본인이 부담해야 되는 거고요. 우리가 고령화가 엄청나게 빨리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고 또 사고도 되게 많이 일어나는데 이렇게 의료에 있어서 보장성이, 국민건강보험제도가 있는데도 낮다면 불안이 너무 (크잖아요). 이건 진짜 내 몸이라도 성해야 우리가 뭔가 힘을 낼 수 있잖아요. 저는 그 때 ‘아, 우리나라가 제도가 있는데 참 보장성이 약하구나’ 그 생각을 굉장히 많이 했어요.

채인택 : 보장성이 100%되지 않으니까 애를 키우면서 혹시 또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른다. 그런 불안을 느낄 수 있겠네요.

현모양처 : 건강보험료를 가구당 얼마씩 내는데도 애들 각 개인당, 가족 한 명당 뭐 암보험, 실비보험 이렇게 주렁주렁 해서 한 달 보험료 50만원 내야지 안심이 되는 구조인 거죠.

이지맘 : 그렇게 해도 희귀 난치병 이런 것은 어렵죠.

채인택 : 미국처럼 국민 2000만이 아무런 의료 보장도, 보호도 받지 못하는 나라도 있는데요?

현모양처 : 근데 어린 아이들이랑 노인은 보장 돼요. 메디케어, 메디케이드로요.

채인택 : 거기 빠진 사람이 2000만이죠.

현모양처 : 근데 그건 민영화가 되면서 (그런 건데) 그러니까 미국도 그게 문제인 거예요. 민영화시켜서 보험회사들이 헤게모니를 쥐게 하고 마음대로 흔드는 거죠.

채인택 : 미국은 한 번도 공보험으로 된 적이 없잖아요

짱짱맘 : 그래서 캐나다에서 많이 하더라구요.

채인택 : 캐나다는 유럽 방식이죠. 세금으로 사실상 무상의료에 가까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일인데, 그건 또 세금이 많다 이런 지적들을 하고요. 그 중간이 우리 같은 보험 방식인데 보험은 또 100% 커버가 안되니까 문제가 있다. 끊임없이 서로 노력하면서 해야 하는데 애기 키우는 입장에서는 ‘나중에 부담으로 돌아올지 모른다’ 이런 불안을 많이 생각하시는 모양이죠?

짱짱맘 : 네, 그렇죠. 그리고 저는 교육 때문에 불안이 있는데요. 재능이 있고 자기가 하고 싶은 사람이 공부를 해서 하는 구조가 아니고 돈 있는 사람이 공부를 시키고 돈 있는 사람이 영재가 되고 이런 시스템에서 ‘이건 아니다’ 생각을 해요. 그래서 정말 ‘이 나라 뜨고 싶다’ 생각할 때가 많죠.

채인택 : 아, 아이에게 사교육비가 너무 많이 들어가고 애들 획일적으로 교육시킨다는 느낌이 들었을 때 속으로 울화통을 느끼셨다는 거예요?

짱짱맘 : 돈 때문에, 재능이 있어도……

채인택 : 재능을 돈 때문에 못 살리는 경우?

짱짱맘 : 그런 경우 많이 있고요.

링거맘 : 저는 금전적으로 제가 다 댔는데 전통적인 성역할을 강요 받을 때 뜨고 싶어요.

채인택 : 여자가 뭘 하냐? 여자는 이래야 된다.

링거맘 : 저는 집도 제가 샀어요. 집도 제 돈이고 차도 제 돈이고 생활비 어느 정도 다 제 돈이고요. 제가 전통적인 남성의 역할을 굳이 강요하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쿨하게 다 냈는데, 가사 육아는 제 몫이고 경력단절도 제 몫이고 그게 너무 울화통이 터지더라구요. 돈으로 해결이 안 되는 무엇인가가 한 단계가 있습니다.

채인택 : 이 땅에서 엄마로 산다는 것, 모든 부담이 적극적으로 생활해서 똑같이 부담을 했는데도 나중에 보면 육아는 여자가 해야 한다.

