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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운전면허 부실관리가 부른 해운대 광란의 질주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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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달 31일 부산 해운대 도심에서 발생한 광란의 질주극은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지병이나 비정상적인 사고 이력 보유자의 면허를 취소하거나 제한해야 한다는 여론을 부르고 있다. 이날 오후 5시18분 부산시 해운대 도심에서 김모(53)씨가 몰던 차량이 건널목을 덮쳐 부산에 휴가 온 홍모(44·여)씨, 하모(18)군 모자와 중학생인 김모(15)군 등 3명이 숨지고 14명이 다쳤다.

 경찰 조사 결과 운전자 김씨는 음주운전도 마약복용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김씨가 순간적으로 정신을 잃는 뇌질환을 앓았다는 주변 진술이 나왔다고 한다. 김씨도 “사고 당시 기억이 전혀 없다”고 진술했으며 당뇨와 심장병 약을 처방받아 먹다가 이날은 복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조사가 끝나면 밝혀지겠지만 지금까지의 상황으로 볼 때 운전 부적격자가 운전대를 잡았다가 정신을 잃고 끔찍한 사고를 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이 운전면허 발급·재발급 과정에서 사고 위험성이 큰 운전자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 시스템 부재가 부른 인재로 가닥이 잡혀 가고 있다.

 이번 사고는 형식적인 적성검사 정도로는 부적격 운전자를 가려내기 힘들다는 사실을 잘 말해 준다. 정부는 앞으로 안전운전을 위협하는 질병을 지닌 운전자를 걸러내기 위해 건강보험 자료 등을 공익적으로 활용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주변 사람은 다 아는데 정작 면허를 내주는 경찰이 운전자의 위험 질병 보유 여부를 모른다는 것은 안전 시스템의 맹점이 아닐 수 없다.

 조사를 통해 운전자 김씨의 지병은 물론 차를 몰고 보행로를 주행하는 등 비정상적 사고 이력도 드러났다. 문제는 이런 사실이 경찰에 보고되지 않고 보험사에서만 처리됐다는 점이다. 정부는 이런 정보가 경찰에 의무적으로 보고돼 운전면허 재발급 과정에서 참조되도록 교통사고 정보 공유 시스템부터 마련해야 한다. 보험사 따로, 경찰 따로의 현행 제도로는 부적격 운전자를 제대로 걸러내기 어렵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도로안전을 확보해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