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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아 건강 지켜준다던 치실 효과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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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아 건강에 좋다고 여겨지는 치실의 효과에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AP통신은 2일(현지시간) “탐사 취재 결과 치실이 세간에 알려진 것만큼 치아 건강에 효과적이라는 근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보건 당국과 치과의사들이 효과를 입증하지도 않은 채 사용을 권장해 왔다”고 보도했다.

치실 사용을 적극 권장해 온 미국 치주학회도 이날 성명을 통해 “지금까지 수행된 치실 관련 연구들은 표본이 적어 효과를 입증하는 증거로 삼기에 불충분하다”고 밝혔다. 치실의 효과가 엄밀하게 증명되지 않았음을 시인한 것이다.

AP통신은 지난해 미 보건복지부에 치실 사용을 권장한 근거 자료를 제공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자료를 보내지 않았다. 대신 지난 6월 발표한 건강관리 가이드라인에서 ‘치실 사용 권장’ 항목을 슬쩍 제외했다. 가이드라인에 30여 년간 포함됐던 항목이다.

AP통신은 “치실의 효과를 연구한 적이 없다고 인정한 정부의 서신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10년간 수행된 치실과 칫솔 사용 관련 연구 25건을 분석한 결과 치실의 효과를 입증할 근거는 매우 희박했으며 자료가 편향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미국 치과의사협회(ADA)는 “치실 사용은 치석 제거와 치아 사이에 낀 찌꺼기 제거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매튜 메시나 ADA 대변인은 “확실한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건 사람들이 치실을 올바르게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ADA는 1908년부터 치실 사용을 권장해 왔다.

이에 대해 AP통신은 “ADA는 프록터앤갬블(P&G)·존슨앤존슨 등 치실 제조업체로부터 평가비 1만4500달러(약 1620만원), 연간 수수료 3500달러(390만원)을 받고 치실 제품에 ADA 인증 마크를 붙여주는 사업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 세계 치실 시장 규모는 내년 20억 달러(2조 2354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미 국립보건원의 치과의사 팀 이아폴라는 “엄밀한 과학적 기준으로 보면 치실의 효과에 근거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치실 사용은 적은 비용과 위험만으로 치아 건강을 지킬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권장할 만하다”고 말했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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