링거맘 : “집이 왜 이렇게 지저분해?” 하면 제가 안절부절 못하고요.

채인택 : 가사도 여자가 해야 한다. 책임감까지 강요 한다. 아 그렇게요?

링거맘 : 그런 무언의 압박이 있는 거예요.

채인택 : 어른들이 오셔서 “애 엄마가 왜 이러냐?” “저 옷 쌓아 놓은 것 좀 봐라.” “세탁기는 장식용으로 달아 놨냐?”

링거맘 : 다 제 돈으로 샀거든요 전부 다. 근데 또 그런 말이 들리니까 그게 ‘아, 양성평등이 아직 조금은 힘들구나’ 하는 것이 마음이 아팠죠.

앨리스 : 저는 이게 쓰리콤보로 왔거든요. 저의 친정아버지가 뇌출혈로 한 20년 누워 계시다가 불과 돌아가신 지 한 달이 안되셨는데요. (의료보장성 문제가) 그랬었고요. 저 같은 경우에 공부를 하고 싶었지만 정말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계속 중간에 회사 다니다가 공부하고 회사 다니다가 공부하고 이러다 보니까 나이가 자연스럽게 흐른 케이스인데요. 아이고, (부모님 덕분에) 외국에 나가신 분들이 의외로 비싼 돈 안들이고 공부를 저렇게 하시는 거예요. 그러니까 거기에서 오는 ‘아, 이 세상은 뭐지?’ 이런 느낌과 ‘나는 도대체 뭘까?’. 우리 엄마 아빠를 나이 30이 넘어서 원망하게 되는, 이런 것이 좀 왔었구요.

채인택 : 자기발전에 기회를 조금 못 받은 것 같다. 이런 느낌이요?

앨리스 : 출발선이 다른 것이 아니더라구요. 출발선에 서는 방법조차, 부모님이 이제 그런 교육을 못 받으셨기 때문에, 저희 부모님은 저를 “출발선이 어디야” 라고 가르쳐주실 수가 없으신 거죠. 원망할 수는 없는 거예요. 그 세대에는 자연스러운 거니까요.

이지맘 : 그게 최선을 다하신 거니까요.

현모양처 : 우리 이모부는 나보고 영농후계자랑 결혼하랬어.

채인택 : 이유가 뭐죠?

현모양처 : 영농후계자 돈 많으니까 편하게 살 수 있다고요. 그 전에는 공장 다니라고 그랬어요.

앨리스 : 저희 부모님은 여상 가서 은행에 취직하면 정말 결혼 잘 할 수 있다 그러셨으니까요. 그런데다가 어찌 되었든 제가 엄청나게 해서 저희 남편보다 가방끈이 길고 굵은데요. 집안일을 다 저보고 하라는 게 당연하게 받아들이니까 이게 한꺼번에 오면서 “이씨, 무슨 이런 경우가”.

채인택 : 내가 무슨 노력을 해도?

앨리스 : 벗어날 수가 없는 거예요.

채인택 : 전통적인 성역할에서 여자가 해야 하는 일은 전부 내 몫이다? 애도 내가 키우고 가사도 내가 하고. 심지어 그런데도 “돈은 왜 못 벌어오냐?” “공부 네가 좋아서 하는 게 아니냐?”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는 거죠? 아 이거 참 공감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겠습니다.

링거맘 : 여기저기 손 들고 있습니다.

채인택 : 손들이 줄줄이 올라가고 있습니다.

