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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 레터] 28조엔의 완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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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정부가 임시 각료회의에서 28조엔짜리 부양책을 통과시켰습니다. 우리 돈으로 305조원이 넘어 우리나라 한 해 예산의 78%에 맞먹습니다. 싱가포르나 덴마크의 1년치 GDP, 또는 쿠웨이트·에콰도르·수단의 GDP를 전부 합한 액수와 비슷합니다. 일본정부는 재정의 완력을 이용해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모두 1.3%포인트 끌어올릴 수 있다고 봅니다.

일본정부가 대형 부양책을 내놓은 것은 그만큼 경제가 안 좋기 때문입니다. 2012년 말부터 시작된 아베노믹스는 곧 4년차를 맞이하지만 아직도 성패 논란이 끊이지 않습니다. 국민들의 심리를 바꾸는 데는 일단 성공했습니다. ‘일본은 글렀다’던 패배감이 ‘이젠 뭔가 바뀔 것 같다’는 기대감으로 바뀌었습니다. 기업들의 이익이 크게 늘고, 실업률이 뚝 떨어진 것 역시 성과입니다. 하지만 거시지표상으로 아베노믹스의 성공을 주장하긴 어려운 상황입니다. 일본은행의 꾸준한 양적완화에도 불구하고 물가상승률이 목표치 2%에 못 미칩니다. 물가 2%는 디플레 탈피를 상징해주는 경계선입니다.

시장은 덤덤한 반응입니다. 발표된 액수는 크지만 실제 새로 투입되는 재정은 7조5000억엔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기존의 재정투융자 등이 포함돼 금액이 커보였습니다. 시장의 평가는 환율과 주가로 나타납니다. 엔저는 긍정적, 엔고는 부정적 평가로 보면 됩니다. 오늘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가치는 전날보다 소폭 올랐습니다. 주가도 하락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김영란법과 관련해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할 방법을 마련하라고 했습니다. 법은 취지에 맞춰 시행하되 부작용을 줄이자는 뜻으로 보입니다. 이미 농축수산업계 등에선 소비절벽이 우려된다며 강하게 반발해왔습니다. 법을 충실히 시행해야 한다는 권익위도 정부요, 부작용을 막아야 하는 농림축산식품부 등도 정부입니다. 박 대통령의 당부는 결국 시행령의 수정으로 이행될 듯합니다만, 부처간 이견은 여전히 큽니다.

‘한국판 골드먼삭스’를 육성하겠다는 정책이 또 나왔습니다. 대형 투자은행(IB) 육성책은 과거에도 몇 차례 있었습니다. 효과 없이 시간만 흘렀을 뿐입니다. 이번에는 규모별로 단계를 나눠 보다 정교하게 인센티브나 지원책을 줄 예정이라 합니다. IB 경쟁력의 핵심은 덩치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궁극적으론 인재입니다. 금융 전문가보다 금융규제 전문가들이 더 우수하고 힘센 현실에서 ‘한국판 골드먼삭스’는 쉽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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