이지맘 : 저는 돈도 벌고요. 집안일도 하고요. 아이도 열심히 키우고 그리고 남편이랑 사이도 좋고 남편도 일 가정 양립을 열심히 해보려는 마음이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그런 생각이 들 때는, 그거에요. 남편이 일찍 퇴근해야 11시구요. 회사에 일이 터지면 심각하게는 4시 반에 들어온 적도 있는데요. 제가 그 다음날 아침에 진짜 눈물이 났는데 6시 반에 나가더라구요. 집에 와서 씻고 한 시간 자고요. 남편의 건강이 너무 걱정되고요. 우리 아이가 “아빠 출장가셨어?” 이런 이야기 하고요. 그리고 어젯밤에도 아빠 들어오는 소리 듣고 깨가지고 12시 넘어서까지 아빠랑 즐겁게 놀다가 잤거든요. 근데 요새 영유아 수면 시간 부족하다고, 우리나라가 전세계적으로 (부족하다는) 기사가 뜬 걸 제가 봤는데 너무 가슴이 아픈 (거에요). 아빠 엄마가 늦게 들어오시니까 들어와서 1-2시간이라도 얼굴 더 보려고 하다 보니까 영아들이 그렇게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저는 정말, 저희 가정은 뭐 이렇게 금수저나 이런 건 아니지만, 열심히 살았고 열심히 살려고 하고 중산층 하려고 이렇게 살고 있는데도 너무나 불안해요. 남편이 그렇게 한 두시간 자고 일하러 나갈 때 저는 너무 불안하고요. 저도 마찬가지예요. 저도 지방 대학에 강의하러 나갈 때는 한두시간 자고 나간 적도 사실 많고요. 이런 삶이, 그럴 때 순간순간 마다 ‘아, 여기에서 사는 게 정답이 아닌 것이 아닐까?’ 이런 생각 끊임없이 합니다.

채인택 : 아, 지금 눈물이 보이고 있습니다. 소모적인 삶에 대해서 지금 굉장히 압박을 느끼시는 것 같은데요. 그러다 보니까 가정의 가치도 제대로 추구할 수가 없고 가족 간에 최소한도 오붓한 시간을 가지기도 참 힘든 그런 상황. 심지어 그러다보니 어른도 아이도 자는 시간조차 충분하지 못한 그런 현실에 대해서 불만을 토로하셨는데요. 그러면 이민을 가면 이런 문제들이 상당수 해결 될 수 있을 것 같습니까?

현모양처 : 에스핑앤더슨이라는 학자가 있어요. 근데 이 분이 어떤 이야기를 했냐면 탈상품화 지수라는 것을 말했는데요. 그 탈상품화가 뭐냐? 그러니까 생존과 생활을 위한 기본적인 재화와 서비스가 금전적으로 구매하지 않아도 되는 거예요. 아니면 그 구매비용이 매우 적은 것이죠. 그럴 경우에 탈상품화 지수가 높다라고 말을 해요. 그런데 보통 이민을 가고 싶어하는 나라들은 이런 기본적인 서비스에 대한 사회화가 되서 개인의 부담보다는 사회의 공공지출이 높은 나라들이에요. 아까 보면 캐나다 의료비용 매우 낮죠. 북유럽 교육비용, 의료비용 낮죠. 하다 못해 의료비용에서는 최고 헬인 미국도 교육비용에 대한 부담이 우리나라보다 적다고 볼 수 있어요.

채인택 : 아, 그렇군요. 기본적인 것이 보장이 되는 그런 나라, 이런 것이 필요하겠다. 식생활, 그리고 집, 의료, 교육을 위해서 본인이 가진 모든 시간을 투입하고 고민하고 빚내고 이렇게 살아도 되지 않는 그런 사회가 있을 것 같아서 이민을 생각한다. 그런 말씀이시군요. 그런데 그런 사회가 되면은 저출산 문제가 많이 해결될까요?

짱짱맘 : 네. 당연하죠.

이지맘 : 저는 한두시간 자면서도 둘째 낳고 싶은데요.

채인택 : 한두시간 주무시면서도 둘째를 한 번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시는데, 그렇게 충분히 자고 의식주에 엄청난 투자를 안 해도 되는 나라라면 셋째를 기대해도 되는 (거죠)?

이지맘 : 셋째, 넷째까지도 생각 있습니다.

짱짱맘 : 저도요.

채인택 : 그렇군요. 그러면 지금까지 이민을 이야기하면서 이민을 가면 이런 세계가 기다릴 것 같다. 그러면 그런 조건 그런 환경 하에서는 애도 더 두고 싶다. 그런 말씀을 하셨는데요. 그러면 우리나라 자체를 거기에 맞춰서 바꾼다. 그렇게 생각해볼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어떤 부분을 바꿨으면 좋겠습니까?

링거맘 : 일단은 우리나라가 집이 있고 차가 있고 직업이 있고 부모님 노후보장이 되어 있고 집에 아픈 사람이 없고 그 상태가 지속가능하다면 그래도 편하게 산다. 라고 이렇게 우스갯소리로 이야기를 하잖아요.

이지맘 : 허구네요. 허구. 그런 집이 어디에 있습니까?

링거맘 : 근데 이게 너무 개인의 책임이에요.

채인택 : 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하하)

링거맘 : 너무 개인 돈으로 알아서 집을 사야 하고 개인이 알아서 직업이나 경력이 끊기든 말든 해결을 해야 하고 부모님 노후도 알아서 해야 하고 집에 아픈 사람 있으면 보장이고 뭐 그것도 알아서 해야 하는 것이.죠

채인택 : 특히 애를 낳고 키우는 것도 알아서 해야 하는 것이죠. 알아서 저출산 문제를 극복해 주세요. 뭐 이런 분위기라는 말씀이네요.

링거맘 : 그런 것이 너무 심해서요. 제도를 많이 바꿔주실 분으로 저는 열심히 투표하고 열심히 감시하고 열심히 노오력을 아니 요오오구를 하려고요. 요구를 계속 할 거예요.

채인택 : 투표보다도 함께 노력하자?

이지맘 : 세금 많이 내시니까 요구 많이 하셔야죠.

채인택 : 세금 적게 냈으니까 요구 많이 안 하실 모양입니다?

이지맘 : 아니 그건 아닌데요.

채인택 : 세금의 다과에 상관없이 국민으로서 시민으로서 서로 고쳐서 우리 공동체를 잘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요구할 것은 요구하고 할 말은 해야 되겠죠?

링거맘 : 네 그래서 함께 살아가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채인택 : 함께 살아가는 세상. 함께 산다면 본인이 가진, 본인이 잘 버는, 본인이 이제 좋은 조건이다 아니다를 떠나서 다들 기본적으로, 아까 말씀하신 필요한 환경, 조건은 충족 되어서 그러면 애들도 얼마든지 이 나라에서 같이 키우고 싶다. 저출산 문제 극복.

현모양처 : 저는 무슨 생각을 하냐면 같은 맥락일 수 있어요. 그런데 할 말은 해야 하지 않을까. 내 목소리를 내야 한다. 권리 쟁취 투쟁 시위하고 이런 이야기 아니에요. 왜냐하면.

채인택 : 아, 그런 이야기 아니시라구요?

현모양처 : 네, 그런 이야기 아니에요. 저 온건한 사람이에요. 아시겠지만 저 온건하고 보수적인 여자에요.

채인택 : 보수가 아니고 보스적인 여자?

현모양처 : 보수적인 여자에요. 제가 여기에 나온다고 했을 때 저희 남편이 “아휴, 우리는 가늘고 길게 살아야 돼. 심장 벌렁벌렁하게 그러지 말고 그냥 조용히 있어” 그러면 제가 또 쟁쟁 하면서 “아니야. 나 그거 갈거야.” 이러니까 남편이 “여자 목소리가 집안 담장 밖을 넘으면......” (이랬어요)

짱짱맘 : 어휴, 냄새나.

현모양처 : 칼 썩는 냄새나. 보수적이고 고루하니까.

채인택 : 혹시 집안에서 부부 사이의 호칭이 “부인, 오늘 저녁은 뭘로 하겠소?” “영감, 뒷뜰에 풀어놓은 병아리 한 쌍 먹읍시다” 이런 이야기가 오가는 건가요?

현모양처 : 채식주의자에요.

모두 : 하하하.

채인택 : 굉장히 전통적인 것 같은데 식성은 또 서구적인 (면모시네요).

현모양처 : 어제 고등어 먹는데 영상통화 와가지고 욕 많이 먹었어요. 어쨌든 목소리를 내야 하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왜냐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참 모난 돌이 정 맞는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나 간다 하는 생각 때문에 할 말을 하지 않아요. 그러니까 어떤 의사결정 권한을 가진 사람들은 말을 해줘야 좋은 의지를 갖고 그런 목소리를 들어야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하는데, 의견이 있는 다수가 침묵하고 있으면 변화를 만들 근거가 없어지잖아요. 저는 제가 맘인스누를 조직하고 대표로 활동하면서 제가 했던 가장 중요한 일이 뭐였냐면 실태조사 보고서를 만드는 거였어요. 그건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는데 제가 몇 명 찾아다니면서 “같이 만들어요” 해서 처음에는 파일럿으로 그냥 실태조사 보고서를 만들어서 막 뿌린 거예요. 여기저기 정부에도 뿌리고 학교에도 보내고 이메일로 보내고요. 그렇게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더니 의지를 가진 뜻 있는 의사결정권자들이 걱정을 하시고 “그래, 한 번 만들어보자” 하기 시작한 거예요. 근데 이걸 “그래, 너는 배울 만큼 배웠으니까 목소리라도 내지” 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 같아서 말씀 드리기가 좀 걱정스럽기도 한데요. 우리 사실 요즘에 어지간하면 다 대학 나왔고요. 우리가 침묵하면, 우리가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변화의 근거를 만들 수가 없어요. 특히 엄마들은 아이들을 키우잖아요. 얘네가 살아갈 세상도 만들어야 돼요. 저는 제일 걱정되는 것이 뭐냐하면 내가 우리아들 잘 키웠어, 그런데 군대 보냈는데 알지도 보지도 못한 놈한테 두들겨 맞아서 이상하게 될까봐, 아니면 총도 (문제고요). 그런 게 저의 가장 큰 공포에요. 그래서 저는 우리 아들이 군대에 가면 국방부에 대적하는 ‘병영문화 개선 어머니회’를 조직할 계획을 가지고 있어요.

짱짱맘 : 그래. 좋다. 나도 아들 있어.

현모양처 : 그래야 돼요. 목소리를 내고 감시하고요

채인택 : 장교로 입대하면 되겠습니다.

짱짱맘 : 그러니까 자꾸 그런 것을 찾아보게 되는 거예요. ‘통역병? 뭐 아랍어 시킬까?’ 이런 생각하고요. 이러게 된다니까요?

현모양처 : 근데 나만 피하면 안돼요. 우리 아이만 잘 키우고 (그래선 안 되요). 왜냐하면 환경이 너무 위험하기 때문에요. 그래서 우리가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고 거기에 우리의 정치인들과 또 행정부의 수장들과 행정가들을 다 초대해야 돼요. 우리에겐 파워가 있어요. 한 표 우습지만 대한민국 엄마들이 모이면, 힘이 있지 않습니까?

짱짱맘 : 그래서 저는 다른 것은 못 하지만요. 이런 움직임들 있잖아요 이런 것에 힘을 싣고요. 이런 것들을 직접 연구하고 직접 일을 하시는 분들은 정말 많은 생각들을 하시지만, 저희는 그런 정책을 주장하는 국회의원을 뽑을 수도 있고요. 그게 어렵지 않은 일인데, 사실 (투표) 그거 하면 되는 일이거든요. 그렇게 하려고 해요. 그래서 공적으로 해결하는 방식으로 해결을 하지만, 지금 그렇게 노력해서 하면 아마 그 혜택은 다음 세대가 보는 거죠. 적어도 10년 이후에요.

채인택 : 변화가 필요한데요. 변화를 해야 한다는 타당성, 정당성, 필요성은 다들 인정하는데 어떤 방향으로 변했으면 좋겠는지. 각자 한 분씩 이건 좀 고쳤으면 좋겠다. 이런 건 좀 도입했으면 좋겠다. 이런 건 내가 정말 벗어나고 싶다. 그런 것들 하나씩 시작해주시죠.

앨리스 : 제 개인적인 경험에서 우러난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실제로 데이터를 보면 나오는 이야기이지만, 우리 3-40대가 가장 경제 활동이 왕성하고, 경제뿐만 아니라 자녀의 생산이나 양육 이런 것도 굉장히 활발한 나이인 우리 세대를 보면, 노인에 대한 사회적인 서비스나 의료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그에 대한 의료부담을 그대로 지고요. 또 그 어르신들은 그 당시만 하더라도 보험을 잘 모르시고 보험은 사기꾼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세대이시잖아요. 그래서 그나마 그마저도 없단 말이에요. 그래서 그에 대한 의료 부담을 우리가 지고 있는 세대이면서 동시에 결혼 늦게 하면서 자녀 양육을 또 늦은 나이에 부담하는 세대이거든요. 이 두 부담을 하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하지를 못하는 세대가 되어 버린 것 같아요. 그래서 이 부분을 좀 해결했으면 하는 문제가 있고요. 또 우리나라 보면 정신적인 건강에도 문제가 상당히 있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가장 핵심이 되는 세대인 30,40,50대 세대가 이 지경인데 우리가 부양하고 있는 자녀 세대, 우리가 부양하고 있는 노인세대가 제정신일리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어떻게 이게 OECD 자살률 1위로 나타나는가. 이제 수치로도 나타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이런 문제들이 다 같이 해결이 되어야, 정신적인 건강문제도 해결되고 경제도 활성화될 수 있고, 이런 것이 다 같이 온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채인택 : 이민 가지 않고 살고 싶은 나라, 내 아이가 잘 자랄 수 있는 나라, 그런 나라를 제도적으로 개선해서 만들자는 그런 말씀으로 받아들여도 되겠군요.

앨리스 : 네. 그래서 저는 앞의 분들께서 말씀 하신 것처럼 사회적으로 분명히 꼭 필요한데, 성격상 약간 좀 뒤에 내숭을 떨어야 하는 성격이라서요. 저 같은 경우에는 어떤 식으로 노력하고 있냐면 늘 전공이 public이 들어가는, 공공이었어요. 지금은 보건을 공부하고 있기 때문에요.

현모양처 : 자기가 밝혔어.

앨리스 : 아니, 보건이 영역이 많아요. 교수님, 죄송합니다.

현모양처 : 그 교수님 되게 멋진 분이세요. 제가 존경해요.

채인택 : 보건사회학, 보건경제학, 인구학? 분야는 많죠. 이미 늦었기 때문에 그런 말씀 안 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앨리스 : 어찌 되었든 보건을 전공하고 있기 때문에 연구를 통해서, 아 실제로 연구활동도 하시고 칼럼도 쓰시고 이런 분들 상당히 많으시거든요. 이런 것도 하나의 목소리라고 생각합니다. 그 부분을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노력을 하려고요.

채인택 : 목소리를 내자. 그리고 각자 분야에서 목소리에 힘을 줄 수 있는 연구를 하는 분은 연구, 투표를 하시는 분은 표로, 지역사회 활동하시는 분은 지역사회에서 여러 가지로 진짜 애들이 잘 자랄 수 있는 나라를 만들자는 거죠?

링거맘 : 네. 저는 크게 두 가지요. 저녁 있는 삶을 통해서 일가정 양립이 되고 그리고 아이들이 안전한 보육시설과 교육이 되는 그런 나라요. 그런 나라가 제가 태어나고, 저의 모국이었으면 좋겠어요.

이지맘 : 저도 같은 맥락이에요. 저도 저의 가장 최고의 목표는 저녁이 있는 삶이구요. 그리고 일가정 양립 가능한 사회(에요). 저는 딸이 있기 때문에요. 제가 최고의 대학까지 오고 아득바득해서 일도 하고 있지만, 이런 삶을 물려주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제가 딸 가진 엄마로서, 제가 평생 일을 할 것이고 일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줘야 되잖아요? 자녀는 부모를 보고 배우니까요. 그걸 실천하기 위해서 일가정 양립, 지금 현재 굉장히 힘든 상황이지만 제가 어떻게 수를 써서라도 노력을 해서 일 가정 양립하는 본보기의 모습을 제가 스스로 계속 개척해 나가려고 노력을 할 것이고요. 그 다음은 평생 직업 이런 건데요. 지금 저희 할아버지도 살아계시고 시할머니도 살아계세요. 그러면 저희 딸이 애를 낳을 때까지 저희 부모님도 살아계신다는 거잖아요. 그게 참 되게 막막한 일이에요. 그래서 저는 나이가 아주 많이 들어서까지도 경제활동은 모르겠지만 어쨌든 직업적인 사회 생산에 되는 보탬이 되는 활동을 끝까지 하고자 하는 굳은 의지가 있습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이 말씀하셨다시피 저희가 목소리를 모아서 내고 이런 것들이 굉장히 중요하고 공동체활동도 굉장히 중요해서 그쪽으로도 계속 봉사를 하는 마음으로 참여를 할 생각입니다.

채인택 : 오늘 여러 가지 이야기 중에서 주거, 주택 문제도 의료와 함께 그리고 애 키우는 직접적인 환경과 함께 중요한 이야기로 나왔는데요. 집 짓는 것을 전공하시는 우리 체력짱짱맘께서는 어떤 아이디어를 가지고 계십니까?

짱짱맘 : 전공은 집 짓는 쪽은 아닌데요. 제도적으로 개선되어야 될 부분이 있는데요. 일단은 우리나라에서 진짜 문제가 되는 것이 공동체가 안 되는 것이잖아요. 애 하나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 이런 말이 있잖아요? 근데 그게 안되니까 저는 개인적인 차원에서라도 그걸 해보려고 해요. 그래서 아는 지인 몇몇과 공동체 주택을 만들어서 살 예정이에요.

채인택 : 이미 진행이 되고 있는 겁니까?

짱짱맘 : 네. 진행되고 있어요.

채인택 : 어떤 방식으로 되는 거죠?

짱짱맘 : 저희 남편이 그 쪽 일을 하고 있어서요. 같이 집 짓고 사는 거죠. 우리 부자 아니에요. 다 같이 전세집 얻을 돈 정도를 모아서요.

채인택 : 여러 사람이 모여서 서로 한 집에서, 한 울타리 안에서 정도입니까? 아니면 한 집에서 입니까?

짱짱맘 : 한 울타리 정도겠죠. 개별 주거가 보장 되면서도 같이 살 수 있는 형태로 (지을 거에요).

채인택 : 스칸디나비아에서 유행한다는 한 집에서 여러 사람이 사는, 제가 그 때 얼마 전에 봤더니만 스물 다섯명이 하나를 이루는데 젊은 사람, 나이 많은 사람, 남녀 비율 그리고 직업, 돈 있는 사람, 없는 사람 골고루 해서 하나의 작은 골목을 만드는 거죠? 거기에서 스물다섯명이 각각 집에 들어가면 혼자서 마음껏 지낼 수 있고 나오면 밥도 같이 해먹을 수 있고 한데, 제가 들어보니까 굉장히 독특한 것이 돌아가면서 밥을 한 번씩 짓게 되어 있더라구요.

짱짱맘 : 네 저희도 그렇게 할 예정이에요.

채인택 : 왜 그걸 꼭 넣으려고 하셨나요 밥 하는 것을?

짱짱맘 : 삶의 중심은 밥이죠. 식구잖아요. 식구.

채인택 : 식구. 아 서로 가족처럼 식구처럼 살려면 밥을 같이 먹어야 된다? 같이 또 만들어야죠.

짱짱맘 : 같이 만들어야죠. 옛날에는 여자들이 다 해야 하는 성역할의 부담이었지만, 공동체 협동의 관점에서 그것들을 함께 하고요. 아이들에게는 어마어마한 형제들이 생기는 거고 이모 삼촌들이 생기는 거고요. 건강하게 살 방식을 제 나름대로 자구책으로 (찾은 거죠). 이 시대에 제도를 바꾼다고 해도 그건 다음이잖아요. 저 다음의 문제이니까 그건 그것대로 하고, 제 삶은 그렇게 꾸려볼 생각이에요.

채인택 : 국가, 사회에서 제도를 바꿔서 내가 아이를 더 낳아 편안하게 키울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것은 좋은데 그 때까지 앉아서 기다리냐? 내가 먼저 움직이겠다. 그런 공동체 주택을 만들어서 맘 맞는 사람끼리 함께 애도 같이 키우고요. 그러면서 아까 말씀 말마따나 가슴이 참 찡한 게 우리 애한테 수 많은 형제, 수많은 삼촌, 이모, 고모를 만들어주는 게, 그것 참 아주 당깁니다. 그러면서 여성의 성역할이 따로 필요 없는 “청소 누가 했어?” “아, 우리가 단체로 하고 있습니다.” 그런 게 가능해지겠네요.

짱짱맘 : 제가 공간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요. 한국사회가 이렇게 된 많은 이유 중 하나가 아파트들이 생기면서 결국 같은 수준의 경제력을 가진 사람들끼리 몰려 사는 문화가 되었잖아요. 옛날에는 다 어울려 살았잖아요. 같은 동네에서요. 그게 공간이 주는 것이라고 생각이 드는데요. 그리고 (제 계획은) 아파트라는 상업적으로 가장 유용성 있는 공간에서 실제적으로 집을 만드는 거죠. 그게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을 해요. 주거라는 포인트에서도 단순히 기능만을 충족시키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를 이루는 것이요).

채인택 : 단순하게 우리가 들어가서 사는 공간이 아니고 하나의 인간으로서 가치를 느낄 수 있는 그런 삶을 살 수 있는 공동 주거공간. 지금까지 생각한 것하고 아주 다르군요.

링거맘 : 반성하게 되네요. 저는 우리 아이한테 몇 채를 물려줘야 되나(를 고민하는데요). 왜냐하면 집은 벌어서 사는 것이 아니더라구요.

이지맘 : 벌어서 살 수가 없죠.

현모양처 : 현실적인 거죠.

채인택 : 살아남기 위해서 살기 위해서 계속 지금 삶의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그렇게 볼 수도 있겠군요. 긴 시간 동안 우리가 살고 싶은 나라, 한국을 떠나지 않고 한국에서 이루고 싶은 나라, 변화하고 변화시킬 목표의 사회. 그런 이야기를 쭉 해봤습니다. 요약하면 이렇게 되겠네요. 아이들의 나라, 엄마들의 나라. 아이들의 나라는 없다, 엄마들의 나라는 없다 이런 영화를 사람들이 만들지 않도록 우리 모두 열심히 사회적으로도 바꾸고 우리 스스로 서로 돕고 사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그런 말씀들 해주셔서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자구책이라는 말씀 하셨는데 불만만 가지지 말고 스스로 개척해서 살자 이런 뜻도 되겠구요. 불만을 많이 말할수록 장기적으로 어떤 변화의 단초가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해봅니다. 자 오늘 긴 시간 감사합니다. 모두 이민을 포기하시고 이 땅에서 애를 많이 낳고 편안하게 키우는 그런 시대가 앞당겨지면 좋겠습니다. 오늘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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